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책표지 : 정글짐북스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원제 : Mapache Quiere Ser El Primero)
수사나 이세른 | 그림 레이레 살라베리아 | 옮김 유아가다 | 정글짐북스 


누군가에게 지는 것을 유독 못견뎌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승부욕이 너무 강한 이런 친구들이 끼게 되면 즐거운 분위기에서 시작한 놀이도 침울하게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죠. 승부욕이 너무 강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것 같으면 때론 공격적으로 변하거나 아예 그 자리를 피하고 스스로 외톨이가 되는 경우도 있구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에 나오는 너구리 역시 그랬어요. 언제나 1등! 오직 1등! 1등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마음 졸이고, 늘 연습에 연습을 하는 너구리는 그런 아이에요. 심지어 ‘1등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할 정도지요. 하지만 늘 1등 인생만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너구리에게도 위기가 찾아오거든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숲속 마을 너구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잘해서 맨날 1등이었어요. 친구들은 그런 너구리를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았고 그럴 때면 너구리는 으쓱해진 기분에 꼬리를 꼿꼿이 세우곤 했죠. 너구리는 언제나 1등을 놓치고 싶지 않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했어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그러던 어느 날, 너구리의 1등 인생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숲 속 마을에 새로 이사온 여우가 지난 날 너구리가 누렸던 모든 영광을 빼앗아 가버렸거든요.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하고, 달리기도 가장 빠른 여우 때문에 뒤로 밀려난 너구리는 그때부터 늘 시무룩한 얼굴로 혼자서만 지냈어요.

너구리에게 여우는 너무 힘든 경쟁 상대입니다.
너구리는 생각합니다. 1등을 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어느 따뜻한 봄날 숲 속 마을 친구들은 모두 함께 등산을 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너구리는 이제 등산엔 관심이 없어요. 예전같았으면 1등으로 산꼭대기에 오르기 위해 날이 밝자마자 가장 먼저 등산을 시작했을 텐데 말이에요.

숲에 혼자 남아있던 너구리는 강가에서 울고 있는 오리를 만났어요. 늘 꼴찌였던 탓에 작년처럼 혼자 길을 잃어버릴까 봐 무서워서 산에 가지 못했다는 오리의 말에 너구리는 오리와 함께 산에 오르기로 했어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마음에도 없었던 등산을 오리로 인해 시작하게 된 너구리는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알게 됩니다. 속도에 상관없이 오리와 천천히 산을 오르다보니 예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거든요. 하얀 꽃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어 자세히 봐야만 볼 수 있는 흰색 살쾡이도 보였고 나비가 날아다니고 새와 개구리가 노래를 부르는 폭포 앞 호숫가에 앉아 느긋하게 도시락도 먹을 수 있었어요. 친구와 함께 따뜻한 햇빛과 산들바람이 포근히 감싸주는 것도 느끼면서요.

“예전에는 허겁지겁 먹기만 하고 곧바로 다시 출발하느라 이런 천국이 있는 줄도 몰랐어.”

뒤집어져 바동거리고 있는 거북이도 일으켜 주고 느릿느릿, 천천히, 차분하게 산을 오르느라 너구리와 오리는 해가 저물도록 산꼭대기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더 이상은 못갈 것 같다고 울먹이는 오리를 응원해 밤이 되어서야 산에 오른 너구리와 오리. 먼저 산꼭대기에 도착한 친구들은 너구리와 오리를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너구리는 1등이 아니어서 누릴 수 있는 좋은 점이 참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최고는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활짝 웃으며 자기를 안아 주기 위해 이렇게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너구리의 마지막 멘트가 참 사랑스럽죠? ^^

불필요한 부분에서까지 경쟁심 때문에 스스로 상처 받고 상대방과 비교하면서 적개심을 품었던 너구리가 알게 된 것은 ‘더불어’, 그리고 ‘함께’가 가진 참된 행복의 의미일 겁니다. 결과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닌 과정을 위해 달리고 노력하는 삶이야말로 무슨 일에서든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 아닐까요.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는 요즘처럼 ‘자기 중심’으로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기쁨, 나누는 기쁨, 더불어 사는 삶의 기쁨, 결과 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돌아 보세요. 조금은 늦어도, 뒤처져도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좌절은 실패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닌 욕심 때문에 오는 것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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