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섬
책표지 : Daum 책
할아버지의 섬

(원제 : Grandad’s Island)
글/그림 벤지 데이비스 | 옮김 이야기별 | 예림아이
(발행일 : 2016/01/30)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벤지 데이비스의 “할아버지의 섬” 표지를 보는 순간 손자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갖 아름다운 새가 날아다니는 푸른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더 없이 파랗고 바다가 잔잔한 이곳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슬픔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림책을 열어보니 할아버지를 먼 나라로 떠나보낸 어린 손주의 상상이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담겨 있는 이야기였어요.

할아버지의 섬

할아버지와 커다란 나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시드는 할아버지 집에 자주 찾아가곤 했어요. 그날 역시 시드는 할아버지 집에 가서 익숙하게 화분 아래 놓아둔 열쇠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죠 . 그러자 보여줄게 있다며 할아버지는 다락방에서 시드를 부르셨어요.

할아버지의 섬

전 세계를 탐험하며 모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할아버지의 다락방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철문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시드가 철문 손잡이를 돌리자 눈앞엔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어요. 시드는 높고 커다란 배의 갑판 위에 서 있었구요.

환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철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시드 옆에서 가볍게 짐을 꾸리고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푸근한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정든 공간을 떠나기 전 잠시 회상에 잠겨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는 것 같은 할아버지의 표정을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되네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 낸 후 먼 길 떠나는 분들의 표정이 이렇지 않을까, 나도 훗날 이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할아버지의 섬

두 사람은 힘차게 뱃고동을 울리며 바다를 향해 출발했어요. 넘실 거리는 파도를 넘고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배를 몰며 나아가는 할아버지와 시드,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없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할아버지의 섬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건너 할아버지와 함께 도착한 곳은 작은 섬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더 이상 지팡이가 필요 없었어요. 시드와 할아버지는 낡은 오두막을 깨끗하게 고쳐놓고 섬에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시드는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장관이 펼쳐지는 천국같은 섬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었지만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시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시드,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할아버지는 이제 여기에 남아야 할 것 같구나.”

“네? 하지만 혼자서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요?”

할아버지의 섬

“아니, 그럴 것 같지 않구나.”

섬을 둘러보며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 마음을 시드도 이해한 것이겠죠? 그 푸근하고 온화해 보이는 미소가 꼭 닮은 두 사람. 전 세계를 여행한 할아버지가 영원히 안착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섬, 시드가 꼭 함께 하지 않더라도 할아버지가 적적하지 않을 만큼 온갖 친구들로 가득 찬 섬. 이런 곳이라면 할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와도 될거라 시드도 믿은 모양입니다.

할아버지가 정말 보고싶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섬을 떠나는 시드를 모두가 따뜻하게 배웅해 주었어요.

할아버지의 섬

섬에 갈 때 할아버지가 쓰고 있던 모자를 이제는 시드가 쓰고 있어요. 처음 바다를 향할 때 할아버지와 신나는 표정으로 노를 잡았던 시드의 표정이 돌아가는  배 안에서는 몹시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할아버지를 섬에 두고 홀로 떠나는 바다 역시 처음과는 달라보여요. 할아버지와 여행을 떠날 때 맑고 푸르렀던 바다는 어둡고 거칠어 보입니다. 파도는 높고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쏟아질 듯 하늘은 낮고 어둡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할아버지와 헤어져 무겁고 어둡고 두려운 시드의 마음을 꼭 닮아있어요 .

할아버지 없이 혼자 돌아오는 길은 무척 길었어요.
그리고 시드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요.

할아버지의 섬

다음 날, 시드는 다시 할아버지 집에 가보았어요. 모든 게 평소와 똑같았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그곳에 안 계셨어요. 다락방은 아주 조용했고 철문은 그곳에 없었어요.

시드가 할아버지의 다락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고 보니 편지가 하나 놓여 있었어요. 누가 보낸 편지일까요? 편지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요?

머나먼 곳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곳에 계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의 키가 한 뼘은 더 자랐을 시드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하네요. 할아버지가 곁에 계셨다면 토닥여주시며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우리 시드, 끝까지 무사히 아주 잘 해냈구나!”라고……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 그것은 상상 이상의 아픔과 고통을 몰고 옵니다.  때론 마음 속 커다란 상처가 되어 영원히 남아있기도 하죠. 시드는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자신의 상상 속 아름다운 곳에 남겨 두고 옵니다. 더이상 다리도 아프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동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말이죠.

할아버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곳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는 상상, 편안한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실 거라는 상상이 꼬마 시드의 상처를 조금은 더 부드럽게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린 손주의 아픔과 그리움을 뭉클한 글과 환상적인 그림으로 가슴 찡하도록 아름답게 담아낸 그림책 “할아버지의 섬”입니다.


할아버지의 섬
할아버지의 섬으로 떠나기 전 다락방의 모습(왼쪽), 여행에서 돌아온 후 다락방의 모습(오른쪽)

“할아버지의 섬”은 구석구석 볼거리가 참 많은 그림책입니다. 속표지 그림을 보면 시드의 상상 속 섬은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손수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 그림책 속에는 할아버지의 섬에 함께 따라간 친구들이 숨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의 다락방 모습을 비교하면서 할아버지의 섬에 할아버지와 함께 간 물건들을 찾아 보세요. 그 친구들이 섬에서는 어떻게 변신해 있는지도 살펴 보시구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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