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의 섬
(원제 : Grandad’s Island)
글/그림 벤지 데이비스 | 옮김 이야기별 | 예림아이
(발행일 : 2016/01/30)
★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벤지 데이비스의 “할아버지의 섬” 표지를 보는 순간 손자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일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갖 아름다운 새가 날아다니는 푸른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더 없이 파랗고 바다가 잔잔한 이곳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슬픔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림책을 열어보니 할아버지를 먼 나라로 떠나보낸 어린 손주의 상상이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답게 담겨 있는 이야기였어요.
할아버지와 커다란 나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시드는 할아버지 집에 자주 찾아가곤 했어요. 그날 역시 시드는 할아버지 집에 가서 익숙하게 화분 아래 놓아둔 열쇠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죠 . 그러자 보여줄게 있다며 할아버지는 다락방에서 시드를 부르셨어요.
전 세계를 탐험하며 모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한 할아버지의 다락방 한쪽 벽면에는 커다란 철문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시키는대로 시드가 철문 손잡이를 돌리자 눈앞엔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어요. 시드는 높고 커다란 배의 갑판 위에 서 있었구요.
환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철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시드 옆에서 가볍게 짐을 꾸리고 모자를 쓴 할아버지는 푸근한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정든 공간을 떠나기 전 잠시 회상에 잠겨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있는 것 같은 할아버지의 표정을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되네요.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 낸 후 먼 길 떠나는 분들의 표정이 이렇지 않을까, 나도 훗날 이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두 사람은 힘차게 뱃고동을 울리며 바다를 향해 출발했어요. 넘실 거리는 파도를 넘고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 위로 배를 몰며 나아가는 할아버지와 시드, 두 사람의 모습이 더 없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푸른 하늘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건너 할아버지와 함께 도착한 곳은 작은 섬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더 이상 지팡이가 필요 없었어요. 시드와 할아버지는 낡은 오두막을 깨끗하게 고쳐놓고 섬에서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시드는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경이로운 장관이 펼쳐지는 천국같은 섬에서 오랫동안 살고 싶었지만 어느 날 할아버지는 시드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시드, 너에게 꼭 해줄 말이 있단다…….
할아버지는 이제 여기에 남아야 할 것 같구나.”“네? 하지만 혼자서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요?”
“아니, 그럴 것 같지 않구나.”
섬을 둘러보며 미소를 짓는 할아버지 마음을 시드도 이해한 것이겠죠? 그 푸근하고 온화해 보이는 미소가 꼭 닮은 두 사람. 전 세계를 여행한 할아버지가 영원히 안착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섬, 시드가 꼭 함께 하지 않더라도 할아버지가 적적하지 않을 만큼 온갖 친구들로 가득 찬 섬. 이런 곳이라면 할아버지를 혼자 두고 떠나와도 될거라 시드도 믿은 모양입니다.
할아버지가 정말 보고싶을 거라는 말을 남기고 섬을 떠나는 시드를 모두가 따뜻하게 배웅해 주었어요.
섬에 갈 때 할아버지가 쓰고 있던 모자를 이제는 시드가 쓰고 있어요. 처음 바다를 향할 때 할아버지와 신나는 표정으로 노를 잡았던 시드의 표정이 돌아가는 배 안에서는 몹시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할아버지를 섬에 두고 홀로 떠나는 바다 역시 처음과는 달라보여요. 할아버지와 여행을 떠날 때 맑고 푸르렀던 바다는 어둡고 거칠어 보입니다. 파도는 높고 금방이라도 폭풍우가 쏟아질 듯 하늘은 낮고 어둡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할아버지와 헤어져 무겁고 어둡고 두려운 시드의 마음을 꼭 닮아있어요 .
할아버지 없이 혼자 돌아오는 길은 무척 길었어요.
그리고 시드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어요.
다음 날, 시드는 다시 할아버지 집에 가보았어요. 모든 게 평소와 똑같았지만 할아버지는 이제 그곳에 안 계셨어요. 다락방은 아주 조용했고 철문은 그곳에 없었어요.
시드가 할아버지의 다락방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창문을 열고 보니 편지가 하나 놓여 있었어요. 누가 보낸 편지일까요? 편지 속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요?
머나먼 곳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그곳에 계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마음의 키가 한 뼘은 더 자랐을 시드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하네요. 할아버지가 곁에 계셨다면 토닥여주시며 분명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예요. “우리 시드, 끝까지 무사히 아주 잘 해냈구나!”라고……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 그것은 상상 이상의 아픔과 고통을 몰고 옵니다. 때론 마음 속 커다란 상처가 되어 영원히 남아있기도 하죠. 시드는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자신의 상상 속 아름다운 곳에 남겨 두고 옵니다. 더이상 다리도 아프지 않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동물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말이죠.
할아버지가 나를 버리고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좋은 곳에 모셔다 드리고 돌아왔다는 상상, 편안한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실 거라는 상상이 꼬마 시드의 상처를 조금은 더 부드럽게 어루만져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린 손주의 아픔과 그리움을 뭉클한 글과 환상적인 그림으로 가슴 찡하도록 아름답게 담아낸 그림책 “할아버지의 섬”입니다.
“할아버지의 섬”은 구석구석 볼거리가 참 많은 그림책입니다. 속표지 그림을 보면 시드의 상상 속 섬은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손수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또 그림책 속에는 할아버지의 섬에 함께 따라간 친구들이 숨어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의 다락방 모습을 비교하면서 할아버지의 섬에 할아버지와 함께 간 물건들을 찾아 보세요. 그 친구들이 섬에서는 어떻게 변신해 있는지도 살펴 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