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 2017/12/06
■ 마지막 업데이트 : 2018/05/30


알레나의 채소밭
책표지 : Daum 책
알레나의 채소밭

(원제 : Le Potager D’Alena)
글/그림 소피 비시에르 | 옮김 김미정 | 단추
(발행 : 2017/09/11)

2017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나뭇잎을 떨군 앙상한 나뭇가지, 거리에 나뒹구는 빛바랜 나뭇잎들. 지나간 계절들이 남겨놓은 자취들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포근했던 지난 계절과 풍요로웠던 시간들을……

세심하게 순무를 돌보는 농부 아주머니가 그려진 표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그림책 “알레나의 채소밭”, 그림책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마음이 두근두근해집니다.

알레나의 채소밭

그림책 표지를 넘기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면지 그림입니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아이가 창문 밖 풍경을 응시하고 있어요. 초록색, 주황색으로 펼쳐진 바깥 풍경은 단조롭고 심심해 보이지만 살짝 치켜들고 있는 아이의 발뒤꿈치에서, 서랍장 위 작은 화분에 빼꼼 고개 내민 작은 식물에서 느낄 수 있어요.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설렘을……

알레나의 채소밭

오늘 아침도 나는 잡초투성이 밭을 지나
엄마랑 학교에 갔어요.

화면 왼쪽 작은 집에서 출발해 화면 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커다란 잡초밭을 지나 작은 오솔길을 따라 아이는 엄마랑 학교에 갑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로 보아서는 이른 봄인 모양이에요. 부지런한 양 떼들이 빈터에 나와 풀을 뜯으며 이른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알레나의 채소밭

나는 몰랐어요. 누군가 밭에 난 잡초를 뽑아 주고
땅을 숨 쉬게 해 주었다는 것을요.

오늘도 무심코 지나쳐 간 잡초 투성이 밭에 무언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몰랐어요. 부지런한 손길로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는 한 아주머니의 정성 어린 손길이 거쳐간 잡초밭은 이제 다른 모습으로 변신합니다. 잡초는 사라지고 흙덩어리만 남은 밭을 지나 예의 그 길로 오늘 아침에도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학교에 갔어요. 그리고 또 그 사이 누군가 다시 밭을 찾아와 밭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면서 정성껏 무언가를 돌보아 줍니다.

이야기는 반복됩니다. 아침마다 아이가 밭을 지나 엄마와 등교를 하고 그 사이 누군가 밭을 찾아 일을 합니다. 엄마와 학교에 가는 아침 등굣길은 늘 비슷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주변 풍경은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억센 잡초만 우거졌던 밭이 흙덩어리만 남았다 밭고랑이 만들어지면서 줄무늬가 생겨나고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조그만 새싹이 돋아나죠. 그제야 아이는 반짝이는 초록빛 새싹 앞에서 포근한 봄 냄새를 맡습니다. 그리고 무심히 지나치던 밭을 오랫동안 바라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알지 못해요. 그 밭을 그리도 정성스럽게 가꾼 이가 알레나 아줌마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알레나의 채소밭

몇 날 밤이 지났을까요
오늘 아침에 보니, 밭에 기적이 일어났어요!
엄마랑 나는 걸음을 멈추고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보며 감탄했어요.

기적처럼 변신한 채소밭을 바라보는 두 사람, 잠시 학교 가는 것도 잊은 모양이네요. 주변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는 집들도 아이와 엄마처럼 모두 깜짝 놀란 표정처럼 보이는데요.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한가로이 풀을 뜯으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양 떼들의 모습이 마치 득도의 경지에 오른 것 같아 보여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다음 날에는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났어요. 밭에 있던 양상추며 당근, 푸성귀들이 모두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거든요.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걸까요? 의문이 풀린 것은 마을장이 열리는 토요일 아침이었어요.

알레나의 채소밭

장날 온갖 싱싱한 채소가 진열된 채소 가게 앞에서 자신의 밭에서 기른 채소라면서 반갑게 맞이해주는 알레나 아줌마를 만나고서야 아이는 알게 되었어요.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땀방울과 기다림이 가져다준 선물이었음을……

나는 이제 알아요.
시간이 흐르고
다시 봄이 오면
채소밭은 또 변할 거라는 걸요.

신선한 채소를 한 바구니 가득 담은 아이에게서 감사의 미소가 잔잔히 피어오릅니다. 남은 채소를 정리하며 다음 계절을 기약하는 알레나 아줌마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초록과 빨간 색상을 주로 사용한 간결하고 생동감 넘치는 소피 비시에르의 일러스트가 돋보이는 “알레나의 채소밭”은 한 알의 과일과 신선한 야채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 거치게 되는 긴 과정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참신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알레나가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서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이들 덕분에 오늘도 우리 모두의 삶이 이렇게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것이겠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이들의 수고로움과 성실함이 감사한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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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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