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실수
책표지 : Daum 책
아름다운 실수

(원제 : The Book of Mistakes)
글/그림 코리나 루이켄 | 옮김 김세실 | 나는별
(발행 : 2018/02/07)


하얀 면지 위에 떨어져 번진 잉크 얼룩 두 방울, 실수였을까요? 그림을 그리려고 했는데 그리기도 전에 하얀 도화지 위에 잉크가 떨어지면 얼마나 속이 상할까요? 다시 그림책 표지로 돌아가서 보니 ‘실수’라는 글자도 살짝 삐뚤어져있어요. 글자 주변에도 잉크가 두 방울이나 떨어져 있고요. 하지만 풍선에 매달려 훨훨 날아가는 아이들은 작은 실수 따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것처럼 아주 즐거워 보입니다.

“아름다운 실수”는 의도하지 않았던 작은 실수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실수 때문에 시작한 새로운 시도가 가져온 놀라운 결과, 그 끝없는 노력의 과정이 신나고 멋지고 놀랍게 그려진 그림책입니다.

아름다운 실수

우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에요. 노란 풍선을 한 손 가득 들고 힘차게 달리는 아이, 커다란 아름드리나무에 매달려 자유롭게 놀고 있는 아이들, 하늘을 날고 있는 풍선,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요? 그런데,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의 시작은 아주 어이없는 작은 실수에서 시작되었답니다.

아름다운 실수

앗, 실수!

처음에는 그랬어요. 동그란 얼굴을 그린 후 눈을 그리려고요. 그런데 실수로 그만 한쪽 눈을 너무 크게 그리고 말았어요. 어쩌면 이제 막 시작했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작은 쪽 눈을 좀 더 크게 그리면 되니까요. 흠,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쪽 눈을 더 크게 그리는 실수를 저질렀어요.

아름다운 실수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동그란 안경을 씌우면 조그만 실수 하나쯤 별것 아니게 보이니까요. 자, 이제 정말 잘해봐야지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잘해 보려는 마음이 긴장을 불러일으킨 걸까요? 이번에는 팔꿈치는 너무 뾰족하게 그렸고 목은 너무 길게 그렸거든요.

또 실수예요.

또 실수를 했지만 실망하지 않아요. 긴 목에 나풀나풀 레이스와 쪼글쪼글 주름을 그려 넣고 팔꿈치에 장식도 그려 넣으니 나름 꽤 괜찮아 보여요.

작은 수풀은 개구리인지 고양이인지 젖소인지 알 수 없는 것을 그리는 실수 때문에 생겨났어요.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른 시도를 하는 동안 커다란 도화지 위에 조그맣게 시작했던 그림은 점점 더 풍성하게 변해갑니다.

아름다운 실수

신발과 땅 사이를 너무 떨어지게 그리는 바람에 롤러스케이트를 그려 넣었고 점점이 묻은 잉크 얼룩은 하늘로 흩어지는 나뭇잎처럼 보이게 그려 넣었어요. 모두 실수 때문에 시도한 건 맞지만 이런 생각들은 절대 실수가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는 동안 크고 작은 실수는 계속되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실망하지도 않아요.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다 방법이 떠오르기 마련이거든요.

작은 동그라미에서 시작한 그림이 잦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점점 멋진 그림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당장에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얀 도화지만 보면 그저 막막하곤 했는데 그건 아마도 실수하면 어쩌지 하는 막연한 공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실수=실패’가 아닌데 지금껏 우리는 그렇게 생각해 왔으니까요.

아름다운 실수

한쪽 눈을 크게 그리는 실수에서 시작된 그림은 이렇게 변신했어요. 실수를 만회하고 다시 만회하고 또 다른 실수를 하게 되면 또 다른 아이디어를 떠올리면서 그려낸, 연속된 실수들이 만들어낸 그림입니다. 어떻게 그려졌는지 지금까지의 과정을 알지 못한 채 완성된 이 그림만 보았다면 사람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멋진 그림이 수많은 실수들로 이루어진 그림이라는 사실을, 그 실수 하나하나가 얼마나 아름다운 실수였는지를…

보이나요?

이런저런 실수들이
아이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말이에요.

알겠나요?
그래요.
실수는 시작이기도 해요.

위 장면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이 아니랍니다. 그림책이 끝나는 순간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림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 꼭 살펴보세요.

사각 프레임 안, 동그라미 하나에서 시작된 그림이 실수 때문에 변신을 거듭하는 과정을 줌아웃 방식으로 보여주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구성한 그림책을 보다 보면 작가의 유연한 사고방식과 이야기의 참신한 전달 방식에 놀라움과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실수 때문에 생긴 멋진 그림,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한 권의 멋진 그림책,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그 정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힘이라는 사실을 짧고 간결한 글과 멋진 그림의 변신으로 보여주는 그림책 “아름다운 실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우리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데려갈 거예요. 실수는 새로운 기회고 시작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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