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오줌싸개 대장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

(원제 : I Have To Go!)
로버트 먼치 | 그림 마이클 마르첸코 | 옮김 김은영 | 다산기획
(발행 : 2018/11/05)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이란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만 보고도 감이 오시죠? 대략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번역 제목도 그렇지만 원서 제목인 “I have to go!”를 보고 표지를 다시 보니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어요. 놀란 얼굴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엄마 그 곁에서 잔뜩 긴장한 아빠, 그리고 그 뒤에 반쯤 넋이 나간 듯한 아이 표정이 이 모든 상황을 아주 완벽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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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으로 출발하기 전 엄마는 앤드류에게 ‘쉬~ 하고 가자’고 말했어요. 하지만 앤드류는… (그림만 보고도 뭐라 했을지 단번에 알아보시겠죠? ^^) 단호하게 안 마렵다고 말했죠. 화장실에 다녀오라는 아빠의 말에 앤드류는 고집을 부립니다.

“싫어, 싫단 말이야.
하나도 안 마렵다니까.”

아이들은 다 똑같은가 봅니다. 어린 시절 제 동생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제 조카들을 보는 것 같기도 한 기분, 흠 물론 저도 그랬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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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띠를 매고 책도 담뿍 주고 장난감도 듬뿍 주고 드디어 할머니 댁을 향해 차가 출발합니다. 그런데  출발한지 일 분도 안 되어 앤드류가 말했어요.

“쉬~ 마려워!”

차에 탄 세 가족의 표정이 압권이군요. 오줌싸개 대장님의 말 한마디에 엄마와 아빠는 ‘뭐라고?’, ‘아휴!’하고 탄식을 지를 수밖에요.

고집불통 앤드류를 데리고 할머니 집까지 가는 길은 정말 멀고 험난합니다. 금방 휴게소에 도착하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했지만 앤드류는 ‘지금 쌀 것 같다’는 어마 무시한 폭탄 발언을 서슴지 않아요. 겨우겨우 내려주니 쪼르르 달려가 수풀 뒤에서 볼일을 마치고는 세상 다 가진 듯 시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앤드류, 그 곁에서 아빠는 완전히 지친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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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예요. 밖에 나가 놀고 싶다는 앤드류에게  옷을 입기 전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온가족이 모두 오줌 안 마렵냐고 물었지만 앤드류의 대답은 딱 하나였어요.

“아니, 아니. 하나도 안 마려워.”

지퍼 다섯 개를 채우고 단추 열 개, 똑딱단추 열일곱 개를 잠그며 삼십 분에 걸쳐 옷을 껴입고는 뒷마당에 나서자마자 앤드류가 소리친 말은 ‘나, 쉬~ 마려워!’란 단 한 마디였죠.

그렇게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 앤드류의 하루가 흘러갑니다. 앤드류의 옷을 입히고 벗기고 다시 입히고 벗기면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의 하루도 후다닥 흘러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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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들기 전 쉬하고 자라고 말했지만도 앤드류는 절대 절대 쉬가 마렵지 않아요. ‘안 마려워, 정말 안 마렵다니까’라는 똑같은 말의 반복일 뿐이죠.^^

그런데 오늘 밤 어쩐 일일까요? 분명 불 끄자마자 호출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앤드류의 방이 조용합니다. 모두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서 기뻐했어요. 정말 잠든 것 같다면서… 하지만 잠시 후 앤드류는 이렇게 말했어요.

“있잖아~, 나 오줌 쌌어!”

이거 오줌 마려워보다 더 최악의 상황,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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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자리에 들었던 앤드류가 한참만에 큰 소리로 할아버지를 불렀어요. 보나 마나 ‘나, 쉬~ 마려워!’할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이번만큼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할아버지 오줌 안 마려워요?”
“그래, 지금 화장실 가려던 참이다.”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화장실로 향하는 앤드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반짝입니다. 그날 밤 앤드류는 아무 소리 없이 푸욱 잘 잤어요.

컴컴한 복도에서 화장실까지 걸어가며 다정하게 마주보는 할아버지와 앤드류의 모습에 왜 이리 가슴이 찡해질까요? 기저귀를 떼고 쉬를 가릴 무렵 언제 화장실에 가야 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그걸 처음 가르쳐 준 사람이 있었을 텐데 그분이 누구였는지 지금은 까맣게 잊고 없다는 사실이 문득 떠올라서일까요? 작은 일 하나하나 사랑으로 가르치고 알려주신 분들, 그분들의 수고와 정성에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느리지만 조금씩 오늘 하루도 성장하고 있는 세상 수많은 앤드류들, 아이들은 사랑 속에서 배우고 사랑 속에서 성장합니다. 그러면서 또 언젠가는 그 누군가에게 그 사랑을 물려줄 테고요.

일상의 소재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로버트 먼치, 다양한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한 마이클 마르첸코의 그림이 어우러져 큰 웃음을 선사하는 그림책 “대단한 오줌싸개 대장”, 육아의 고충(?)과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한 걸음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 한 권에 유쾌하게 웃어보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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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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