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연못

또 다른 연못

(원제 : A Different Pond)
글 바오 파이 | 그림 티 부이 | 옮김 이상희밝은미래

(발행 : 2018/12/10)

※ 2018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 2018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하늘도 연못도 푸른빛으로 가득합니다. 별빛 총총한 밤, 낚싯대를 드리운 아버지 옆에 서있는 어린 소년,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이 풍경 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2018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작품 “또 다른 연못”을 쓰고 그린 작가 바오 파이와 티 부이는 모두 베트남계 미국인이에요. 1975년 전쟁을 피해 베트남을 떠나 미국으로 망명한 부모를 따라 간  바오 파이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이 그림책 속에는 낯선 땅에서 고단한 삶을 살았던 그 시절 이민자들의 애환과 작은 불씨같은 희망이 아련하게 담겨있어요.

또 다른 연못

이른 새벽 조용히 아빠가 소년을 깨웁니다. 노란 알전구 불빛이 주방을 환히 밝히는 새벽, 1982년을 가리키는 달력이 오래전 기억들을 소환하는 것 같아요. 이미 나갈 준비를 마친 아빠 뒤에서 미처 잠에서 깨지 못한 어린 소년이 눈을 비비며 서있어요. 채 물러나지 않은 어둠이 푸른빛으로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이른 새벽, 두 사람은 낚시 도구를 챙겨 집을 나섭니다.

또 다른 연못

이른 새벽 외출은 아빠와 아들이 함께 떠나는 근사한 새벽 낚시 여행이 아닙니다.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 푯말이 박힌 연못으로 아빠는 가족들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에요.

“다른 직업을 구했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먹거리 낚시를 계속해요?
“미국 물건들은 하나같이 아주 비싸단다.”
그러면서 내 손을 꽉 쥐는 아빠 손에서 굳은살이 잡혀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아버지의 굳은살 가득한 손, 어린 소년은 아버지의 삶의 무게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또 다른 연못

아빠가 낚시를 하는 동안 소년은 아빠에게 배운 그대로 모닥불을 피웁니다.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가 소년에게 피라미를 바늘에 끼워보라 말하지만 소년은 그것만큼은 질색이에요. 작은 물고기를 해치고 싶지 않았거든요. 곧 큰 물고기에게 잡아먹힐 운명에 놓인 피라미들을 바라보는 소년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이민 온 나라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자신들의 모습처럼 느껴졌기 때문 아닐까요?

또 다른 연못

아빠는 소년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운 고향에 있던 또 다른 연못 이야기,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은 동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연못 주변이 희뿌옇게 밝아옵니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난 차를 타러 가면서 나무들을 뒤돌아봐요.
아빠가 떠나온 나라의 또 다른 연못에선
나무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요.

소년의 상상 속 고향의 또 다른 연못은 어떤 모습일까요? 추억으로 가득한 공간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단순한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가 되어 영원히 자리 잡고 있죠. 아버지의 고향 연못 역시 그런 공간입니다. 아버지의 연못을 조용히 그려보는 것은 아버지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소년의 마음일 것입니다.

또 다른 연못

푸른 새벽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옵니다. 소년은 차창으로 들어온 햇빛을 금빛이 아닌 파란색과 회색이 섞여 흐릿한 빛이라 표현했어요. 흐릿한 빛으로 가득한 거리,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짐으로 가득한  짐수레를 끌고 있는 어느 노동자의 발걸음 역시 그 흐릿한 빛에 짓눌려 힘겨워 보입니다.

부모님이 일하러 나간 후 소년은 이른 새벽 잡아온 물고기를 요리해 맛있게 나누어 먹는 단란하고 행복한 저녁 시간을 상상합니다. 그 시간을 상상하는 소년의 마음속에는 멀리 떨어진 연못에 사는 물고기들이 꿈틀꿈틀 헤엄치고 있어요. 아버지의 연못, 소년의 마음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연못에서요.

글을 쓴 바오 파이는 그 시절 악전고투하며 살아가야 했던 부모님의 삶에 존경심을 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합니다.  “우리가 했던 최선의 선택”이란 그래픽 노블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난민의 아픔을 처절하게 보여준 바 있는 작가 티 부이는 이 그림책에서도 한 편의 그래픽 노블을 보는 듯한 아련하고 깊이감 있는 그림으로 이야기의 느낌을 한층 잘 살려냈어요.

가족 간의 사랑, 떠나온 조국에 대한 그리움,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이주민과 노동자들의 삶을 잔잔하게 그려낸 그림책 “또 다른 연못”, 아빠의 이야기를 통해 가보지 못한 그곳을 아련하게 마음속에 품는 소년의 이야기가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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