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원제 : Entrez!)
세바스티엥 조아니에 | 그림 요안나 콘세이요 | 옮김 최성웅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03/05)


그림책이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넵니다. “어서 오세요”라고. 안녕하세요, 고마워요, 어서 오세요, 잘 자요… 누구에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말,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는 말, 마음이 따스해지는 말, 짧지만 힘이 센 말이에요.

내추럴한 느낌의 크라프트지 위에 그린 그림 위에 잠시 손을 얹어 놓고 눈을 감아봅니다. 그림들이 건네는 온화한 에너지가 마음을 더욱 따스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아요.

이 세상에는
우리 아빠,
우리 엄마……

그리고 내가 있어.
아, 뭔가 깜박한 것 같다.
다시 해 볼까.

어서 오세요

‘이 세상에는’으로 시작해 아빠, 엄마, 나… 우리 가족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뭔가 깜박한 게 있다면서 ‘또 무엇이 있을까?’하는 질문을 반복해 던지며 주변으로 범위를 점점 넓혀가며 나갑니다.

스쳐 지나가는 바람, 빛?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사랑이죠. 가족은 사랑으로 시작된 가장 작은 집단이니까요. 커다란 빨간 주전자에서 끝도 없이 사랑이 쏟아져 나올 것 같아요. 나풀나풀 가족 주변을 맴돌고 있는 나비는 사랑의 상징입니다.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요. 완벽하다 생각한 이 순간에도 뭔가 놓쳐 버린 것은 없는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은 없는지.

어서 오세요

아빠와 엄마, 나 그리고 그 곁에 머무는 사랑, 꽃보다 환한 웃음이 함께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래, 이 세상에는
아빠와 엄마, 나,
사랑과 웃음.
그리고 우리가 나아갈 길이 있어.
그 길로 같이 걸어가자.
함께 나아가자

의문을 품고 있는 아이 앞에 하나하나 존재들이 실체를 드러내며 나타납니다. 나와 꼭 함께 해야 할 것들, 세상에 꼭 존재해야 할 것들, 의미를 부여받은 존재들이 주변을 점점 채워갑니다.

어서 오세요

가지마다 다양한 포즈로 앉아있는 다양한 사람들, 수줍은 미소를 짓는 소녀, 나뭇가지에 거꾸로 물구나무 서기하는 개구쟁이 소년, 새, 고양이, 강아지, 꽃, 열매… 그들의 미소가 새삼 따사롭게 느껴지는 건 어쩌면 내가 이제껏 이들을 애타게 찾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요? 언제나 이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서 오라고,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이에요.

길이 있었어요. 그 길 위에 그들이 있었죠. 하지만 아직도 완벽하지 않아요. 이곳 아직도 뭔가 빠진 것 같아요. 아빠와 엄마, 나 사람들, 사랑하고 웃으며 함께 길을 걷는 이곳에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무엇이 있어야 좀 더 완벽해 질까요?

어서 오세요

이제 여기에 너만 오면 돼.
너도…… 올 거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너를 위해 남겨둔 공간, 그곳을 채울 사람은 바로 당신이에요.

언제든 편하게 오라고 언제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들이 내게 말했듯 내가 수줍게 고백합니다. 네가 비워둔 이곳을 꼭 채워달라고, 우리 함께 하자고.

처음 사랑을 가르쳐 준 이, 믿음이 무엇인지 기쁨이 무엇이고 슬픔이 무엇인지를 내게 가르쳐 준 세상 모든 이들. 그 수많은 관계들을 거치며 조금씩 더 단단해져 오늘의 내가 만들어졌겠죠. 그림책을 다 읽고 나면 세상을 향해 둥글고 따스한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내게 손 내밀어 주었던 것처럼 나도 슬며시 손 내밀고 싶어집니다.

온화한 에너지로 가득한 그림책 “어세 오세요”, 작은 손 내밀어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곳으로 어서 오세요.


※ 함께 읽어 보세요 :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