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바캉스

식당 바캉스

글/그림 심보영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07/22)


여름휴가 다녀오셨나요? 지난해 여름이 워낙 더워서 그랬는지 올여름은 그런대로 지낼만하네… 하다 보니 여름이 끝난 것 같아 뭔가 좀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이 여름, 다들 어떠셨는지요.

“식당 바캉스”는 다양한 이유로 아직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준비한 그림책입니다. 여름휴가는 이미 갔다 왔지만 그럼에도 가는 여름이 아쉬운 분들 계시다면  어서 합류하세요. 두 팔 벌려 환영합니다.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

식당 바캉스

오늘도 어제 같은 일상이 시작되었습니다. 헐레벌떡 서둘러 출근했지만 직장 상사의 눈치로 시작하는 무거운 아침이에요. 산더미처럼 쌓인 일에 치이다 보면 어느새 밤. 이미 퇴근 시간을 훌쩍 넘겨버렸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해요.

바로 오늘처럼 말이에요.

가끔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그 때문에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에요. 야옹 사장님이 건넨 티켓을 들고 사장님 대신 출장을 떠나게 된 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야옹 사장님이 건넨 것은 식당 바캉스 1회 무료 티켓이었어요.

식당 바캉스

발걸음도 가볍게 차림새도 가볍게 바캉스 떠나듯 회사를 나섭니다. 아침 출근길과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 되어서요.

그런데 식당 바캉스라니 어떤 걸까 궁금해지네요. 식당 바캉스는 시원한 온천, 고소한 공연, 든든한 쇼핑, 달달한 꿀잠으로 구성된 패키지여행이에요. 이번 여행을 책임질 든든한 가이드를 따라 폭신폭신 달달한 붕어빵 버스를 타고 바캉스를 떠납니다. 구불구불 골짜기를 따라가다 보니 온갖 재미있는 먹거리들로 가득한 신기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식당 바캉스

꽃게 향 그윽한 뜨끈한 어묵 온탕, 귀염둥이 펭귄들과 함께 시원한 냉면 냉탕을 돌며 시원한 온천 코스를 즐기다 보면 묵은 피로가 싸악 날아갑니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달걀 반숙과 애호박과 시금치와 버섯, 은행들이 고소한 참기름 댄스를 추는 비빔밥 공연을 보고 나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도 훌쩍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싶어요.

신나게 풀고 재미나게 즐기고 나면 다음은 귀엽고 사랑스러움으로 가득한 쇼핑 코스가 기다리고 있어요. 노란 레몬 가방, 보라색 가지 신발, 고소한 김밥 침대, 바삭바삭 돈가스 소파… 구경만 해도 군침이 꿀꺽! 먹거리를 닮은 소품들의 유쾌 발랄함에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식당 바캉스

적절한 순간 식당 바캉스의 끝자락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마음에 쏙 드는 침대를 골라 달달한 꿀잠에 빠질 시간이에요. 식빵 침대, 피자 침대, 만두 침대… 어디서 자야 가장 개운하게 꿀잠을 잘 수 있으려나요?

이런저런 침대를 고르던 주인공이 이끌린 것은 익숙한 냄새에 이끌린 옛날 손 짜장집. 어릴 때 먹었던 그 맛 그대로의 짜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난 주인공의 얼굴에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행복함이 밀려옵니다. 서비스로 주인 할머니가 얼굴에 묻은 짜장을 깨끗이 닦아 주셨어요. 그 옛날 엄마나 할머니가 해주셨던 것처럼. 어찌나 싹싹 닦아 주셨는지 앗, 수염까지 싸악 지워져 버렸네요.

식당 바캉스

할머니 덕분에 어린 시절로 돌아갔어요. 햇살 같은 그 얼굴, 그 표정으로. 그 시절 그랬던 것처럼 모든 근심 걱정 다 내려놓고 할머니가 갓 만들어주신 따끈따끈 오므라이스 침대로 쏘옥 들어갑니다. 꿀잠이 단꿈이 절로 찾아드는 아름다운 밤입니다.

오직 재미있게 놀겠다는 일념 하나만으로 하루 온종일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 그렇게 신나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엄마가 펼쳐주신 뽀송뽀송 포근한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가 세상모르고 단잠에 빠져들곤 했죠. 노란 계란 이불 덮고 새근새근 잠든 주인공 표정이 그 시절의 내 표정입니다. 밤새 내일의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보약 같은 달콤한 잠, 내일도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아야지 생각하고 잠드는 행복한 밤이 그림책 속에 담겨있습니다.

메마르고 각박한 하루의 피로를 날려주는 맛있는 풍경을 가득 담은 그림책 “식당 바캉스”, 네모난 회색빛 콘크리트 속에 갇힌 메마르고 우울한 일상이 알록달록 색깔을 되찾아가는 동안 함께 행복을 느끼셨나요? 진짜 행복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는 것인데, 우리는 이 중요한 것들을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그만 잊은 채 살고 있었나 봅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다시 그곳에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2 Replies to “식당 바캉스

  1. 언제부턴가 TV를 틀면 온통 먹방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이 그림책도 그런 사회적 풍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그림책 소개에
    언제나 감사하고 있답니다. ^^

    1. 먹는다는 건 가장 쉽고 빠르게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먹방을 통한 원초적 본능 충족+대리 만족이랄까요? ^^
      반갑습니다. 서재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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