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원제 : Ein Blatt im Wind)
호세 사나브리아, 마리아 라우라 디아즈 도밍게스 | 그림 호세 사나브리아
옮김 문혜정 | 아르볼
(발행 : 2018/11/20)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모두가 잠든 새벽 신문이 만들어집니다. 신문에 빼곡한 기사들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 여념이 없는 동안 기자들은 하루 온종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을 겁니다. 훈훈한 미담을 찾아서, 엄청난 사건 사고 현장들을 쫓아서 말이죠.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그렇게 만들어진 신문들은 밤새도록 전국 각지로 보내져서 이른 아침이면 전국 가판대에서 누군가 자신들을 읽어주기를 기다립니다. 오늘의 첫 번째 독자는 단란한 한 가족입니다. 이 가족들은 어떤 소식이 궁금해서 이렇게 일찍 신문을 사러 나왔을까요?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그렇게 한 부 한 부 팔려나가며 각양각색의 신문들은 저마다 품고 있는 다양한 소식들을 사람들에게 전합니다. 딱 한 부만 빼고 말이죠.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가판대 위에 놓여 있던 팔다 남은 신문 한 부가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날아갑니다. 한 장 한 장 바람결에 몸을 싣고 사방팔방 흩어져 날아갑니다.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첫째 장은 힘들게 일하며 살아가는 아주머니에게 날아가서 거울을 깨끗하게 닦는 일을 거들어 줍니다. 둘째 장은 새장 안에 가지런히 깔린 채 새똥받이로 사용되구요. 셋째 장은 종이배가 되어 소년과 놀아주었어요.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높은 건물에 매달린 채 페인트 칠을 하는 이를 위한 멋진 챙모자가 되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짝사랑에 빠져 멀찌감치 숨어 그녀를 몰래 바라보는 청년에겐 수줍은 은신처가 되어줍니다.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않는 연인들에게서 사랑을 배우고, 어쩔 도리 없이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소년에게서 삶의 아픔도 배웁니다. 벽난로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따뜻함을 배우기도 하고, 노숙자를 꼭 끌어안으며 추위도 알게 됩니다.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그리고 마침내 한 아저씨의 손에 쥐어진 마지막 남은 신문 한 장.

아저씨는 나처럼 슬퍼 보였어요.
아저씨는 나를, 나는 아저씨를 바라보았어요.
처음이었어요.
누군가 내 이야기를 읽어 준 것은.
아저씨는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던 기사를 발견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식이었어요.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

소식은 아저씨를 멀리멀리 데려가 주었어요.
바람에 날린 신문처럼요.

아저씨를 행복하게 한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나는 이제 알아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요.

과연 어떤 기사가 담겨져 있었길래 아저씨가 저토록 기뻐 했을까요? 하늘 높이 끝도 없이 날아갈만큼 말이죠. 비록 그 기사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그 소식을 아저씨에게 전해준 신문의 마음이 얼마나 뿌듯하고 행복했을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겠죠.

작가는 여러 장의 신문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저마다의 쓰임새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과 행복의 의미를 되짚어줍니다. 내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우리 가슴은 벅차오릅니다. 작은 일에서건 큰 일에서건 나의 수고와 노력이 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큼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약자와 다수의 민중이 아닌 소수의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진실이 아닌 왜곡을 보도하고 화합이 아닌 대립을 조장하는 요즘의 언론인들에게 이 그림책을 권합니다. 여러분이 쓴 기사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지, 이 세상을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는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정의의 편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는지 한 번쯤 돌아보길 권합니다.

바람에 실려 온세상을 누비며 작은 신문이 찾은 커다란 행복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해 주는 그림책 “바람에 날린 작은 신문”이었습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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