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는 법

태어나는 법

글/그림 사이다 | 키다리
(2023/03/03)


긴긴 하루를 마치고 내일 아침 일어나면 커피부터 한 잔 마셔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잠드는 시간을 사랑합니다. 하루 딱 두 잔, 매일 같이 다시 리필되는 오늘의 커피는 오늘만 누릴 수 있는 행복입니다. 작은 행복이 오늘 또 채워졌습니다. 태어난 덕분입니다.

밤이 되어 잠이 들면 어제의 나는 죽습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뜰 때 오늘의 내가 태어납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다릅니다.
어제의 나는 이런 책들을 만들었습니다.
『가래떡』, 『고구마구마』, 『풀친구』, 『너와 나』, 『심장도둑』, 『고구마유』
그리고 『태어나는 법』
오늘의 여러분들이 읽어 주실 테니 감사합니다. 하하

작가의 말을 읽고는 나도 따라 하하 웃었습니다. 커피를 위해 아침마다 행복한 기분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 세상에 처음 올 때에도 분명 이런 기분이었을 거예요.

태어나는 법

태어나는 법

하늘에서 내려오기도 하고 물에 둥둥 떠내려오기도 하고 누군가의 몸에 붙어서 오기도 하고… 이곳을 찾아오는 생명들은 모두 푸른색 에너지를 품고 있어요. 물결처럼 출렁이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우리를 살린, 생명으로 태어나게 만든 힘입니다.

힘차게 생명들이 깨어납니다. 하나의 세계가 깨어지고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거북이의 세상이 열리고 새들의 세상이 열리고 물고기의 세상이 열리고 꽃과 나무의 세상이 열리고 엄마 덕분에 아기 캥거루의 세상이 열립니다. 아기 캥거루 덕분에 캥거루는 엄마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생명과 생명의 연결, 세상에 혼자인 생명은 없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생명은 이제 저마다 다 다른 모습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 가득한 푸른빛, 사이다 작가는 근원적 생명의 에너지는 어떤 순간이라도 변치 않는다는 사실을 이렇게 근사하게 표현했어요.

태어나는 법좋은 날만 가득하기를 바라며 세상에 왔지만 때론 살기 위해 있는 힘껏 달려야 하고 숨차게 도망쳐야 할 때도 있어요. 티끌 같은  자신의 초라함을 발견하고 그만 뚝뚝 눈물을 흘리는 날도 있죠. 철저히 부서지고 부서져 이대로 끝장이라 생각하는 날도 있을 테고요.

아무리 힘들고 아픈 순간에도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그래도 걱정하지 마.

우리도 모르는 힘이 숨겨져 있어.
다시 태어나는 힘!

매일매일 태어나고 태어나고 또 태어납니다. 태어나 자라고 또 자라면서 나를 이룬 그 수많은 시간의 힘이 오늘의 나를 만들어냅니다. 살아가는 힘, 나를 지켜주는 힘, 나를 살리는 힘,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 내일 또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힘, 그것이 태어나는 힘! 우리가 지금 여기 이 순간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여기 태어나길 잘 했다고, 오늘도 함께 힘차게 잘 살아보자고 응원하는 그림책 『태어나는 법』, 찢어 붙여 완성한 종이의 질감에서 강렬한 삶의 힘을 느낍니다. 내 안의 힘을 믿고 오늘을 시작합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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