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책표지 : 노란상상
집으로 가는 길(원제 : Camino A Casa)

글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라파엘 요코탱, 옮김 김정하, 노란상상

※ 2010년 IBBY 영예 도서 선정작

※ 2007년 멕시코 ‘바람 끝에서 상‘ 수상작


그림책 “집으로 가는 길”을 쓴 하이로 부이트라고와 그림을 그린 라파엘 요코탱(이름들이 감당이 안되네요 ^^)은 콜롬비아에서 활동하는 그림책 작가들입니다. 옮긴이 김정하는 스페인어권에서 나온 책들을 주로 번역해서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고 합니다.(그중에 “나무는 숲을 기억해요“라는 그림책은 저도 봤는데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미 작가의 그림책은 이 책이 처음입니다. 제 경우엔 콜롬비아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축구를 빼고는 모두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들 뿐입니다. 마약, 게릴라, 내전… 이런 나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아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걸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의 첫 장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뒷면지를 바라 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좋기도 했지만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들려 줄 수 있는 이야기는 참 무궁무진하구나 하는 생각, 사람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그림책 역시 그 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구나 하는 생각…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나라 다양한 문화를 접하며 자란 아이들은 넓고 깊은 생각, 풍부한 상상력을 키우며 자라겠구나 하는 생각들 말이죠.

집으로 가는 길
(좌) 앞쪽 면지 | (우) 뒷쪽 면지

콜롬비아는 50년 가까이 내전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나라죠. 얼마 전 콜롬비아 대선에 관한 기사도 과연 이번 선거 결과로 내전을 종식 시킬 수 있을 것인가…(한겨레. 2014/06/08) 뭐 이런 식일 정도로 말이죠. “집으로 가는 길”은 콜롬비아 내전 중 가장을 잃은 한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을 펼치면 가장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앞쪽 면지에는 사자와 아이가 나란히 걷는 발자국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책을 다 읽고 난 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무렵 만나게 되는 뒷쪽 면지에는 사자의 발자국은 간데 없고 아빠의 발자국이 아이와 나란히 걷고 있습니다.

아빠를 잃은 슬픔을 딛고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늘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는 꼬마 아가씨의 희망을 담은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 함께 보시죠.


집으로 가는 길

첫 장면은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여자 아이와 사자의 만남입니다. 꽃을 건네 주는 아이를 내려다 보는 사자의 모습, 용맹함보다는 자상함과 포근함이 느껴지는 표정입니다. 사자 뒷쪽으로 동상 받침이 하나 보입니다. 동상은 보이질 않고 ‘1948’이라고 쓰여진 안내판만 있습니다.(참고로 1948년은 콜롬비아 내전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가져 온 ‘라 비올렌시아’라 불리는 내전이 시작된 해입니다)

아마도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던 아이는 길가에 세워진 사자 조각상을 바라 보며 아빠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빠가 있다면 데리러 와 주었을텐데… 하는 그리움과 아쉬움 말이죠.

집으로 가는 길

아이 혼자 걸어다니기엔 너무나 먼 거리, 아이는 사자가 함께 해줘서 든든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린이집에 들러 동생을 찾아서 데려 오고, 저녁 찬거리 사러 가게에도 들립니다. 그리고는 동생을 위한 저녁상도 제법 그럴싸하게 차려 내는 아이. 발판을 딛고 올라서야만 가까스로 조리대에서 뭐든 할 수 있을만큼 아직 작고 여린 여자 아이지만 하는 짓은 어른 마냥 의젓합니다.

조금 있으면 엄마가 오실거야.

그때까지 함께 있어 줄래?

제 스스로 척척 알아서 하면서도 가슴 속의 허전함을 혼자서 달래기엔 역부족인가봅니다. 엄마가 올 때까지만 사자가 자기와 동생 곁을 지켜줬으면 하는 아이.

집으로 가는 길

사자와 동생과 함께 엄마를 기다립니다. 버스가 지나간 자리에 종일 보고 싶었던 엄마가 서 있습니다. 여자 아이와 동생은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보지만 엄마는 고된 하루에 지쳤는지 아이들을 보고 함께 손 흔들어 줄 기운 조차 없는 듯 합니다.

집으로 가는 길

엄마가 돌아왔으니 남매를 지켜 주던 사자는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나봅니다. 엄마, 동생, 그리고 여자 아이 세식구가 낡은 침대에 나란히 누웠습니다. 엄마는 내일 또 다시 반복될 힘든 하루를 견디기 위해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아직은 엄마 품이 그리운 동생은 엄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 잠이 든 모양입니다. 꿈 속에서 엄마와 잔디밭을 뛰어 다니며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지 잠든 아이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아직 잠들지 못한 건 여자 아이뿐입니다. 엄마에게 매달린 채 잠이 든 동생과는 대조적으로 머리맡에 있는 무언가를 어루만지며 바라 보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행복한 가족 사진이 담긴 액자였군요. 액자 속엔 한 사람이 더 있습니다. 아빠… 아이가 잠 못든 채 어루만지고 있던 것은 아빠였습니다. 낮에 집으로 돌아 오던 길에 사자에게 건네 줬던 노란 꽃이 아빠 사진 앞에 놓여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테이블 옆에 쌓여 있는 신문엔

1985년 분쟁으로 수만 명이 가족 잃어…

라는 표제의 기사가 눈에 들어 옵니다. 아마도 이 때 이 가족은 아빠를 잃은 모양입니다.

아빠의 넓은 가슴에 안겨 있는 엄마, 갓 태어난 동생, 그리고 여자 아이… 바닷가에서 단란한 한 때를 보내던 시절의 가족사진과 노란 꽃이 잿빛 신문 기사와 묘한 대비를 이루며 아이의 그리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빠를 보며 아이는 내일 또 하루를 버티게 해 줄 희망과 용기를 가슴 속에 싹 틔울 수 있으려나요…


엄마가 돌아 온 후 사자를 떠나 보내면서 아이는 이런 말을 합니다.

가고 싶으면 가도 돼.
하지만 내가 부르면 언제라도 다시 와 줘.
꼭!

이라고 말이죠.

아이에게 사자는 수호천사처럼 늘 곁에서 자신들을 지켜 주는 아빠입니다. 그리고 힘들고 무서울 때, 아빠가 그리울 때 아이 자신을 지탱해 주는 아이 가슴 속에 담긴 희망과 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