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사이소

갈치 사이소 :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

글 보리 | 그림 이영숙 | 보리
(발행 : 2005/05/31)


“갈치 사이소”, 정겨운 사투리가 귓가에 그대로 들려오는 듯 합니다. 위에서 내려다 본 구도로 그린 생선 좌판은 그대로 우리를 시장 한복판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거기에서 비릿한 생선 냄새가 실려오는 것 같아요. 엄마가 노릇하게 구워준 갈치구이가 먹고 싶어집니다.

남이 할머니는 새색시 때부터 자갈치 시장에서 생선을 팔았어요. 물고기라면 없는 게 없는 자갈치 시장. 남이 할머니를 따라 자갈치 시장 구경에 나섭니다.

새벽 4시 30분이면 시장에 나오는 할머니는 바지를 세 벌, 양말도 세 켤레나 껴입고 덜덜거리는 손수레를 밀면서 제일 먼저 경매장으로 향합니다.

갈치 사이소

밤새 잡은 생선들이 경매장에 다 모여있어요. 문어, 우럭, 아귀, 홍어같이 익숙한 물고기도 있고 가숭어, 달강어같이 생소한 물고기도 보입니다.

경매사 아저씨가 경매를 시작하면 상인들은 재빠르게 값을 부릅니다. 북적대는 자갈치 시장의 하루는 이른 새벽 경매장에서 시작됩니다. 생선 나르는 사람, 진열하는 사람, 밥 나르는 아주머니, 어스름 새벽을 가르며 부두로 들어오는 어선들, 갈매기들… 활기로 가득한 새벽 시장 풍경이 커다란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어요.

갈치 사이소

할머니는 경매장에서 낙찰받은 생선을 손수레에 싣고 오징어 배가 들어오는 부두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깁니다. 배에서 줄줄이 내려지는 오징어 상자. 상자를 나르는 사람, 짐차에 싣는 사람, 오징어 그물에 걸린 상어를 끌고 가는 사람. 어둑한 시장 곳곳이 그들이 내뿜는 열기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북적북적 시끌시끌 왁자지껄 넘치는 활기가 종이를 뚫고 나와 내게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에요.

갈치 사이소

경매장, 부두, 건어물 가게, 그리고 고둥 가게 차례대로 지나가며 할머니의 손수레 위에 생선 상자가 계속해서 쌓여갑니다. 경매 받은 고등어, 명태, 갈치, 부두에서 산 오징어, 병어, 아귀까지 실은 손수레를 밀고 가는 할머니 얼굴이 아침 햇살처럼 환하게 밝아집니다. 수레를 미는 할머니의 두 팔이 새벽을 활짝 여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침 7시
할머니가 가게를 열었어요.
갈치를 가지런히 늘어놓고
고등어도 맵시나게 쌓아 두었어요.
한쪽에는 소금이랑 얼음도 챙겨 두었어요.

그렇게 오늘 자갈치 시장 남이 할머니의 하루가 시작되었습니다.

앞면지에는 2005년 당시 자갈치 시장 지도가 나오고 뒷면지에는 똑같은 시장 지도에 작가의 취재 과정을 덧붙여 놓아 책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어요. 면지에서 오늘 하루 남이 할머니가 거쳐간 곳은 어디 어디였는지 지도를 따라가 보세요. 시장 곳곳에서 열심히 밀착 조사를 하고 있는 이영숙 작가도 찾아보시구요.

새벽 시장 풍경을 그대로 책에 옮겨 놓은 듯 활력 넘치는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그림책 “갈치 사이소”, 이영숙 작가는 이 그림책 속 풍경을 담기 위해 자갈치 시장을 서른 번도 넘게 찾아 갔다고 해요. 동판화로 찍어서 색칠한 그림으로 이른 새벽부터 시작되는 어시장의 활기찬 모습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의 무대 위에서 오늘도 그저 묵묵히 열심히 자기 자리를 지켜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의 땀방울이 오늘을 엽니다.


※ 같이 읽어 보세요 : 밥.춤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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