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에버그린

겁쟁이 에버그린: 두근두근 첫 심부름

(원제: Evergreen)
글/그림 매튜 코델 | 옮김 이상희 | 미세기
(2023/07/25)


갈매나무숲 부르르계곡 북쪽 끝 가장 높은 붉은 떡갈나무 꼭대기 작은 집에 사는 다람쥐 에버그린의 이야기입니다. 도토리를 품에 안고 고개를 살짝 돌려 우리를 바라보는 바로 이 친구가 주인공인 에버그린이에요. 에버그린은 시끄러운 소리, 낯선 동물, 높은 곳, 헤엄치기, 병균, 폭풍우…… 모든 걸 두려워했어요. 그중에서도 폭풍우를 가장 두려워했죠.

겁쟁이 에버그린

에버그린은 오늘 엄마의 수프를 전해드리러 숲 반대편에 사는 오크 할머니 댁에 가야 합니다. 엄마의 수프는 맛도 맛이지만 놀라운 힘을 가진 마법의 수프였어요. 심한 감기에 걸린 오크 할머니에겐 엄마의 마법의 수프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그래서  에버그린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야 했어요.

겁쟁이 에버그린

갈매나무숲은 인간 사회의 축소판 그 자체입니다. 바위틈에 몸이 끼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토끼 브라이어는 에버그린의 도움을 받자마자 풀밭에 놓아둔 수프 단지를 들고 달아나기 시작했어요. 친절에 대한 보답이 배신으로 돌아온 셈이죠.

무시무시한 비명을 지르며 다가온 엠버라는 이름의 매 덕분에 수프 단지를 되찾을 수 있긴 했지만 대신 에버그린은 엠버에게 낚아채여 높디높은 하늘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그야말로 ‘이불 밖은 위험해!’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는 에버그린입니다.

알고 보니 엠버는 온몸에 가시가 박혀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가시를 빼주면 잡아먹지 않겠다는 엠버의 말, 믿어도 될까요?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고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입니다. 내가 에버그린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에버그린이 베푼 친절에 엠버는 믿음으로 보답합니다.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련의 사건을 통해 에버그린도 알게 되었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세상이 움직이지 않기에 삶이 두렵고 불안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살아볼 만한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겁쟁이 에버그린

6부로 나누어 에버그린의 길고도 험난한 여정을 그린 『겁쟁이 에버그린』은 제법 글이 많아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흡입력 있는 스토리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해요.

아으아악!하고 울부짖던 토끼의 소리, 아으아아아아악!  아으아아아아악! 매의 울음소리, 꽤액꽤액, 쉭쉭, 아아악, 마지막 우워어어어어어어어! 숲은 온갖 소리로 가득합니다. 다양한 소리는 독자에게 끝까지 긴장감을 안겨주면서 예상을 벗어난 반전으로 놀라움과 큰 웃음을 안겨주기도 해요. 들려오는 소리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왜 그런 소리를 내는 건지 알 수 없을 때는 그저 공포일 뿐이지만 그 소리의 주인공과 이유를 알게 되면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놀라운 마법이 일어납니다. 소리는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내뿜는 에너지예요. 그리고 숲은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경험하고 성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장소입니다.

에버그린은 두려웠어요.
그러면서도…… 흐뭇했어요.

두려움과 흐뭇함 속에서 인생길을 걷는 모두에게 바치는 그림책 『겁쟁이 에버그린』. 낯설고 두려운 것들로 가득한 숲, 한 방울도 흘리면 안 되는 수프, 미션 끝내기가 무섭게 또다시 주어지는 새로운 미션… 우리 인생이란 이런 모습이죠. 에버그린의 다양한 표정이 온갖 걱정과 두려움, 즐거움, 놀라움 속에 오늘도 주어진 인생이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우리 모습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겁쟁이 에버그린』에는 아놀드 로벨의 『개구리와 두꺼비』 시리즈의 주인공과 꼭 닮은 두꺼비가 등장합니다. 침대에 누워있는 걸 너무나 사랑하는 두꺼비가 어쩌다 침대 밖으로 나온 걸까요? 에버그린 속 두꺼비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찾아보세요.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방식도 글이 제법 많은 것도 『겁쟁이 에버그린』『개구리와 두꺼비』가 닮은 점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5 2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1 Comment
오래된 댓글부터
최근 댓글부터 좋아요 순으로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서 책
서 책
2023/11/24 09:41

비교해 보면 읽는 재미가 있겠어요.
요즘 도서관에 다니고 있는데 도서관에는
참 많은 그림책이 있어서 꺼내 읽을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1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