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기적

아빠의 사업 실패로 올해 곰네 가족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도 변함 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옵니다. 모두가 선물을 기다리는 크리스마스 말입니다. 엄마 곰과 아빠 곰의 한숨 소리엔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아이들에게 아무런 선물도 사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우울한 모습을 보여 줄 순 없겠죠? 엄마는 아이들 헌 옷을 자르고 재봉질을 해서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만들었습니다. 형과 누나는 엄마가 만든 장식들을 창문에 예쁘게 붙였어요. 아빠는 밖에 나가서 나뭇가지들을 주워다 그럴싸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었구요.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엔 아빠가 잡아 온 물고기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말 없이 잠자리에 들었어요. 아빠가 크리스마스 동화를 다 읽어 주고 나자 아기 곰은 말했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를 잊지 않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다음 날 아침 아빠가 나뭇가지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에 온 가족을 위한 선물 상자들이 쌓여 있었어요. 엄마 아빠는 어리둥절한 채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우르르 달려 가서는 자기들 상자를 하나씩 집어 들었습니다. 정말로 산타 할아버지가 다녀 간 걸까요?

형 곰의 상자엔 지난번에 나무에 걸려서 찢어졌던 연이 깨끗하게 고쳐져 있었어요. 누나 곰의 선물은 우산이었습니다. 전에 공원에서 놀다 깜박하고 두고 온 우산이었죠. 엄마 곰은 보석처럼 예쁜 단추를 받았어요. 엄마 곰이 가장 좋아하는 옷에서 떨어진 단추였습니다. 아빠 곰의 선물은 바람에 날아간 모자였어요. 아기 곰은 늘 끼고 다니던 야구 글러브였습니다.

익숙한 물건을 새롭게 선물로 받으니
즐거운 추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지요.

그렇게 곰 가족은
어느 해보다 멋진 크리스마스를 보냈답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아들고 한동안 즐거워하던 가족들은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작은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아주 작은 발자국이었어요. 엄마 곰과 아빠 곰은 아기 곰을 바라보고 빙그레 웃어 보이며 이렇게 말합니다.

아빠 곰 : 올해 산타 할아버지는 꼬마였나 봐.

엄마 곰 : 산타 할아버지가 아니라 산타 아기네요.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잔뜩 차려진 음식, 비싸고 좋은 선물들이 가득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죠. 모든 걸 다 갖췄더라도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빠진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겁니다.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는 마음, 사랑하는 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껏 준비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만 하다면 그 어떤 선물이라고 해도 받는 이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 줄 수 있을테니까요.

따스한 기적이 담긴 그림책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돈이면 뭐든 다 될 것만 같은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 아빠의 기도입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
책표지 : 미래아이
크리스마스의 기적 (원제 : The Best Christmas Ever)

글/그림 천 츠위엔 | 옮김 고정아 | 미래아이

천 츠위엔은 대만의 대표적인 어린이이 책 작가라고 해요. ‘퍼블리셔스 위클리’에서 뽑는 최고의 그림책에 선정되기도 했었던 걸 보면 대만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의 아이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인가봅니다. 지난 번 “도서관의 비밀”로 만난 ‘통지아’에 이어 두 번째로 알게 된 대만 작가네요.

참고로 천 츠위엔은 주로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경험들을 소재로 한 현실감 있는 작품들을 만드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소개한 “크리스마스의 기적” 역시 예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가 아닌 바로 우리와 우리 이웃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짠한 감동을 전해 주는 그림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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