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작은 나비 한 마리 폴폴 날아갑니다. 여자아이 까만 머리카락 위에 살포시 앉았다가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고양이 머리 위에도, 슬며시 탁자 위에 놓아둔 과일 위에도 살짝 숨었다가… 세상 이곳저곳 궁금한 곳이라면 어디든 날아가는 작은 나비, 그림책 곳곳에 숨은 나비를 찾아 바삐 움직이는 눈, 나비를 찾을 때마다 터지는 작은 탄성! 나도 모르게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사과를 깎는 손가락 위에 앉아 반지도 되었다가 공을 차는 신발 위에 앉아 신발 끈도 되었다가 이곳에 만족할까 싶지만 어느새 다른 곳을 향해 날아가는 나비. 나비가 날아다니는 세상은 둥글게 이어집니다. 점점 더 넓은 곳으로 높은 곳으로 나아갑니다.

나비는 어디라도 갈 수 있어
어제를 뛰어넘어
오늘을 헤쳐 나가

고요 속을 떠돌다가

소음을 가로질러
나비는 지금 놀고 있어

나비는 작고
세상은 크다

나비의 날갯짓은 수줍은 듯 고요하고 신중해 보이지만 나비의 세상은 어느 곳보다 커다랗고 자유로워요. 세상이 궁금한 나비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린 날개를 바지런히 움직여 자꾸만 자꾸만 세상 속으로 나아갑니다.

작고 여린 날개로 호기심 가득한 세상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나비를 따라 그림책을 넘깁니다.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내가 나비가 되어 있어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나비 그리고 나, 한바탕 세상과 즐겨봅니다. 신나게 놀아봅니다. 무엇이든 되어보고 어디든 찾아가 봅니다.

그렇잖아
나비는 어디라도 갈 수 있으니까
세상과 마음껏 놀 수도 있으니까


나비

나비

에쿠니 가오리 | 그림 마츠다 나나코 | 옮김 임경선 | 미디어창비
(발행 : 2018/07/10)

그림책 겉장을 양쪽으로 잡고 활짝 펴면 노란 하늘에 샛노란 나비 한 마리가 양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커다란 나비 주변을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작은 나비들, 노란 나비 날개에 걸쳐있는 작가 이름들, 늦가을 만나는 나비의 모습은 때 이른 봄과 만난 듯 반갑습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어디든 날아가 무엇이든 되어보고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나비의 삶은 해맑은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망하는 청년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냉정과 열정 사이”, “반짝반짝 빛나는”등의 감성 가득한 소설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만 이미 2017년 아라이 료지와 협업해 “몬테로소의 분홍 벽”이라는 그림책을 출간한 바 있어요. 흥미롭게도 이 그림책 “나비”는 마츠다 나나코의 그림에 반한  에쿠니 가오리가 글 작업을 자청해 만든 그림책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수식어구 하나 없이 단순하게 지은 제목이 오히려 감성을 물씬 불러오는 “나비”는 대담하면서도 맑고 향기로운 마츠다 나나코의 그림에 차분하고 감성적인 에쿠니 가오리의 글이 어우러져 마음에 편안한 휴식을 가져다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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