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그림책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네 시선이 좋아.
네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40년 지기 친구 여섯이 모임을 합니다. 우리 한 번 만날까 얘기가 나오면 어떻게든 시간 맞춰 나와주는 친구들이 언제나 반갑고 고맙습니다.

엄마 허락을 받아야만 함께 놀 수 있었던 꼬꼬마 시절의 우리들을 생각하면 웃음부터 납니다. 우리가 모여 떠들면 엄마는 짹짹거리는 참새 같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합니다. 후다닥 숙제를 해놓고 고무줄놀이하고 소꿉놀이하며 함께 놀던 기억, 전학 가는 친구를 교문까지 배웅 나가 얼싸안고 엉엉 울던 기억,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 복도에서 손잡고 깡총깡총 뛰던 기억,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해 훌쩍 훌쩍 눈물을 흘리던 기억… 여섯 명 제각기 우리 사이 추억을 꺼내놓다 보면 이야기는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오늘 바빠서 난 딱 두 시간만 있다 가야 해’라고 했던 처음의 말이 무색해집니다.

작은 꽃봉오리가 활짝 핀 꽃이 되기까지 변해가는 모습이 꼭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만개한 꽃, 그 어여쁜 시절 지나 이제는 조금 시들시들해졌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마음은 꽃! 그것도 새빨간 꽃이라는 내 친구들을 생각하며 웃습니다. 콩나물시루 같았던 교실, 수많은 아이들 사이 우리는 처음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무엇에 끌렸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은 참 신기한 일 투성이입니다.


우정 그림책

우정 그림책

(원제 : Freunde)
하이케 팔러 | 그림 발레리오 비달리 | 옮김 김서정 | 사계절
(발행 : 2021/03/26)

“100 인생 그림책”의 작가 하이케 팔러와 발레리오 비달리의 새 그림책입니다. 조카가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쓴 책이 “100 인생 그림책”이라면 이 그림책은 친구의 생일 파티에서 만난 두 친구와  이런저런 우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우정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작가 하이케 팔러는 우정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우정사슬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 친구에게 친구 이야기를 들은 후 그 친구를 찾아가 또 다른 친구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계속해서 조사를 해 나갔다고 해요. 그렇게 만난 사람이 지구 세 바퀴를 돌 만큼이었다고 하니 세상 온갖 우정의 모습이 이곳에 담겨 있습니다.

깨지고 꺾이고 숙이고 어루만지고 달래며 이런 일 저런 일 함께 겪고 난 후 반들반들 윤기나는 조약돌 같은 우리 사이, 우린 그걸 ‘우정’이라고 부르지요.

나더러 틀렸다고 하면서도
뭘 하든 편을 들어주고
내게 비밀을 털어놓는 것도.
새벽 네 시에 나한테 전화해도 여전히 괜찮은 거, 알고 있니?
너와 있으면 내 안에서
뭔가 스르르 풀려.

동질감의 빛에 사로잡힌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다양한 감정을 그린 “우정 그림책”, 하이케 팔러의 색색깔 우정을 발레리오 비달리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 인종의 모습으로 다양한 장소, 다양한 사물들에 빗대어 감각적인 그림으로 펼쳐 보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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