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 가지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어.
오늘은 딱 일곱 가지만 간단히 알려 줄게.
선글라스 뒤로 암팡진 눈매, 팔짱 낀 두 팔의 거만함, 자신에게 백 가지 아주 특별한 능력이 있다는 꼬마의 카리스마가 장난 아닙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딱 일곱 가지만 간단히 알려 준다는데 왠지 각 잡고 앉아서 경청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
첫 번째 능력은 하늘을 날 수 있대요. 구름보다 더 높이, 우주 끝까지보다 더 멀리요. 진짜래요. 이십육 번째는 말랑말랑 젤리구름 위에 걸터앉아서 곰돌이 젤리를 먹으며 지구를 내려다 보는 능력. 사십칠 번째는 자전거로 지구를 백 바퀴 돌고도 두 바퀴 반을 더 돌 수 있는 능력. 근데 그냥 도는 건 좀 시시해서 엄마, 아빠, 언니,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동네 사람들과 동물 친구들까지 다 태우고 달린다네요. 오십구 번째 능력은 바로 뒤로 달리기. 달리기 선수 현주보다 뒤로 달리기는 더 빠르대요. 육십일 번째 능력은 물구나무 서서 아무도 올라간 적 없는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 꼭대기까지 올라가기. 팔십삼 번째 능력은 빨대 하나로 바닷속에서 숨 쉬기. 백 번째 능력은 자기가 접은 종이배를 타고 아주 깜깜한 밤에 폭풍우 치는 바다를 건널 수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최근에 한 가지 능력이 더 생겼대요. 이미 백 가지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갖게 된 101번째 능력은 바로…
진짜 자랑하고 싶은 능력이 한 가지 더 생겼어!
백일 번째 능력,
내 친구 하늘이와 학교에 가는 거!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고 있는 101가지 능력의 소유자, 오늘의 주인공과 하늘이 찾았나요?
시각장애로 다른 아이들처럼 밖에 나가서 마음껏 뛰어 놀 수 없었던 아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기를 꿈꾸던 아이. 그런 날을 위해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슈퍼파워를 키워 오고 있었던 아이. 오랜 기다림 끝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하늘이와 함께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고, 드디어 친구들과 만나서 쫑알쫑알 재잘재잘 웃고 떠들 수 있게 된 아이. 아무 스스럼 없이 아이를 자기들 속에 받아들이고 함께 웃고 떠들고 뛰어노는 다른 아이들에게 나도 모르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101가지 중에서 사십칠 번째 능력이 제일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늘 자신을 걱정해주는 엄마 아빠 언니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삼촌, 길에서 자신과 마주치기라도 하면 늘 조심스러워만 하는 동네 사람들 모두 태우고 지구를 백바퀴하고도 두 바퀴 반을 더 돌 수 있었으면 하는 아이의 마음이 짠해서요.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불편할 뿐 자신도 남들과 다를 것 전혀 없다고, 자신에게도 꿈과 희망이 있다고, 그 꿈을 위해 남들 못지 않게 열심히 뜨겁게 살아갈 수 있다고 힘차게 외치는 것만 같은 그림책 “나의 101번째 능력”입니다.
나의 101번째 능력
글/그림 황수민 | 느림보
(발행 : 2020/09/29)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한 사람의 부족한 부분은 가족, 친구, 연인, 또는 이웃들에 의해서 채워집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이유입니다. 한 개인의 부족한 부분을 사회가 메꿔주고 지탱해주는 것이죠. 장애인 역시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그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우리가 채워주고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은 그들이 채워주며 함게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우리’니까요.
기발한 아이디어와 짧은 호흡의 참신한 구성이 돋보이는 “나의 101번째 능력”은 우리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입니다.
출판사 서평에 ‘장애우’란 표현을 사용해서 짚고 넘어갑니다. 물론 비하의 의도가 전혀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바른 표현을 썼으면 하는 마음에 언급합니다. 한동안 장애자, 장애우 등이 혼재되어 사용되다 현재는 ‘장애인’이 가장 바른 표현으로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 일반인’이 아니라 ‘장애인 – 비장애인’으로 표현하는 것도 잊지 마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