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셋

드디어 그들이 보여요.
둘의 향기가 느껴지고 목소리가 들려요.
난 이미 사랑에 빠졌어요.

그녀가 말해요.
“봐, 당신처럼 달콤한 미소야.”

그가 말해요.
“봐, 당신처럼 깊고 푸른 눈이야.”

그녀와 그가 말해요.
“우리 아기 예쁘다.”

깊고 푸른 눈을 가진 그녀, 언제나 달콤한 미소를 짓는 그, 처음엔 이렇게 둘뿐이었습니다. 그녀와 그가 만나 포근한 보금자리를 마련하자 ‘나’는 자라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그저 콩알만했던 나에게 심장이 생겨나고 그 심장이 힘차게 뛰기 시작합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기쁨의 눈물을 강물처럼 흘렸죠.

그는 곧 태어날 아기가 그녀의 깊고 푸른 눈을 닮기를 바랐고, 그녀는 아기가 그의 달콤한 미소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녀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녀는 둥근 배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고, 그는 작은 꿀렁거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다 눈 깜박이는 것도 잊고 말아요. 덕분에 그의 눈은 사막처럼 말라갔죠.

2.5킬로에 50센티쯤… 이제 나갈 때가 되었어요. 조금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상으로 나간다는 게 조금 무서워요. 하지만 때가 되었음을 잘 알아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제 깊고 푸른 눈과 달콤한 미소,
그녀와 그 그리고 나,
우리 셋이 있어요.

엄마 뱃속에서 콩알만한 존재로 시작해서 엄마 아빠를 만나러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 사랑과 축복으로 가득한 나날들을 아기의 시점에서 그려낸 그림책 “우리 셋”입니다.

그림책 속 가족처럼 우리 가족도 셋입니다. 딸아이가 이미 스물네 살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신기합니다. 저 아이가 도대체 어디서 온 걸까 싶어서 말입니다. 저와 연배인 바루 작가 역시 자신의 자녀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다 이 그림책 만든 건 아닐까 싶네요. 😊


우리 셋

우리 셋

(원제: ELLE, LUI, MOI)
글/그림 바루 | 옮김 이슬아 | 여유당
(2023/04/23)

“우리 셋”은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생겨나 자라고 마침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아기의 시점에서 그려낸 그림책입니다. 엄마와 아빠의 만남에서부터 화자인 ‘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마법보다 더 신비로운 한 생명의 시작은 결코 과학적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막 결혼한 신혼부부, 이제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고 있는 예비 엄마 아빠, 갓 태어난 아기 키우느라 두 눈이 사막처럼 말라가는 엄마 아빠들에게 사랑과 축복으로 가득한 이 그림책 “우리 셋”을 권합니다. 또, 동생을 기다리는 꼬맹이들에게도 자신이 엄마 아빠에게 어떻게 왔는지 콩알만했던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줄 수 있으니 참 좋은 선물이 될 겁니다.


함께 읽어 보세요 : 엄마 도감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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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시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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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07:44

아기의 시점에서 그려진 책이라니, 다 아는 내용이지만 어떤 새로움을 담아냈을지 기대됩니다.
더하기 빼기(산술적으로 느껴집니다만^^;;)를 통해 우리가 됨을 잊고 사는 어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보석같은 책일것 같아요. 느껴보러 갑니다.^^

이 선주
Editor
2023/06/06 22:36

처음처럼시작하기님이 이 그림책에서 발견한 이야기, 그리고 찾아낸 보석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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