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콧상 수상작 :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1949)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책표지 : Daum 책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원제 : The Big Snow)

글/그림 베타 하더, 엘머 하더 | 옮김 정경임 | 지양어린이

※ 1949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큰 눈 내린 숲 속에는”은 숲 속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세밀화로 담은 그림책입니다. 아주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요. 철새의 대표격인 기러기가 대형을 이루어 머나먼 남쪽 나라를 향해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을 바라 보며 겨울 준비를 서두르는 동물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모든 그림에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기러기는 보이지 않게 되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겨울이 깊어져 나무는 헐벗고 산은 눈이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우선 큰 눈 내린 숲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한 번 살펴 볼까요. 토끼, 마멋, 줄무늬다람쥐, 파랑어치, 붉은머리새, 참새, 파랑새, 개똥지빠귀, 생쥐, 까마귀, 청설모, 들쥐, 짧은꼬리들쥐, 사슴, 스컹크, 오소리, 부엉이, 그리고 기러기가 나옵니다.

참고로 원서를 보지 못해 확실하게 말하긴 힘들지만 번역 과정에서 동물 이름에 몇가지 오류가 있는 듯 합니다. 우선 붉은머리새가 나오는 부분은 웹에서 원문을 찾아 볼 수 있었는데 ‘cardinals’로 표시되어 있으니 ‘홍관조’가 맞습니다. 그리고, 개똥지빠귀는 그림책 내용상 철새가 아닌 텃새인 것으로 보아 ‘흉내지빠귀(Mockingbird)’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큰 눈 내린 숲 속에는개똥지빠귀는 캄차카반도와 시베리아에서 서식하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는 겨울 철새로 북미지역엔 서식하지 않는다고 해요. 마지막으로 그림책에는 오소리라고 나왔지만 생김새, 특히 꼬리 모양으로 보아 오소리가 아니라 ‘너구리’가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동물들 이름과 특징을 찾아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네요. ^^ 보리출판사에서 나온 세밀화 도감 시리즈를 보는 듯한 느낌일정도로 동물들의 모습이 아주 정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뿐만 아니라 내용을 보다 보면 어떤 새가 철새고 텃새인지, 어떤 동물은 겨울잠을 자고 어떤 동물은 한겨울에도 먹이를 찾아 눈덮인 산을 헤매는지 잘 알 수 있답니다.

숲 속의 겨울은 점점 깊어져만 갑니다. 겨우내 잠이 들어 있는 동안 배고픈 일이 없도록 가을내내 열심히 먹이를 먹어 둔 마멋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듭니다. 줄무늬다람쥐나 청설모도 겨우내 먹을 먹이를 열심히 모아두고요.

성탄절 다음날 밤에 달무리 무지개가 떴어.
현명한 부엉이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지.
“달무리 무지개가 뜨면 눈이 많이 내리지.
아주 많은 눈이…”
부엉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멀리 울려퍼졌어.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부엉이의 말이 맞았습니다. 달무리 무지개가 지고 난 후 회색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달마저 삼켜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눈발이 내리기 시작하고 밤새 내린 눈은 숲을 뒤덮었습니다. 밤새 눈 내리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집니다.

회색 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우더니 달마저 삼켜 버렸지.
흰 눈송이 하나가 하늘에서 떨어졌어.
눈송이 둘이 살며시 땅 위에 내렸어.
뒤이어 눈송이 셋.
그리고 넷.
눈송이들이 점점 더 빠르게 내려왔어.
수백만 개의 눈송이들이 하늘에서 쏟아졌지.
밤새도록 눈이 내리고,
그 다음날에도 눈이 내려 나뭇가지 위에 소복소복 쌓였어.
언덕 위 숲에도 골짜기에도 흰 눈은 소복하게 쌓였지.
나뭇가지에도 지붕 위에도……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숲은 온통 새하얀 눈천지였어요. 동물들이 사는 깊은 숲 속도, 사람들이 사는 숲 속 마을도 눈에 뒤덮여 아무 것도 알아보기 힘들만큼 말이죠. 그림에 담긴 숲 속 풍경은 아름답기만 한데 눈밭으로 나와 하나 둘 모인 동물 친구들은 왠지 근심에 가득 찬 듯 보입니다. 무슨 일일까요? 사슴, 토끼, 다람쥐들이 먹을 먹이들이 모두 눈에 뒤덮여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거든요.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그런데, 숲 속 작은 집에서 붉은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나와서는 수북히 쌓인 눈을 치우며 길을 내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 뒤를 이어 푸른 옷을 입은 할머니가 나와서 낱알들과 빵 부스러기를 여기저기에 뿌렸어요. 할머니는 집 뒤켠에 먹이 접시를 내려놓고, 헛간에서 마른 풀과 옥수수를 가지고 와 여기저기 흩어 놓았습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던 파랑어치와 까마귀가 숲 속 친구들에게 알렸어요. 먹이가 있다고 말이죠.

큰 눈 내린 숲 속에는

근심 가득했던 숲 속 동물 친구들이 모두 작은 집 앞으로 모여들었어요.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눠 준 먹이를 맛있게 먹었답니다. 모두가 사이좋게 나눠 먹었대요. 밤새도록 쌓인 눈에 먹을 것을 잃은 숲 속 친구들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베푼 할아버지와 할머니 덕분에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숲 속에서도 동물 친구들은 따스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큰 눈 내린 숲 속에는”에서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나오는 장면은 딱 세 컷 뿐입니다. 그것도 본문 속에는 딱 두 장면 뿐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건 그림책 제목이 있는 안쪽 표지에서죠.

눈속에서 커다란 삽을 들고 나란히 서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보면서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 하며 다음 장을 차례대로 넘겨 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좀처럼 나오지 않아 의아했었어요. 사실 겨울을 맞는 동물들의 모습의 반복이 살짝 지루해지면서 ‘과연 어떤 점을 보고 칼데콧 메달을 준 걸까?’하는 생각이 들 때쯤 할아버지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꽁꽁 언 숲을 훈훈하게 녹여낼만큼 따스한 마음을 느끼면서 책을 덮곤 저도 모르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아~ 참 좋다!”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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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고릴라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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