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가수 새미

길거리 가수 새미

(원제: Sammy Streetsinger)
글/그림 찰스 키핑 | 옮김 서애경 | 사계절
(2005/05/26)

※ 원작 1984년 초판 출간


도시 한 켠의 지하도를 무대로 삼아 그곳을 지나는 인정 많은 이웃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며 살아가던 길거리 가수 새미. 언젠가는 인기 가수가 될 꿈을 꾸며 살아가던 순진한 새미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옵니다. 서커스단과 소극장 무대를 거쳐 마침내 방송 출연까지 하게 되며 그토록 꿈꾸던 인기 가수가 되죠.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게 마련입니다. 신인 가수들의 상승세에 떠밀린 채 실패를 반복하던 새미는 결국 빈털터리가 되어 한때는 자신의 유일한 무대였던 지하도로 돌아옵니다.

길거리 가수 새미

길거리 가수 새미

길거리 가수 새미

새미는 으리으리한 집으로 이사를 갔지만,
명성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살았습니다.

‘으리으리한 집으로 이사를 갔지만 명성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살았다’는 이 문장을 통해 찰스 키핑은 독자들에게 묻습니다. 부와 명성만으로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유명해지고 부자가 될수록 웃음을 잃어가는 새미의 표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힙니다.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없다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길거리 가수 새미

길거리 가수 새미

비 오는 날, 새미는 공원에 앉아 제 처지를 속상해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옛 친구들이 자기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지요. 순간 머릿속에 번뜩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새미 스트리트싱어는 변함없이 혼자서도 노래하고 춤술 수 있는 길거리 가수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다시 길거리로 돌아온 새미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아껴주었던 거리의 팬들을 만납니다. 그들을 위해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부릅니다. 새미의 얼굴에서 사라졌던 천진난만한 웃음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연명하던 길거리 가수 새미가 일약 스타덤에 올라 전성기를 누리는 장면들을 보면 떠오르는 가수가 하나 있습니다. 화려한 무대와 현란한 조명들, 접신한 듯한 가수의 표정… 바로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입니다. 어쩌면 찰스 키핑도 데이비드 보위를 모델로 새미의 그림을 그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출간되던 1980년대 초반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밴드 아하(A-ha)가 모델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찰스 키핑은 새미가 길거리 가수일 때와 스타가 되었을 때를 확연히 다른 분위기의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길거리 가수 새미의 무대인 거리는 황량하지만 삶의 온기가 느껴지는 색감들이 배어 있습니다. 궁핍하지만 늘 자신을 반기는 이웃들의 웃음이 새미를 채워 줍니다. 반면 스타 가수 새미의 무대는 화려함의 정점입니다. LSD Art 작품을 보는 듯 사이키델릭한 현란함 탓에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병적인 환각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물론 그 끝은 허무와 공허 뿐이죠. 텅 빈 듯한 새미의 마음이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결국은 예전의 거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게끔 만듭니다. 그곳이 아니면 절대로 채워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

나를 잃은 채 얻은 부와 명성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음을, 부와 명성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나를 채우며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그 과정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의 삶을 보다 안정적이고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것임을, 행복은 저 멀리 저 높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바로 내 곁에 있음을 상징으로 가득한 그림들로 보여주는 그림책 『길거리 가수 새미』입니다.


찰스 키핑의 그림책들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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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인뜰
품인뜰
2023/09/01 11:20

선정해 주신 좋은 그림책을 보며 아이처럼 순수함을 잃지않으려 애쓰며 살아갑니다.
화려함뒤에 오는 쓸쓸함을 소박한 삶의 기쁨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새미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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