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데콧상 수상작 : 눈 오는 날 (1963)

눈 오는 날
책표지 : 비룡소
눈 오는 날 (원제 : The Snowy Day)

글/그림 에즈라 잭 키츠 | 옮김 김소희 | 비룡소

※ 1963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눈 오는 날’에는 ‘칼데콧 메달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외에 ‘최초’ 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습니다. 어떤 것에 대한 ‘최초’일까요? “눈 오는 날”은 흑인 꼬마 아이를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최초의 그림책이랍니다.

“눈오는 날” 출간 이후 에즈라 잭 키츠는 피터를 주인공으로 그가 자라는 모습을 꾸준히 그림책에 담아왔습니다. “피터의 의자“, “피터의 편지“, “피터의 안경“, “고양이 소동“, “휘파람을 불어요” 등의 작품은 모두 피터 시리즈로 나온 책들이구요. 이 중 에즈라 잭 키츠는 “피터의 안경”으로 1970년에 칼데콧 명예상을 한 번 더 받았습니다.

눈 오는 날

피터는 창밖을 내다 보았어요. 밤새 눈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밖으로 나가보니 길이 없어질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린 아침입니다.

눈 오는 날

피터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갔어요. 자신을 따라와 주는 눈 발자국이 신기하게 느껴졌을까요? 하얀 눈 위에 거꾸로도 발자국을 내보고 발을 질질 끄며 두 개의 길다란 선을 만들어 보기도 하던 피터.

처음에 조심조심 발자국 만들기를 하며 놀던 피터의 놀이는 점점 더 과감해 집니다. 막대기를 주워와 색다른 발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그 막대기로 눈 쌓인 나뭇가지를 톡톡 건드려 보기도 했어요. 후두둑, 나무 위 눈이 피터의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형들이 놀고 있는 곳에 슬쩍 끼어보기도 하죠. 하지만 아직 자신은 너무 어리다는 것을 알게 된 피터는 혼자 커다란 눈사람을 만들고 나서는 온 몸을 던져 눈 위를 뒹굴며 눈천사도 만들고 눈 쌓인 언덕을 올라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기도 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피터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입니다. 내일 또 갖고 놀 생각에 눈을 꼭꼭 뭉쳐 주머니에 넣어 왔거든요. 그리고 엄마에게 오늘 자신의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눈 오는 날

피터는 오늘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눈과 하루를 보낸 피터가 따뜻한 욕조 안에서 어떤 생각에 잠겨 있을까요? 꿈을 꾸고 있는 듯, 아련한 느낌으로 그려진 이 장면은 눈 위를 뒹굴며 마냥 즐겁게 놀던 어린 피터의 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하루 사이 훌쩍 자란 아이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눈 오는 날

잠들기 전 피터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눈 뭉치가 없어졌어요. 슬픔에 빠진 채로 잠든 피터는 해님이 눈을 녹여버리는 꿈을 꾸었습니다. 피터에게 어쩌면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은 ‘하룻밤의 꿈’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침에 깨어나 보니 세상은 여전히 하얗게 빛나고 있었어요. 게다 흰 눈이 또 다시 펄펄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어제 일은 꿈이 아니라는 듯이요.

눈 오는 날

피터는 아침밥을 먹고 나서
옆집에 사는 친구를 불러 냈어요.
친구와 함께 수북이 쌓인 눈 속으로
걸어갔습니다.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으로 세상에 태어나 처음 눈을 맞이한 피터에게 오늘은 더 신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어제가 첫 눈에 대한 놀랍고 셀레는 날이었다면 오늘은 친구와 함께 하는 즐겁고 신나는 날 일테니까요.

에즈라 잭 키츠는 강렬한 색상의 대비와 콜라쥬 기법으로 그려진 그림과 아이의 마음을 잘 드러낸 섬세한 글로 눈 내린 풍경을 처음 마주한 피터의 놀라움, 신비함, 즐거움, 기쁨, 슬픔과 걱정까지 다양한 감정들을 그림책 속에 담아 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운 것은, 동심까지 놓치지 않고 그려낸 작가의 ‘눈’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은 어른들은 어쩐지 어린 시절이 떠올라 가슴이 찡하다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우리 가슴 저쪽 편에 흐릿한 기억들이 이 한 편의 그림책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그림책을 좋아했던 제 딸도 피터만했었던 시절, 한 겨울 눈오는 날이면 피터처럼 빨간 코트를 입고 이렇게  놀곤 했어요. 그래서인지 요즘도 눈이 내린 아침이면 창 밖을 보다 빙그레 웃곤 합니다. 어딘가에서 이렇게 신나는 아침을 맞이할 수많은 피터들이 생각나서 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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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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