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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다양한 면지들

그림책 면지

책표지와 속장을 연결하기 위해 표지 안쪽 두페이지짜리의 종이로 된 공간을 면지(end paper)라고 합니다.(그림책 겉장을 넘기면 나오는 종이)

책 표지와 본문을 연결해주는 역할과 책의 첫장과 마지막장을 보호해 주기 위한 기능이 면지 본래의 목적이지만 간혹 그림책 작가는 그림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면지를 통해 전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암시를 하기도 하고, 또 이야기가 끝난 후 본문에서 못다한 뒷 이야기를 면지를 통해서 전달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그림책 속 면지를 통해 작가가 어떻게 독자와 소통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면지의 색상으로 책의 분위기를 전달 합니다.

1. 앞 뒤 같은 색상의 면지를 사용한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그림책 면지
“이슬이의 첫 심부름” 면지
(이슬이의 첫 심부름, 글 쓰쓰이 요리코, 그림 하야시 아키코, 한림출판사)

보통, 그림책의 면지는 평범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의 면지 역할은 속장을 보호하는 기능이 가장 크겠지만 면지의 색상을 살펴보면 그림책의 내용이 밝은 내용일지 어두운 내용일지 예측을 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림책 면지
‘샐러드와 마법의 가게’ 초록색 면지
(샐러드와 마법의 가게, 글/그림 가즈코 G. 스톤, 옮긴이 고향옥, 한림출판사)

버드나무 아래 마을에 살고 있는 곤충들의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샐러드와 마법의 가게’ 면지입니다. 초록색 면지를 통해 그림책의 배경이 되는 숲 속 풀밭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지요. 면지를 통해 그림책의 공간적 배경을 설명해주고 있는 셈입니다.

그림책 면지
지옥에 떨어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거미줄’의 면지
(거미줄, 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그림 후지카와 히데유키, 옮긴이 길지연, 미래아이)

살아 있는 동안 못된 짓만 해서 지옥에 떨어진 칸다타는 생전에 거미를 살려 준 공덕으로 지옥에서 구원을 받지만 자신만 살려고 욕심을 부리다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거미줄’은 면지의 색상이 검은 색입니다. 면지부터 으스스한 느낌으로 시작되는 이 그림책은 면지를 통해 그 분위기를 먼저 전달하고 있습니다.

2. 앞뒤 다른 색상의 면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면지에 관심을 갖고 책장을 펼치다 보면 독특한 면지들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의 경우 앞뒤 면지 색상을 다르게 사용했어요.

그림책 면지
앞뒤 면지의 색상이 다른 ‘크리스마스 선물’ 앞 면지
(크리스마스 선물 글/그림 존 버닝햄, 옮긴이 이주령, 시공주니어)

앞 면지는 초록색을 사용했습니다.  붓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일반 종이 면지를 댄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요. 작가가 면지에도 따로 신경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죠.

그림책 면지
‘크리스마스 선물’ 뒷 면지

 뒷 면지는 빨강색을 사용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초록색과 빨간 색을 사용한 존 버닝햄의 센스가 그림책 면지에서도 돋보이네요.

앞뒤 면지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앞뒤 면지에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

앞뒤 면지가 같은 그림으로 그려져 있는 경우도 흔히 있습니다. 면지를 같은 색상으로 칠했을 때보다 면지를 그림으로 표현해 놓았을 경우가 상징성이 더 큰 경우가 많아요.

그림책 면지
그림으로 표현된 ‘조각이불’의 면지
(조각 이불, 글/그림 앤 조나스, 옮긴이 나희덕, 비룡소)

조각이불‘의 경우 앞뒤 면지가 꽃무늬로 되어있습니다. 이꽃무늬는 그림책 속에서 주인공이 덮고 자는 조각이불의 뒷면 무늬예요. 새로운 이불을 덮고 잠든 주인공은 꿈 속에서 환상 세계로 떠나는데 이불은 그 세계로 들어가는 ‘문’ 역할을 합니다.

그림책 면지
수많은 No가 써있는 ‘안돼, 데이빗!’의 면지
(안돼,데이빗!, 글/그림 데이빗 섀논, 지경사)

‘안돼, 데이빗!’의 경우 면지를 통해 그림책의 모든 것을 한 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으로 쓴 수많은 ‘ No’를 통해 어떤 상황이 그림책 속에 펼쳐질지 미리 예상을 할 수 있지요.

‘안돼, 데이빗!’은 앞뒤 똑같은 면지로 그려져 있지만 앞 면지는 데이빗의 말썽에 엄마가 미리 ‘No!’라고 소리치는 느낌을 주고 , 그림책이 다 끝나고 나오는 뒷면지는 여전히 데이빗은 말썽을 피워 엄마에게 ‘No!’ 소릴 들으며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림책 면지
번역판 ‘지각대장 존’의 면지
(지각대장 존, 글/그림 존 버닝햄, 옮긴이 박상희, 비룡소)

‘안돼, 데이빗!’과 비슷하게 ‘지각대장 존’에도 손글씨로 표현한 독특한 면지가 나옵니다. 면지 가득 채워진 ‘지각대장 존’의 반성문 글귀를 보면 이 책이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인지 예측을 할 수 있지요.

그림책 면지
‘지각대장 존’의 원서 (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The Boy Who)의 면지

‘지각대장 존’의 원서에 있는 면지 입니다. 손글씨 반성문은 실제로 작가 존 버닝햄의 막내딸 에밀리가 썼다고 해요. 에밀리는 거짓말의 철자를 처음에는 ‘lies’로 바르게 썼지만 나중에는 ‘lise’로 썼답니다. 존 버닝햄은 그걸 고치지 않고 책에 그대로 썼다고 합니다. 오른 편의 ‘lies’와 왼편의 ‘lise’ 보이시나요? 존 버닝햄만의 독특한 발상이 돋보이는 면지였어요.

그림책 면지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 주세요, 글/그림 로버트 맥클로스키, 옮긴이 이수연, 시공주니어

‘아기 오리들에게 길을 비켜 주세요’의 면지는 글의 중심이 되는 아기 오리들이 부화하는 장면을 콘테로 그려냈습니다.

그림책 면지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면지를 통해 요약해 보여주는 ‘작은 집 이야기’의 인상 깊은 면지
(작은 집 이야기, 글/그림 버지니아 리 버튼, 옮긴이 홍연미, 시공주니어)

‘작은집 이야기’는 면지를 통해 그림책을 요약해 보여주고 있어요. 작은 언덕위에 지어졌던 작은 집 주위 풍경(연기, 나무, 탈 것, 집주변)들이 차츰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 세월의 흐름을 따라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면지 한 장에 요약해 보여줍니다.

그림책 면지
본문에 못다한 이야기를 면지에 그려낸 ‘ Stellaluna’ (Stellaluna, 글/그림 Janell Cannon, Harcourt Children’s Books)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Stellaluna’ 라는 그림책입니다.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에 나온 그림책이라 아마도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아~ 그 책!’ 하실 거예요.  엄마 박쥐 품에 안겨 먹이를 찾아 나섰던 아기 박쥐, 부엉이의 습격으로 엄마 품에서 떨어진 아기 박쥐는 다행히도 다른 새 둥지에서 자라지만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겪습니다. 훗날 다시 엄마를 만나지만 함께 자란 형제들와도 친밀한 관계를 이어간다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 ‘Stellaluna’. 그림책의 본문이 아기박쥐의 시점에서 씌여졌다면 면지에는 엄마박쥐의 관점에서 부엉이의 습격을 피한 후 아기 박쥐를 찾아 다니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 참고로 ‘Stellaluna’는 국내에서 찾아 보기가 쉽지 않아요. 한국삐아제에서 전집에 끼워서 출간했던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현재 번역본을 단권으로 구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도 궁금해서 찾아 보니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 가면 볼 수 있긴 한 듯 합니다.

2.앞뒤 면지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도 있어요.

앞 면지와 뒷 면지를 다른 그림으로 그린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예요. 이런 경우 보통 앞 면지에서 그림책의 배경을 설명하고, 뒷면지에서는 본문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는 면지를 통해 그림책의 이야기를 확장 시키는 셈이지요.

그림책 면지
가족 모두 곰을 잡으러 들어가는 동굴이 그려진 앞면지
(곰 사냥을 떠나자, 글 마이클 로젠, 그림 헬린 옥슨버리, 옮긴이 공경희, 시공주니어)

‘곰사냥을 떠나자’의 앞쪽 면지는 바닷가 동굴이 그려져 있습니다. 책 속 가족들이 곰사냥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동굴이죠.

그림책 면지
곰 혼자 동굴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곰사냥을 떠나자’ 뒷면지

곰 잡으러 갔다 곰에게 쫓겨 도망간 가족들이 ‘다시는 곰 잡으러 가지 않을 테야’라고 말하면서 그림책이 끝나는데, 작가 헬린 옥슨버리는 면지에 요런 깜짝 엔딩을 그려넣었어요. 가족들을 쫓아갔던 곰이 혼자 축 처진 어깨로 터덜터덜 동굴로 돌아가는 장면으로요. 제 딸은 어린 시절 이 마지막 면지 장면을 보면 곰의 뒷모습이 너무 슬퍼 보인다고 했어요. 가족들을 겁주려고 따라간게 아니라 자신도 너무 외로워서 따라간 것처럼 보인다고요. 곰의 뒷모습이 외로워 보이죠?

그림책 면지
반짝이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의 앞면지
(무지개 물고기, 글/그림 마르쿠스 피스터, 옮긴이 공경희, 시공주니어)

‘무지개 물고기’에도 앞면지 뒷면지의 그림이 다르게 그려졌어요. 앞면지에는 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의 모습이 있지요.

그림책 면지
반짝이 비늘을 나눠준 ‘무지개 물고기’ 뒷면지 그림

뒷면지에는 반짝이 비늘을 친구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고 한개만 남은 무지개 물고기의 모습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내용을 읽기 전, 앞뒤 면지만 넘기면서 봐도 어떤 이야기로 전개 될 지 예측이 가능해요.

그림책 면지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의 앞면지 (옛날에 오리가 한 마리 살았는데, 글 마틴 워델, 그림 헬린 옥슨버리, 옮긴이 임봉경, 시공주니어)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의 앞면지 그림은 어두워요. 가혹한 게으름뱅이 농부에게 시달리면서 하루 종일 농장 일을 해야 하는 오리의 힘든 삶을 앞면지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지요.

그림책 면지
모든 것이 풍요롭고 평화롭게 표현되어 있는 ‘옛날에 오리 한 마리가 살았는데’의 뒷면지
 오리를 괴롭혔던 농부를 몰아내고 난 후, 뒷면지의 그림입니다. 이렇게 밝게 변한 뒷면지 그림을를 통해 오리와 농장 친구들은 그 후로도 행복하게 살았음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지요.
 그림책 면지

‘구름 빵’의 시작 면지예요. 잔뜩 먹구름이 몰려오고 비가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림책 속 배경이 되는 비오는 날을 면지로 미리 이야기 하고 있어요.

그림책 면지
비가 그치고 흰구름이 떠있는 하늘로 표현된 ‘구름빵’의 뒷 면지 그림
 그림책이 끝나는 뒷 부분의 면지에는 어느새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습니다.
그림책 면지
눈 내리고 있는 겨울 숲의 풍경을 연필로 섬세하게 그린 ‘우리끼리 가자’의 앞면지 (우리끼리 가자, 글 윤구병, 그림 이태수, 보리)

‘우리끼리가자’의 경우 앞면지에는  눈이 내리고 있는 숲의 모습이 나옵니다. 눈 내리는 숲 속 겨울 이야기라는 것을 예측하게 해 줍니다.

그림책 면지
눈 내린 숲의 모습을 그려낸 ‘우리끼리 가자’ 뒷면지

뒷면지는 하얀 눈 속에 파 묻힌 숲의 모습이 나와요. 그림책의 마무리 부분에서 산양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아기 토끼는 잠이 들고 산 속에는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는 이야기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뒷면지에 눈이 내린 전체 모습을 통해 평화로운 숲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지금까지 그림책 속 다양한 면지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엄마나 아빠보다 아이들이 먼저 이 부분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요.  면지 보는 것까지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꼼꼼히 보고 결말에 자신만의 상상을 더하기도 하지요. 아이와 그림책을 읽기 전, 면지 먼저 살펴 보고 예측하기, 다 끝난 면지를 통해 남은 뒷이야기 상상해 보는 놀이로도 연결해 보세요.

보통은 그림책을 펼치면서 본문으로 바로 넘어가 읽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면지까지 꼼꼼히 살펴보세요. 그림책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 집니다.

그림책, 다양한 각도로 세심하게 바라보세요!

그림책의 숨은 장치들 알면 알 수록 그림책이 더욱 풍부해지고 재미있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