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책표지 : 다림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원제 : Zelie)

글 크리스텔 발라 | 그림 스테파니 오귀소 | 옮김 정미애 | 다림


세상을 살다보면 모두들 마음 속에 하나 둘씩은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날들이 있는가 하면 괴롭고 힘든 일 역시 인생 곳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죠. 누군가에게는 ‘그까짓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누군가에게는 정말 ‘넘어서기 어려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저 따뜻하게 손을 먼저 내밀어 주는 것,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만 주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거예요. 오늘 소개하는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는 그런 분이랍니다. 어려운 문제에 닥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시는 분, 사람들 마음에 생긴 응어리를 행복으로 바꿔주시는 분이 바로 젤리 할머니입니다.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일요일 아침이면 사람들은 젤리 할머니의 집 앞에 길게 줄을 서서 할머니를 기다립니다. 젤리 할머니가 둥그런 낚시 의자에 앉으면 한사람씩 다가와 할머니에게 크고 작은 고민들을 털어 놓기 시작해요. 그렇게 자신의 고민을 다 털어놓고 나면 사람들은 할머니에게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작은 씨앗 하나를 건네주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갑니다.

할머니는 가만히 들어주기만 했을 뿐인데, 사람들의 표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 볼까요?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한 아저씨에게서 먹구름같은 고민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쏟아내자 아저씨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변했어요. “아, 정말 후련해~”라고 아저씨의 얼굴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상기된 볼, 한층 밝아진 얼굴로 할머니에게 건네는 아저씨의 작은 씨앗은 무거운 고민을 덜어낸 듯 빨갛게 빛나고 있습니다. 반면 할머니는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씨앗을 건네 받을 때도 크게 표정의 변화가 없습니다. 그저 평온한 표정으로 묵묵히 듣고 앉아 계실 뿐이예요.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이제 아저씨 차례가 끝났으니 또 다음 번 사람의 차례가 돌아오겠네요. 그런데 사람들 사이에 줄 서있던 꼬마 니노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드려야 할 씨앗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무거움 마음으로 돌아서야 했어요. 풀 죽은 모습으로 슬며시 돌아서는 니노의 모습이 왠지 안쓰럽습니다. 저렇게 작은 꼬마에겐 도대체 어떤 고민이 있는걸까요?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월요일 아침이면 젤리 할머니는 사람들로 부터 고민을 들어주고 받은 씨앗을 외발 손수레에 싣고 마을로 나가십니다. 할머니에게는 돌아볼 곳들이 있거든요. 마을 광장 한가운데서 할머니는 씨앗 한 움큼을 불어 날립니다. 젤리 할머니가 불어 날린 씨앗들은 펑! 펑! 색색깔 고운 풍선이 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과자들이 새카맣게 타 버려 울상이 된 빵집아저씨에게 날린 씨앗은 펑! 펑! 터지며 달콤한 초콜릿 빵이 되어 진열대에 수북이 쌓입니다. 늙은 사과 나무 앞에선 할머니가 씨앗을 날리자 펑! 펑! 새빨간 사과가 늙은 사과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렸죠. 사람들 뿐 아니라 사과 나무에게까지 행복을 안겨주는 젤리 할머니. 할머니가 펑! 펑! 날려주는 행복은 이렇게 오색 빛깔 아름다운 색으로 세상을 물들입니다.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곳곳을 찾아다니던 할머니는 길에 떨어진 씨앗 하나를 발견합니다. 젤리 할머니는 한 눈에 꼬마의 슬픔이라는 것을 알아챘어요. 어린 꼬마의 슬픔을 간직했기 때문일까요? 다른이들이 고민을 털어내고 건넨 알록달록한 씨앗과 달리 니노가 잃어버린 씨앗은 까만색입니다.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할머니는  쪼그리고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있는 꼬마 니노와 만납니다. 니노가 씨앗을 잃어버려 슬프다고 이야기하자 할머니는 길에서 주운 니노의 작은 씨앗을 보여주었어요.

젤리 할머니와 니노는 예쁜 화분에 작은 씨앗을 심고 물을 뿌려주었답니다. 이제 둘은 씨앗이 움트기를 기다리기로 합니다. 이제나 저제나 아무리 기다려도 씨앗은 감감 무소식입니다. 니노의 씨앗이 싹이 터서 나올수 있을까요?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니노는 처음 씨앗을 심었을 때만해도 할머니와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화분만 들여다 보고 있을 뿐이었어요.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요. 할머니 역시 니노에게 억지로 말을 걸거나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할머니는 니노 곁을 묵묵히 지켜줄 뿐이었어요. 니노의 마음과 달리 씨앗은 좀처럼 화분 밖으로 나오지 않아요. 점점 시간이 흐릅니다. 낙엽이 떨어지고. 코코아를 마셔야 할 정도로 날이 쌀쌀해 지고, 또 어느 날은 비가 오기도 해요. 할머니와 니노는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동안 니노는 할머니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어느 순간부터 니노는 화분에서 고개를 들고 할머니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씨앗이 나와 꽃이 피자 니노는 상기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젤리 할머니에게 달려가 꼭 안깁니다. 마치 움츠러든 채로 어두운 흙속에 갇혀 있던 새싹이 화분을 뚫고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민 것처럼 니노의 마음도 활짝 열린듯 합니다.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품에 안긴 니노에게 화분을 건네주며 젤리 할머니는 말씀하셨어요.

“자, 선물이란다. 잘 보살펴 주렴.”

니노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젤리 할머니도 행복했지요.
이제 니노의 슬픔은 말끔히 사라졌으니까요.

젤리 할머니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고 홀가분해진 기분으로 돌아가는 어른들과 달리, 니노는 고민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직 판단이 서지 않는 꼬마입니다. 그림책 속에서는 그런 니노가 씨앗을 잃어버린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어요. 니노의 잃어버린 씨앗을 찾아낸 젤리 할머니와 니노가 함께 화분에 씨앗을 심는 것은 니노 마음 속에 있는 고민을 찾아내는 과정과 같아요. 할머니는 그저 묵묵히 곁에서 니노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수 있도록 지켜 주십니다. 그리고 마침내 니노가 젤리 할머니에게 마음의 문을 열면서 씨앗은 싹이 트기 시작했고 꽃을 피워냈습니다. 검게 탄 니노의 마음 같았던 씨앗, 좀처럼 싹이 트지 않았던 씨앗은 빨갛고 고운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젤리 할머니가 니노에게 꽃 핀 화분을 선물로 주시며 잘 보살피라 하신 말씀은 바로 네 마음을 잘 보살피라는 의미였겠죠…

아이의 고민이나 걱정거리를 “쪼그만게 고민은 무슨 고민이야?”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있다면 꼭 한 번 아이와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그림책  “요술쟁이 젤리 할머니”.

작디 작은 아이들도 각자 나름의 고민을 안고 살아갑니다. 아직 세상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의 고민은 어쩌면 끄집어 내기 더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재된 고민은 밖으로 나온 것들보다 더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가 될수도 있어요. 하지만 꾹꾹 눌려지고 감춰진 고민을 건강하게 극복해 낼 수 있을 때 아이들은 좀 더 단단하게 자라 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민을 이겨낸 니노처럼 말이예요. 그리고 너무 과하지 않게, 너무 무심하지도 않게 아이들 곁을 지켜 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겠지요. 바로 젤리 할머니 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