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책표지 : Daum 책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원제 : Don’t Let The Pegeon Drive The Bus)
글/그림 모 윌렘스 | 옮김 정회성 | 살림어린이

※ 2004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라는 길고도 독특한 제목이 눈길을 끄는 그림책입니다. 2004년 칼데콧 명예상을 수상한 모 윌렘스의 그림책이죠. 비둘기에게 과자 봉지도 아니고 난데없이 버스 운전을 맡기지 말라니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그림책을 펼치면 버스 운전사 아저씨의 부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안녕하세요! 나는 버스 운전사예요.
저,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내가 잠시 다녀올 데가 있어요.
그러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버스 좀 지켜 주세요.
그래 준다고요? 고마워요.
그런데 한 가지 꼭 기억해 두세요.

꼭 기억해야 할 꼭 한 가지는 바로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입니다.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그림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버스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버스 운전사 아저씨가 유유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때 빼꼼 고개를 내밀며 또 다른 등장인물이 나타나죠. 바로 아저씨가 절대 버스 운전을 맡기지 말라고 했던 비둘기의 등장입니다.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운전사 아저씨가 버스를 두고 절대로 멀리 가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 비둘기가 슬쩍 말을 했어요. 자기가 버스를 운전해도 되는지 말이죠. ‘오호~ 대담한 비둘기일세!’라는 말이 절로 나오네요.

(그런데 전체 내용을 살펴 보면 분명 아저씨는 사라지고 비둘기와 독자와의 대화가 시작되는 이 장면에서 비둘기가 아저씨에게 허락을 구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져 원서를 찾아보았어요. 번역본에는 ‘저, 아저씨! 제가 버스를 운전해도 될까요?’로 되어있지만 원서에는 ‘Hey, Can I drive the bus?’라고 나옵니다. 운전사 아저씨가 초반 독자에게 버스를 맡기고 떠났다가 후반에 다시 돌아오는 전체 구성을 보았을 때 ‘Hey’는 ‘아저씨’라기 보다는 책을 읽고 있는 독자를 칭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얘들아, 내가 버스 운전 좀 해 봐도 되겠니?’ 요렇게요.)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비둘기는 갖은 애교와 간절함으로 버스를 운전해 보겠다 조르기 시작해요. 조심조심 운전하겠다, 조금만 움직이게 해보겠다, 자기 사촌도 매일 버스 운전을 한다는 식으로요.

하지만 꿈쩍도 않는 상황이 되자 혼자 상상 속 버스 운전하기 놀이를 시작합니다. 입으로 엔진 소리를 내면서 즐거운 척 놀던 비둘기는 다른 제안을 시도했어요.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함께 버스 운전 놀이를 하자는 제안으로요. 단 자신이 먼저 하겠다는 조건이 붙었죠.(여기서도 원서에는 ‘Hey, I’ve got an idea. Let’s play “Drive the bus.”!’라고 나와있습니다. 아저씨가 오는지 안 오는지를 조심스레 살피면서 독자에게 버스운전 놀이를 제안 하는 것이죠.)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비둘기의 제안에 잠깐 솔깃해 지기도 하고 아저씨의 부탁을 떠올리며 비둘기를 말리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책에 빠져듭니다.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아, 이쯤 되면 바로 우리 아이들 모습이 슬슬 떠오르기 시작하네요. 애교스러운 부탁, 불쌍해 보이는 제스추어 그리고 함께 하자는 색다른 제안, 애절한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 비둘기의 모습이 꼭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생각을 하겠죠. ‘아, 말썽 피우는 나를 엄마 아빠가 말릴 때 기분이 이런 거구나’하구요.

음, 이제 비둘기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카드는…… 보나 마나 뻔한 바로 그것이죠.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소리 치고 뒹굴면서 무작정 떼쓰기! ^^

간절하고도 애끓는 비둘기의 표정과 몸짓에 웃음이 빵 터지네요.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자기들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는 아이들은 이 장면에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

버스 운전을 하지 못한 비둘기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 터지기 일보직전 다행히 이 상황을 수습해 줄 버스 운전사 아저씨가 돌아왔어요. 그리곤 처음처럼 독자를 향해 말합니다.

나 이제 돌아왔어요!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을 맡기지 않았죠?
아주 잘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버스를 몰면서 유유히 떠나는 운전사 아저씨를 본 비둘기는 그제야 완전히 단념을 했어요. 이것으로 버스를 몰겠다는 비둘기의 야심찬 계획은 영원히 수포로 돌아갔네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까지 꼼꼼하게 살펴 보세요. 비둘기에게는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이 생겨났거든요.^^

모 윌렘스의 작품들의 특징을 꼽는다면 단연코 ‘재미’와 ‘위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로 활동했던 경력이 그의 그림책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겠죠.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은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 비슷한 비둘기의 이야기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의미를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물론 타인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되구요.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간결하고 위트 넘치는 스토리를 가진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은 맡기지 마세요!”는 버스를 지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 받은 독자가 못견디게 버스 운전이 하고 싶은 비둘기를 말리는 것으로 양방향 소통을 시도한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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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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