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크림봉봉
책표지 : Daum 책
산딸기 크림봉봉

(원제 : A Fine Dessert : Four Centuries, Four Families, One Delicious Treat)
에밀리 젠킨스 | 그림 소피 블랙올 | 옮김 길상효 | 씨드북
(발행일 : 2016/07/20)

※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선정작
2016 가온빛 추천 그림책 BEST 101 선정작


오늘 준비한 그림책은 2015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던 열 권의 작품 중 한글판 출간을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그림책입니다. “산딸기 크림봉봉”이라는 귀여운 제목을 달고 국내에서 출간된 이 그림책은  ‘Blackberry Fool’이라는 디저트를 소재로 3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디저트를 만드는 도구와 조리법,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의 변화를 아주 참신하게 그려냈어요. 에밀리 젠킨스의 차분한 이야기에 소피 블랙올만의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림이 단연코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 fool : ‘바보’란 뜻도 있지만 ‘과일을 삶아 으깬 것에 크림이나 커스터드(custard)를 섞어 차게 먹는 디저트’란 뜻도 있습니다(‘fruit fool’이란 검색어로 구글링을 해보면 맛있는 크림봉봉 이미지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수백 년에 걸쳐 오래도록 사랑 받아온 디저트 블랙베리풀의 달콤한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나러 가볼까요?

산딸기 크림봉봉

300년 전 영국 라임이라는 마을(마을 이름도 참 이쁘죠?^^)에서 엄마와 어린 딸이 산딸기를 따고 있어요. 손은 보랏빛으로 물들고 걸을 때마다 기다란 치맛자락이 덩굴 가시에 툭툭 걸리죠.

보랏빛으로 물든 손, 보랏빛으로 물든 앞치마, 산딸기를 따러 온 엄마 등에서 편안하게 잠든 아기, 열심히 딴 산딸기 한 알을 위로 던져 장난스럽게 받아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엄마의 눈빛까지 참 정감있게 그려냈네요.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가 소피 블랙올의 그림들이 늘 그렇듯이 말입니다.

산딸기 크림봉봉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 젖소에서 직접 짠 우유에서 크림을 걷어내고 나뭇가지로 만든 거품기를 팔이 아프도록 휘저어 크림을 부풀립니다. 그 사이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온 딸은 씻은 산딸기를 올 굵은 천에 감싸 쥐고 꼭꼭 주물러 씨를 걸러냅니다. 두 사람은 산딸기에 설탕을 녹여 양푼에 담고 생크림을 부은 후 둥글게 저어 줍니다. 이렇게 산딸기 크림봉봉이 완성되면 양푼에 담아 얼음 창고에 넣어두죠. 산딸기와 생크림을 젓던 숟가락은 딸의 몫이에요.

“숟가락 핥아 먹을래, 우리 딸?”
엄마가 말해요.
딸은 얼른 숟가락을 핥아요.
음.

아이의 볼과 입, 산딸기가 묻은 숟가락과 앞치마 그리고 산딸기를 먹고 난 후 저절로 나오는 감탄사 ‘음’까지 모든 같은 색깔로 물들었네요. 맛있는 음식을 입 안에 넣었을 때 절로 나오는 감탄사는 전세계 공통어인 ‘음(Mmmmm)’ 아닐까요? ^^

산딸기 크림봉봉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어진 산딸기 크림봉봉은 가족의 저녁 식사 후 후식으로 등장합니다. 아빠와 오빠, 막냇동생까지 한 그릇씩 나눠주고 나면 딸은 부엌에 앉아 양푼에 남은 걸 싹싹 긁어 먹습니다

살살 녹아요, 녹아!

식사 후 맛보는 달콤한 디저트에는 다정한 모녀의 정성이 함께 녹아있어요.

산딸기 크림봉봉

200년 전 미국 찰스턴 도시의 변두리 마을, 엄마와 딸이 농장에서 산딸기를 따고 있어요. 산딸기를 채취하는 장소가 이제 농장으로 바뀌었네요. 군데군데 기운 옷을 입고 산딸기를 따며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는 흑인 모녀는 젖소 농장에서 마차로 배달된 우유 크림을 쇠로 만든 거품기로 젓고, 양철 거름망에 넣어 씨를 골라낸 산딸기에 설탕을 녹여 양푼에 담아 생크림과 함께 저어주죠. 다 젓고나면 숟가락에 묻은 산딸기 크림 반죽은 딸의 몫인 것만은 여전히 변함이 없어요.

산딸기 크림봉봉

하지만 지하실에 얼음덩어리를 채운 나무 상자 안에 넣어두었던 산딸기 봉봉은 저녁 식사를 마친 주인집 가족들 몫입니다. 늦은 밤 두 사람은 벽장에 숨어 양푼에 남은 걸 싹싹 긁어먹어요. 어디에서 먹든 입안에서 살살 녹는 산딸기 크림봉봉의 맛은 변하지 않죠. 산딸기 크림봉봉의 달콤한 역사 한 켠에는 흑인 노예들의 쓰디 쓴 땀방울이 숨어있어요.

산딸기 크림봉봉

100년 전 미국 보스턴, 이제 산딸기는 시장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이 되었어요. 화려한 모자에 곱게 차려입은 엄마가 가판대에 놓인 산딸기 두 통을 삽니다. 유리 병에 담긴 균을 없앤 우유 크림이 현관 앞까지 배달되고, 엄마는 요리책에 나온대로 손잡이 달린 거품기로 크림을 휘저어 체에 으깨 거른 산딸기와 합쳐 둥글게 저어줍니다.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주걱에 묻은 산딸기 크림봉봉 반죽을 핥아 먹는 것만은 변하지 않았어요. ‘음’ 하는 감탄사 역시 그대로죠.

나무로 만든 아이스박스에 넣어 두었던 산딸기 크림봉봉은 이제 온 가족이 둘러 앉은 식탁에서 함께 나누어 먹어요.

산딸기 크림봉봉

이제 더 이상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드는 일은 여자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슈퍼에서 산딸기와 유기농 크림을 산 아빠와 아들, 인터넷으로 레시피를 찾은 요리법에 따라 전기 거품기로 크림을 휘젓고 전기 믹서기로 간 산딸기를 체에 부어 씨를 걸러낸 후 설탕을 녹여 폭신한 생크림과 합쳐서 냉장고에 넣어놓아요.

산딸기 크림봉봉

저녁 식사에 초대된 친구들에게 후식으로 내온 산딸기 크림봉봉은 인기 만점입니다.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손님들이 돌아가고 나면 아들은 양푼에 남은 것을 싹싹 핥아 먹으면서 말하죠.

살살 녹아요, 녹아!

성별, 인종, 나이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인 저녁 시간, 이제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손쉽게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들게 되었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입에서 살살 녹는 그 맛이 느껴집니다. 산딸기 크림봉봉 만드는 방법이 책 뒤편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금방 뚝딱~ 달콤하고 시원한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산딸기 크림봉봉

300년이란 시간 속에 산딸기 크림봉봉을 만드는 도구나 재료를 구하는 방법, 만드는 사람들, 식탁의 풍경들과 시대별 문화가 조금씩 바뀌어 갔지만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내는 소리와 그 속에 담긴 즐거움만큼은 변하지 않았네요.

소피 블랙올은 1년에 걸쳐 자료를 준비하고 조사해 그림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직접 나뭇가지 거품기를 만들어 크림을 휘저어 보기도 했구요. 박물관을 찾아가고 노예를 부리던 주인집 가족 일기도 읽고 1900년대부터 발행된 가구 카탈로그를 수집하기도 했다고 해요. 심지어 등장인물 옷 입히는 것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그려냈다고 해요. 그림책 한 장 한 장 속에 작가들의 정성과 안목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철저한 조사와 협업 덕분에 글과 그림이 서로 녹아들어 오래도록 사랑 받을 수 있는 멋진 작품 한 권이 탄생한 것이죠.

백 년 후인 2110년에 산딸기 크림봉봉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식탁에 올라올까요? 그 때는 2010년의 모습이 또 어떻게 비쳐질까요? 또 다시 한 세기가 흘러가도 여전히 우리는 달콤한 맛에 열광하고 있겠죠. 그리고 그 맛을 음미하며 음~하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만은 분명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산딸기 크림봉봉

소피 블랙올은 실제 블랙베리를 으깬 즙으로 이 책의 면지를 칠했다고 합니다. 면지에서 블랙베리향이 솔솔 날 것만 같지 않나요?

※ 한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블랙베리는 우리나라에 흔하지 않아서 친숙한 산딸기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본 글에서도 한글판 그림책에서 묘사한 그대로 블랙베리 대신 산딸기로 표현했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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