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를 보았어
책표지 : Daum 책
모자를 보았어

(원제 : We Found A Hat)
글/그림 존 클라센 | 서남희 | 시공주니어
(발행 : 2016/10/11)


존 클라센은 자신의 모자를 찾으러 다니는 커다란 곰 이야기 ” 내 모자 어디 갔을까?”  2011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에 선정되었고, 2013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종후보작에까지 오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늘 색 모자를 훔쳐 쓰고 달아나는 작은 물고기의 독백으로 이야기가 진행 되는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로 결국 칼데콧 메달(2013)과 케이트 그린어웨이상(2014)을 모두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냈었죠.

모자 이야기로 이제 더 이상 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존 클라센은 올해 다시 모자를 소재로 아주 독특한 이야기를 들고 독자를 찾아왔어요. 최소화한 글, 단순화 시킨 그림과 함께 모자를 소재로 한 설정은 앞서 선보인 두 가지 그림책과 일맥상통하는 점입니다.

모자를 보았어

사막을 걷던 거북이 두 마리가 하얀 모자 하나를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모자를 보았어.
우리 함께 보았어.

‘너희가 본 모자 우리도 보았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존 클라센의 그림책 속 등장인물들의 눈빛이 늘 그렇듯 이 그림책에서도 등장인물들의 눈빛이 참 독특해요. 시크하면서도 도도하고, 아무 관심 없는 듯 무덤덤해 보이는 눈빛에 독자들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아주 묘한 느낌입니다.

거북이는 둘인데 모자는 한 개 뿐이라는 사실 역시 거북이들은 아주 무덤덤하게 이야기합니다.

모자를 보았어

둘은 차례로 모자를 써보았어요. 자신에게 어울리냐 묻는 말에 서로에게 모자가 어울린다고 말해줍니다. 그런데 이 장면도 참 재미있어요. 어울린다는 말에는 잘 맞는다, 조화로워 보인다는 뜻이 분명 포함되어있는데 거북이들이 쓴 모자는 너무 커서 머리를 다 가려 버리거든요. 어울리지 않지만 친구가 상처 받을까봐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 것 같은 살짝 코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모자를 보았어

둘 다 어울리지만 둘 중 하나만 모자를 갖고 하나는 못 가지면 마음이 좋지 않을거라는 결론을 내린 거북이들은 모자를 그냥 놔두고 못 본 걸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런데 왼쪽 세모 무늬 거북이는 모자에 미련이 남는 눈치입니다. 네모 무늬 거북이가 미련없이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가는 중에도 세모 무늬 거북이는 모자 주변을 잠시 서성이다 걸어가면서도 모자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거든요. 그 눈빛이 참 진지합니다.

모자를 보았어

돌과 선인장 뿐인 황량한 모래 사막을 곱게 물들이며 석양이 지고 있습니다. 커다란 검은 돌 위에 두 마리의 거북이 서있습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던 거북이들이 말했어요. ‘우리 함께 보고있다’고.

함께 석양을 바라보고 있지만 생각까지 똑같을 수는 없죠. 세모 무늬 거북이가 친구에게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묻자 대답이 참 간결합니다. ‘지는 해 생각’을 하고 있다네요. 하지만 세모 무늬 거북이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않았어요.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묻는 말에 그저 ‘그냥’이라고 답했거든요. 하지만 그냥이라 말하면서 눈빛은 저 뒤에 놓인 하얀 모자에 가있습니다. 거북이의 시선으로 우리는 거북이의 진짜 마음을 예측해 볼 수  있습니다.

모자를 보았어

어느덧 잘 시간이 되었습니다. 두 거북이는 함께 잠 자리에 들었지만 세모무늬 거북이의 신경은 온통 모자에 쏠려있어요. 별이 총총 뜬 사막의 밤, 거북이의 눈빛이 별처럼 초롱초롱합니다. 함께 잠자리에 들었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밤, 밤이 깊어감에 따라 네모 무늬 거북이의 눈빛이 차츰 사그러 들고 있어요.

모자를 보았어

밤이 깊어가고 네모 무늬 거북이가 잠이 드는 모습을 보며 세모 무늬 거북이는 조금씩 모자에 대한 야망을 드러냅니다. 잠이 깊이 들었는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물어보며 한 발짝 두 발짝 모자를 향해 살금살금 걸어갑니다. 지켜보는 이의 마음도 세모 무늬 거북이처럼 두근두근해집니다. 그 때 두 눈을 꼭 감고 잠든 거북이가 자신이 꾸고있는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꿈속에서 내게
모자가 있어.
나에게 어울리는
모자가 있어.

모자를 보았어

너도 거기에 있어. 꿈속에 있어.
너에게 어울리는 모자도 있어.

늘 ‘함께’를 강조해왔던 거북이들, 네모 거북이의 꿈 속에서 두 친구는 ‘함께’ 똑같은 모자를 쓰고 있어요. 똑같은 모자를 쓴 두 마리의 거북이가 까만 밤하늘에 둥실 떠있습니다.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모자 가까이까지 다가섰던 세모 무늬 거북은 친구의 꿈 이야기를 듣고 잠시 멈칫합니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와 잠들어 있는 친구를 바라보다 ‘함께’ 잠들었어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이 한 권에 모자 시리즈의 제목이 다 들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내 모자 어디 갔을까?’하고 찾던 거북이가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라는 결론을 내리고 ‘모자를 본 것’으로 마무리한다는 그런 느낌이랄까요? ^^

세모 무늬 거북이는 ‘우리’와 ‘함께’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을까요? 자신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래서 마음을 쏙 빼앗는 멋진 모자 보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 그것은 바로 친구의 마음이죠. 어두운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처럼 영원한 것!

앞서 나왔던 모자 시리즈가 ‘내 것’를 찾기위해 벌어지는 살짝 섬뜩한 느낌이었다면 “모자를 보았어”는 ‘함께’를 강조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시선을 압도하는 살아있는 눈빛을 가진 등장인물, 간결한 글과 최소한의 선과 색으로 작업한 그림, 감각적인 구성으로 다양한 추측과 사고를 하게 하는 역시나 남다른 탁월함을 보여주는 존 클라스의 그림책 “모자를 보았어”입니다.


※ 존 클라센의 ‘모자 시리즈’

내 모자 어디 갔을까?

칼데콧상 수상작 : 이건 내 모자가 아니야 (2013)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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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선
최경선
2016/12/17 15:50

가온빛이 보내오는 우편함을 열면 마음이 흐믓해집니다.
밤 하늘에 두둥실, 함께….
이선주님이 읽어주는 그림책은 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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