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아래 작은 마을

산 아래 작은 마을
책표지 : Daum 책
산 아래 작은 마을

(원제 : Sous La Montagne)
글/그림 안 에르보 | 옮김 이두영 | 미래아이
(발행 : 2017/03/10)


책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믿고 보는 작가 한 명씩은 다들 있을 거예요. 언제 새 책이 나올지 기다려지는 작가,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가서 우선 구매하고 보는 작가…… 안 에르보는 저에게 그런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림만 보아도 좋고, 글과 같이 읽으면 더욱 좋고, 오래 두고 여러 번 보아도 좋고, 아이들에게 보여주어도 좋고 어른이 읽어도 좋은 그런 그림책을 그리는 작가가 바로 안 에르보랍니다.

산 아래 작은 마을

추위를 피해 산 아래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에 온갖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가 하나 있었어요. 갈색 나무 선반에는 별의별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고 계산대 위에는 갈색 털의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있는 이 작은 가게는 늘 사람들로 북적였어요. 물건을 사려고 들른 사람들은 이곳에서 만나 한동안 이야기꽃을 피우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어요.

일요일만 빼고, 작은 가게 안은 날마다 이렇게 복작복작 시끄러워요.

나무 선반을 빼곡하게 채운 다양한 물건들, 계산대 위에 늘어져있는 고양이… 그 포근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예전 동네마다 하나씩 있던 작은 구멍가게를 떠올리게 하네요. 마을 사람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이었던 조그맣고 온기 가득한 가게 말이죠.^^

산 아래 작은 마을

어느 겨울 몹시 길고 지독한 추위가 몰려왔어요. 사람들은 겨우내 남아있는 음식들을 싹싹 다 먹어치웠어요. 구멍가게에도 사람들에게 나눠 줄 음식이 별로 남아있지 않았어요. 남은 통조림과 잼 몇 병, 젤리와 비스킷 몇 봉지, 꿀과 시럽마저도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겨울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산 아래 작은 마을

구멍가게 주인아주머니는 빨간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높은 선반에 얹혀 있던 잼을 들고 내려왔어요. 그때 아주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주머니가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내려올 때마다 품에 안고 있던 잼의 크기가 점점 커졌거든요.

그 모습을 본 갈색 고양이가 조용히 노래했어요.

“사다리를 올라갈 땐 빵 부스러기였지만,
내려올 때는 커다란 빵이 된다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구멍가게로 몰려들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산 아래 구멍가게에서 주린 배를 채웠고 이웃과 먹을 것을 나누며 감사 기도를 드렸어요. 작은 것을 크게 만드는 기적의 사다리 이야기는 마을 밖까지 멀리멀리 퍼져나갔어요.

산 아래 작은 마을

구멍가게의 신비한 사다리로 인해 결국 전쟁이 벌어집니다. 사다리가 산적들 손에서 강도들에게, 어떤 귀족이 보낸 하인들에게, 어떤 왕의 군대에게 뺏고 빼앗기며 옮겨지는 동안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왔어요. 그렇지만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죠. 모든 것이 스러지고 불타고 사람들은 죽어갔습니다. 결국 사다리도 전쟁터에서 산산조각 나고 말았어요. 언덕만 덩그러니 남은 마을은 계절조차 알 수 없는 빈터가 되어버렸어요.

모든 것이 불타버린 마을을 바라보던 갈색 고양이가 나직이 노래를 합니다.

“빨간 사다리는 그저 나무 조각일 뿐,
기적은 바로 사람의 마음 안에 있다네.”

고양이는 이 모든 것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작은 빵조각 하나도 서로 나누어 먹던 귀한 마음이 함께했던 빨간 사다리, 하지만 욕심이 불러온 재앙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산 아래 작은 마을

산 아래 구멍가게에는 높은 선반 위에 잼이 든 병 하나만 겨우 남았어요. 주인아저씨는 유리병을 내리려고 남아있는 의자와 빗자루를 잘라 새 사다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는 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조심조심 잼이 든 병을 들고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아저씨가 사다리를 한 칸 한 칸 내려올 때마다 들고 있던 유리병이 점점 커졌어요. 예전에 빨간 사다리를 타고 내려올 때처럼요. 그제야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깨달았어요. 마법은 빨간 사다리가 아닌  구멍가게였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흠, 마법을 불러일으키는 진짜 힘은 구멍가게를 가진 아주머니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이겠지요.^^

이웃과 마음을 나누는 따뜻한 구멍가게와 착한 아주머니와 아저씨, 그리고 이웃들, 그곳에 사는 음유 시인이자 철학자 고양이와 빨간 사다리 이야기는 차가운 겨울 배경 속에서 더욱 따뜻하게 빛을 발합니다. 어떤 순간에도 절망하지 않고 욕심부리지 않고 함께 나누는 마음! 고양이가 말했듯이 ‘기적은 바로 사람 마음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절대 빼앗을 수 없는 것이지요.^^

철학적이고 진지한 이야기, 삶의 통찰력이 담긴 신비롭고 따뜻한 이야기를 선보여온 작가 안 에르보의 역량이 또다시 돋보이는 그림책 “산 아래 작은 마을”, 독특한 그림과 이야기 전개로 삶의 희망과 나눔 그리고 소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그림책입니다.

마음씨 고운 이들에게 기적은 꼭 존재한다는 것! 다들 믿으시죠? ^^ 착한 마법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신이 납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