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원제 : Cem Sementes Que Voaram)
이자벨 미뇨스 마르틴스 | 그림 야라 코누 | 옮김 홍연미 | 토토북
(발행 : 2018/06/08)


행복한 삶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완벽한 인생이란 어떤 인생을 말하는 것일까요? 희망과 믿음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림책을 읽다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삶의 질문에 마음이 따스해지는 이야기를 품고 있는 그림책이 참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도 그렇습니다. 차분히 그림책을 넘기다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 향긋한 책 내음에 마음이 행복으로 파릇하게 물드는 바로 그런 그림책입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나무는 기다렸어.
꿈과 희망을 가득 품고서.

무얼 기다리는 걸까?
모든 일이 잘되기를.
(그게 나무의 가장 큰 꿈이야.)

무얼 기다리는 걸까?
너무나 완벽한 하루.
더할 나위 없는 하루.
바로 그 하루를!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나무는 그 꿈을 가슴에 품고 조용히 기다립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하루를 위해 나무는 매서운 추위도 타는 듯한 더위도 견뎌냅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찾아왔어요. 나무가 기다리던 완벽한 날이!

우뚝 선 초록 소나무 한 그루는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자 마음을 가다듬고 품고 있던 씨앗을 바람 속에 떨궈냈어요. 공기 속으로 날아가는 씨앗들, 나무는 자신이 날려보낸 씨앗을 자랑스럽게 바라봅니다. 씨앗들이 무사히 멀리멀리 날아가 잘 자리 잡기를 바라면서…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나무의 바람과는 달리 모든 씨앗이 무사하지는 못했어요. 100개의 씨앗 중 10개는 바람을 잘못 타는 바람에 도로 한복판에 떨어졌고 20개는 강물에 빠져버렸어요. 바위에 떨어진 씨앗도 있고 새들에게 콕콕 쪼아먹힌 씨앗도 있었죠. 벌레의 둥지가 되어 그만 구멍이 숭숭 뚫려 버린 씨앗도 있고 다람쥐가 날름 물고 간 씨앗도 있고 남자아이가 주워간 씨앗도 있어요.

완벽하다 판단했지만 언제든 위험은 찾아오기 마련이죠.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며 나무가 품었던 소망은 허무하게 예기치 않은 변수 앞에서 무너지며 하나 둘 헛된 바람이 되어 사라져 버립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세상 속으로 날아간 100개의 씨앗 중 10개만 남았어요. 하지만 남은 10개의 씨앗 중에 7개는 목이 말라 죽고 말았죠. 아, 너무나 슬픈 이야기입니다. 나무가 품었던 꿈은 이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리는 것일까요? 삶은 이토록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일까요?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다행히 100개의 씨앗 중 살아남은 3개에서 싹이 텄어요. 하지만 이 세 개의 싹 중 단 하나만 살아남게 됩니다. 살아남은 하나의 씨앗이 나무가 그토록 소망했던 꿈이고 희망일까요? 하지만 삶은 참 잔혹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마저도 가혹한 운명의 덫에 걸리고 말았어요. 토끼 한 마리가 찾아와 어린 나무를 통째로 먹어치워버렸거든요.

여기까지가 이야기의 끝일 수도 있어.
그런데 말이야. 기억해?
나무는 아직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모든 것이 잘되길 바라면서 말이야.
놀라지 마! 정말 그렇게 됐단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진짜 기적이 시작됩니다.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씨앗을 15개나 삼켰던 욕심꾸러기 검은지빠귀의 똥에서 싹이 텄어요. 바위 틈바구니를 뚫고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왔고 어치가 땅속 굴에 숨겨 놓은 씨앗도 용케 싹을 틔웠죠. 몽땅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여기저기에서 기적처럼 고개를 내미는 작은 씨앗들!

오랜 기다림 속에서 나무가 품었던 희망처럼 숲속 여기저기에 새로이 자리 잡고 자라나는 나무 열 그루,

맞아.
나무는 다 알고 있었어.
흔들림 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면
모든 일이 잘되리라는 걸!

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시처럼 섬세하게 그려낸 이야기와 선명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우리의 삶을 멋지게 그려낸 그림책 “씨앗 100개가 어디로 갔을까”, 마지막 반전이 놀라움을 안겨주는 그림책입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이 책에 영감을 준 다양한 씨앗 친구들이 등장해요. 날개가 달려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소나무 씨앗, 공기주머니가 있어 강물을 따라 둥둥 떠내려가다 알맞은 곳에 싹을 틔우는 오리나무 씨앗, 알록달록 달콤한 열매 속에 씨앗을 감춰 놓은 체리나무, 보드라운 털로 싸여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날아가는 미루나무 씨앗, 헬리콥터처럼 날아가는 유럽피나무 씨앗, 동물들 몸에 붙어 여행을 하는 너도밤나무 열매, 저마다의 방식으로 모체에서 멀리멀리 떨어져 홀로 우뚝 자라나는 씨앗들은 엄마 나무의 오랜 기다림과 사랑, 믿음으로 자라난 결과물입니다.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어요. 지금 우리가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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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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