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줄이다!

앗! 줄이다!

글/그림 조원희 | 웅진주니어
(발행 : 2018/09/15)


산뜻한 연두색 바탕에 빨간 줄이 눈에 쏘옥 들어옵니다. 땅바닥에 늘어져있는 빨간 줄을 발견한 아이가 “앗! 줄이다!”하고 외치는 말에는 호기심과 반가움이 가득 담겨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그렇잖아요. 어른들이 보기엔 별거 아닌 걸 보고도 대단한 발견한 양 기뻐하고 그걸로 기발하고 참신한 놀이거리를 생각해 내기도 하고요.

기다란 줄처럼 가로로 길쭉한 판형의 그림책 속에는 빨간 줄 하나로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앗! 줄이다!

길을 가던 한 아저씨가 줄 하나를 발견하고는 무심코 당겨 봅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자 아저씨는 질 수 없다는 듯 더 힘껏 줄을 당기기 시작했어요.

앗! 줄이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하나둘 차례차례 줄에 매달려 줄을 당기기 시작합니다. 부동산에 가던 아줌마도 헬스장에 가던 청년도 소개팅 가던 아가씨도 바둑을 두러 가던 할아버지도 줄을 당겼어요.

혹시 집값과 관련 있을까 봐, 청년이 마음에 들어서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함께 줄을 당기기 시작했지만 왜 당기고 있는지 언제까지 당겨야 하는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서로에게 묻지도 않습니다. 그저 당겨야 하니까 당기고 있을 뿐.

그때 한 아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가다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어요.

“왜 줄을 당기고 있어요?”
“왜라니? 다 같이 힘을 합쳐야지. 너도 어서 힘을 보태렴.”
“저는 친구 집에 종이접기 놀이하러 가는 길이에요.”
“그게 뭐가 중요하니!”

꼬치꼬치 캐묻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흔히 이렇게 얘기하죠. ‘그게 뭐가 중요한데?’라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이도 이 줄다리기에 가세해 줄을 당겨봅니다. 저편으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대는 사람들과 달리 아이를 따라 왼쪽 화면에서 등장했던 작은 새들은 그림책 너머로 자유롭게 훨훨 날아가고 있어요. 앗! 줄이다!

이 의미없는 일이 곧 재미없어진 아이는 새들이 날아간 방향을 향해 줄을 타고 나아갑니다. 아이에게 줄타기는 즐겁고 재미난 놀이가 되었어요. 아슬아슬 줄 위에서 걷기, 양쪽팔을 당겨 쭉쭉 앞으로 나아가기, 거꾸로 매달리기.

이런 게 더 재미있는데.

아이 마음처럼 줄을 타고 넘어가면 갈수록 세상도 재미있게 변신합니다.

앗! 줄이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너무 신나서 저절로 야호! 하고 소리치고 싶을 만큼 행복한 풍경입니다. 줄에 매달려 그저 버티고 있는 어른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줄을 타고 신나게 놀다 보면 이런 멋진 세상과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그렇게 신나게 줄을 타고 놀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맞은편 줄에 무언가 보입니다. 그 광경을 보고 아이는 두 눈이 동그래져 ‘어!’하고 소리쳤어요.

앗! 줄이다!

맞은편에서도 똑같이 사람들이 줄을 당기고 있었거든요. 이쪽 역시 왜 줄을 당기고 있는지 묻는 이가 없어요. 그저 무표정하게 땀을 뻘뻘 흘리면서 줄을 당기고 있을 뿐.

“왜 줄을 당기고 있어요?”
저쪽에서 당기니까 그렇지. 너도 힘을 보태렴.”
“저쪽에서도 사람들이 당기고 있어요.”
“너 저쪽 편인가 보구나! 도와주지 않을 거면 저리 가거라.”

야단 맞고 시무룩하게 서있는 아이는 다시 줄을 당길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이미 한 번 해보았으니까요. 그러다 친구 집에 놀러 가던 길이었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어요. 발걸음은 친구 집으로 향하면서 여전히 줄을 당기는 사람들 쪽을 바라보던 아이, 그때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이리저리 가방 속을 뒤지더니……

앗! 줄이다!

좌우로 양쪽에서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줄을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죠. 양쪽에서 죽어라 줄을 당기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어른들이야 맹목적으로 줄을 당기기 위해서 잡아당기고들 있었지만, 꼬마가 줄을 자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거든요. 아이는 과연 이 줄로 뭘 할까요? 그림책 마지막 장면에서 꼭 확인해 보세요.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어른들이 도리어 아이들의 보살핌 속에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아이들의 보살핌 덕분일까요? “앗! 줄이다!”를 다 보고 나면 뭔가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다양한 그림책들을 선보여 왔던 조원희 작가는 이번 그림책 “앗! 줄이다!”를 통해 우리에게 삶의 이유와 본질에 대해 묻습니다. 본디 목적을 잃고 줄 끝에 매달려 너무 아등바등 대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도 모르게 편가르기를 하며 서로를 이기기 위해 쓸데없이 땀 뻘뻘 흘리고 있는 건 아닌지,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처럼 그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신나고 즐겁게 살아보는 건 어떤지 하고 말이죠.

나는 왜 여기 있는 것이고 왜 사람들 무리에 끼어 무작정 줄을 당기고 있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니까, 그저 그래야 하니까? 의미 없이 하던 일들에 이유를 묻게 되면 회색빛 세상에도 화려한 색상이 덧입혀지지 않을까요? “앗! 줄이다!”가 그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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