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원제 : A Mouse Called Julian)
글/그림 조 토드 스탠튼 | 옮김 서남희 | 재능교육
(발행 : 2019/04/08)


혼밥, 혼술(?), 나혼자족, 1인 가구 등등 혼자 사는 것, 혼자 밥 먹는 것, 혼자 여행 가는 것들이 더 이상 이상해 보이거나 어색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해요. 정말 완벽하게 세상을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오히려 혼자일수록 더 친구가 필요하고 이웃이 더 절실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그림책 속 주인공 줄리앙도 혼자 살아요. 그래서 그림책 제목도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이죠.

생쥐 줄리앙은 언제나 혼자 살았어.
그렇게 사는 게 마음이 편했거든.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땅 위의 동물들은 다들 줄리앙을 잡아먹으려 들었고 땅 밑의 동물들은 줄리앙을 귀찮게 한다 생각했거든요. 한 마디로 세상은 믿을 수 없는 존재들로 가득하다고 생각한 줄리앙은 요리조리 그들을 피해 다녔어요.

땅 아래 여기저기 굴을 파 놓고 사는 모습이 우리 인간들이 사는 아파트를 연상시킵니다.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제각각 따로 사는 모습까지 말이죠. 저 집들 중에서 유독 딱 한 곳, 다른 이웃들과 길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곳이 바로 줄리앙의 집입니다. (왼쪽 나무뿌리 바로 아랫집)

그런데 이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부분이 있어요. 혼자 사는 줄리앙과 얽히게 될 또 다른 누군가가 슬쩍 등장하고 있죠.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낼 줄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줄리앙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봐요. 어느 날 줄리앙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여우가 와락 온몸을 날려 줄리앙의 창문으로 들이닥쳤거든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이런 느낌일까요? 놀란 줄리앙의 두 눈도 흥분한 여우의 눈도 커다래졌어요. 무시무시한 이를 바드득바드득 갈고 으르렁그르렁 거리는 여우를 코앞에 두고 줄리앙은 그만 바짝 오그라들고 말았죠. 하지만 여우는 줄리앙을 잡아먹지 못했어요. 창문에 몸이 꼭 끼어 꼼짝달싹할 수 없었거든요.

처음 의도와 달리 줄리앙의 집에 요상한 모양새로 방문하게 된 불청객 여우,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둘은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그리곤 생각했어요.

여우는 줄리앙을 꿀꺽 먹어 치우는 것보다,
함께 식사하는 게 훨씬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어.

줄리앙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썩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줄리앙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을 빼낸 여우가 돌아가자 처음처럼 줄리앙은 다시 혼자가 되었어요. 여전히 바깥으로 나갈 때는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조심조심 몸을 사리지만 줄리앙의 모습 어딘가 이전과는 조금 달라 보여요. 여우가 콕 처박히는 바람에 뻥 뚫린 창문으로 빗물이 새는 모습을 바라보는 눈빛도, 조심조심 바깥나들이를 할 때의 모습도 왠지 허전하고 외로워 보여요.

그런데 줄리앙만 그런 건 아니었나 봅니다. 줄리앙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마치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처럼 짠~하고 나타난 여우 덕분에 줄리앙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났어요.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이제 줄리앙에게도 가끔씩 도란도란 저녁을 함께 먹는 친구가 생겼단다.

여전히 따로따로지만 가끔씩 함께 행복하게! 여우가 콕 박혀있던 줄리앙의 창문은 언제든 여우가 찾아올 수 있도록 동그랗게 뚫려있어요. 줄리앙의 집을 찾아온 여우의 뒷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러워요. 하지만 괜찮아요. 이렇게라도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

재미있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나도 모르게 아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린 시절 좋아하는 만화를 보려고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다 끝나고 나면 아쉬워했던 것처럼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는 생쥐와 여우 둘 사이에 싹트는 우정과 사랑을 단편 애니메이션처럼 재미있게 담아낸 그림책 “혼자 사는 생쥐 줄리앙”, 집단 중심 문화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지만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고 기대고 싶은 마음은 변치 않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즐거워지는 걸 보면 말이에요. 나를 생각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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