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통통통

봉숭아 통통통

글/그림 문명예 | 책읽는곰
(발행 : 2019/08/01)


여름이면 담장 밑, 마당, 길가 어느 곳에서나 흔히 만날 수 있었던 봉숭아, 백반과 함께 콩콩 빻아 손톱 위에 살짝 올려놓고 비닐 씌워 명주실로 꽁꽁 묶어 하룻밤 자고 나면 손톱을 다홍빛으로 물들였던 그 봉숭아, 다 자란 열매가 저절로 터져 이리저리 씨앗이 터져 나가는 봉숭아, “봉숭아 통통통”은 그런 봉숭아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입니다.  이리저리 통통통 튀는 봉숭아 씨앗 따라 글자도 통통통 재미있게 춤을 추고 풀벌레들도 통통통 즐겁게 뛰어노는 행복한 여름날이 그림책 속에 가득 담겨있어요.

봉숭아 통통통

봉숭아 열매가 터질락 말락해요.

봉숭아 꽃 지고 난 자리 올망졸망 대롱대롱 매달린 봉숭아 열매들, 한입 가득 물 머금고는 웃을락 말락 볼 움씰움씰 거리는 장난꾸러기 동생 같아요.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몰라 조마조마… ^^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바지런한 개미는 제 할 일 하느라 바쁘게 오가고 있어요. 싱그러운 초록 봉숭아 이파리 사이사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무언가를 하느라 바쁜 곤충들이 보입니다. 다리 긴 무당거미며 애벌레들, 빨간 무당벌레들…

봉숭아 통통통

한가롭고 평화로운 이 여름날의 아름다운 평화를 깨뜨린 것이 있었으니…. 정체는 다름 아닌 ‘통’하고 튀어 오른 까만 봉숭아 씨앗이었어요. 사각사각 한가롭게 잎사귀를 갉아먹던 애벌레는 흠칫 놀라 물러나며 ‘으악!’ 소리쳤어요. 통통통 튀어 오른 봉숭아 씨앗에 아무런 잘못도 없이 무당벌레는 딱지날개를 세게 얻어맞았고 거미는 정성스레 지어놓은 집이 망가져버리는 바람에 몹시 짜증이 나고 말았습니다.

봉숭아 통통통

“이제 더는 못 참아!”

괘씸한 봉숭아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생각한 풀벌레들이 봉숭아 아래로 우르르 몰려갔어요. 풀벌레들이 화난 얼굴로 봉숭아를 올려다보고 있습니다. 흠… 아무래도 큰일이 날 것 같은데… 봉숭아는 이 상황을 과연 어떻게 수습할까요?

사마귀가 제일 먼저 나섰어요. 긴 다리로 괘씸한 봉숭아 열매를 잡고 이리저리 쿡쿡쿡, 그 모습을 본 개미들이 ‘잘한다!’ ‘힘내라’ 열심히 응원합니다. 하지만 봉숭아 역시 만만찮아요. 아무렇게나 터져 통통 탕탕 이리저리 마구 튕기는 봉숭아 씨앗의 공격을 누구도 피할 수가 없었거든요. 사마귀도 거미도 무당벌레도 속수무책 당하고 말았어요. 안 되겠다 싶어 다 같이 본때를 보여주자 하고 봉숭아 열매에 달려들어 찌르고 흔들고 갉아댔지만…

봉숭아 통통통

그럴 때마다 봉숭아는 더욱 신이 난 듯 톡톡 터지고 그럴 때마다 봉숭아 씨앗이 이리저리 탕탕탕! 봉숭아 씨앗 터지는 모습이 마치 간지럼을 참고 참다 푸하하 저절로 웃음이 터지는 모습 같아요.

탕탕 열매 터지는 충격에 풀벌레들이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날아갑니다. 가느다란 사마귀 다리에 간신히 매달린 개미는 ‘살려 줘!’ 하고 비명을 지르고, 거미는 온 힘을 다해 봉숭아 열매껍질에 매달립니다. 난장판 속에서 놀라 동그랗게 몸을 마는 애벌레들, 벌벌 떨며 날아가는 무당벌레들.

하지만 어여쁜 봉숭아는 친구들을 모질게 물리쳐 버리지 않아요. 봉숭아 잎이 풀벌레들을 통통통 튕겨 냈어요. 이리저리 풀잎 사이를 통 통 토동 토동 토-옹 튕겨 오르며 즐거워하는 풀벌레들의 즐거운 함성소리.

봉숭아 통통통

이 즐거운 놀이 한 번만 하고 말수 있나요. 또 하고 다시 하고 자꾸 하고 다 같이 하고. 너도 나도 질세라 봉숭아 줄기를 타고 오릅니다. 이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봉숭아 씨앗 다 터져 사라지기 전에… ^^

아무리 혼 내려 해도 웃고 마는 봉숭아, 그러지 말고 같이 놀자는 착한 봉숭아. 덕분에 공원 한 켠 그들만의 신나는 세상이 한바탕 펼쳐집니다. 한여름 더위도 잠시 잊었습니다.

“봉숭아 통통통”“앵두”, “구름꽃” 등의 그림책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한 문명예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풀벌레 소리, 바람에 봉숭아 열매 터지는 소리, 빗방울 소리 들려올 것 같은 싱그러운 여름날이 그림책 속에 가득 들어있어요. 가만히 귀 기울여 보면 행복이 모두 우리 가까이에 숨어있습니다. 초록 풀잎 위에, 작은 풀벌레 소리에, 오도독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속에…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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