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원제 : The Doorbell Rang)
글/그림 팻 허친스 | 옮김 신형건 | 보물창고
(발행 : 2006/02/20)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는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팻 허친스의 1986년 작품입니다. 1968년 첫 그림책인 “로지의 산책”을 시작으로 그림책 작가의 길에 들어선 그녀는 그림책 속에 유머와 재미를 적절히 잘 녹여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어요. 이 그림책의 전체 분위기 역시 밝고 경쾌하면서 또 따뜻합니다.

엄마가 빅토리아와 샘에게 과자를 만들어 주셨어요. 마침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며 아이들이 과자를 반기자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많이 있으니까 둘이 사이좋게 먹으렴.”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죠. 지금부터 초인종이 자꾸자꾸 울릴 거라는 사실을… ^^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엄마가 만들어 주신 열두 개의 과자, 빅토리아와 샘은 여섯 개씩 나누어 먹기로 했어요. 아이들은 커다란 접시에 놓인 과자를 보며 할머니가 만들어 주신 과자를 떠올립니다. 그 모습을 본 엄마가 할머니만큼 과자를 맛있게 만드는 사람은 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초인종이 울렸어요.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때맞춰 찾아온 옆집 톰과 한나, 두 명이 더 왔으니 한 사람 앞에 돌아갈 과자의 몫이 줄었습니다. 둘이서 여섯 개씩 먹을 수 있었던 과자를 이제는 세 개씩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이렇게 이야기는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아이들 수에 맞게 과자를 나누어 먹으려 할 때마다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면 이웃에 사는 아이들이 서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이 혼자 먹을 과자의 수는 점점 줄어들죠.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자꾸자꾸 먹을 수 있는 과자 수가 줄어드네. 딱 이런 상황입니다. 먼저 식탁에 앉아있던 아이들은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불안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새로 온 친구들은 싱글벙글 아주 즐거운 표정이에요. 마침 딱 맞게 잘 찾아왔구나 하는 표정으로요.

옆으로 긴 판형의 그림책 왼쪽에는 과자를 먹으려는 아이들이, 중앙에는 집안일하는 엄마가 그려져 있어요. 현관문이 있는 오른쪽 공간은 처음에는 한산했지만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점점 더 복잡하게 변해갑니다. 찾아온 아이들로, 그 아이들이 가져온 각종 물건이며 옷가지들로.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타일 바닥에 어지럽게 찍힌 발자국만 보아도 찾아온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한눈에 알 수 있어요. 오븐 위에서 김을 푹푹 내며 끓고 있는 주전자가 아이들 마음 같네요.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현관문을 바라보는 아이들처럼 주전자 꼭지도 냄비 손잡이도 현관문을 향하고 있어요. 여덟 개의 의자에 나누어 앉은 열두 명의 아이들, 이제 과자는 딱 한 개씩만 먹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샘은 새로 온 친구들을 위해 개인 접시를 챙겨주고 있어요. 그런 중에도 누구 하나 날름 과자를 먹어치우지도 않고요.

딱 한 개씩만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또 초인종이 울렸어요. 일순간 모두 긴장하며 현관문을 바라봅니다. 요리조리 자리를 옮겨 다니던 고양이까지도.

“얘들아, 문을 열기 전에 과자부터 얼른 먹는 게 좋겠다.”
엄마가 말하는데, 샘이 소리쳤어요.
“잠깐만요!”

엄마 대신 샘이 현관문을 열었어요. 그러자…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할머니가 커다란 쟁반 가득 과자를 담아오셨어요. 문 앞까지 달려나간 열두 명의 아이들. 할머니를 반긴 걸까요, 과자를 반긴 걸까요? ^^

“와! 과자를 나눠 먹을 친구들이 어쩌면 이렇게나 많을까.”
할머니가 말했어요.
“많이많이 만들어 오길 정말 잘했네.”

내 몫이 더 늘어난 것처럼 기분 좋아지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팻 허친스는 반복되는 패턴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다 마지막에 반전 카드를 내놓으며 유쾌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작가로 아주 유명하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할머니의 과자를 나누어 먹으려는데 또다시 초인종이 울렸어요. 누가 찾아온 걸까요? 궁금증을 남기며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그림책을 읽은 아이들은 저마다의 추측을 하며 마지막 부분을 아주 즐거워해요. 또 다른 친구들이 엄청 많이 찾아왔다거나 누군가 함께 마실 맛있는 음료를 가지고 왔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분명한 건 누가 찾아왔건 아이들은 이 맛난 쿠키를 모두 함께 즐겁게 나눠 먹을 거라는 사실 아닐까요? ^^

초인종을 울리며 아이들이 하나 둘 찾아올 때마다 집안 풍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유심히 살펴보세요. 장식장 위에 가지런히 놓였던 접시가 하나 둘 식탁 위로 옮겨지고 바닥은 아이들의 발자국으로 점점 어지럽혀집니다. 까만 고양이의 위치가 이리저리 바뀌는 것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어요. 특히나 일정한 모양의 패턴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는 작가 팻 허친스는 이 그림책에서도 식탁보와 바닥에 바둑판무늬의 패턴을 사용했어요. 살짝 통통하면서 귀엽게 그린 사람들의 모습은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씨 좋은 이들의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각자의 몫은 줄어들지만 나눔의 기쁨은 더 커진다는 사실을 아주 재미있게 보여주는 그림책 “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였습니다.

이 선주

이 선주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수다에 체력 고갈 중 | 2000년부터 육아, 그림책, 엄마와 함께 하는 놀이, 중학교 3년간의 홈에듀케이션 이야기를 담은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 '찾아가는 어린이 책놀이터' 수업 진행 | '그림책과 놀아요'(열린어린이) 출간(2007) | 2016년 4월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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