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원제 : Julian is a Mermaid)
글/그림 제시카 러브 | 옮김 김지은 | 웅진주니어
(발행 : 2019/11/22)

2019 가온빛 추천 BEST 101 선정작
※ 2019년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최종후보작


엄마의 긴 치마 끝자락을 묶어 인어 놀이를 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인어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 마법처럼 주변이 바닷속으로 변해버렸던 기억들. 환상의 세계가 작은 소품 하나로도 그렇게 쉽게 다가오던 시절이 있었죠. 꿈꾸는 모든 일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믿던 시절. 어느 날 누군가 ‘인어를 믿느냐?’ 묻는다면 서슴없이 대답할 거예요. 인어를 믿는다고.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줄리앙은 인어를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할머니와 수영장에 갔다 오는 길, 줄리앙은 지하철에서 화려한 인어 옷차림을 한 여자들을 만났어요. 그 순간 줄리앙은 인어로 변신하는 꿈을 꿉니다.

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아름답고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지하철 공간은 푸른 바다로 변신을 하고 줄리앙은 그곳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아름다운 인어로 변신을 해요. 짧은 머리가 긴 머리로 변신을 하고 알록달록 수많은 물고기떼가 줄리앙 곁을 지나치자 하늘하늘 아름다운 인어 꼬리가 생겨납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줄리앙 곁에 신비로운 빛깔의 파란색 물고기가 다가와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를 선물했어요.

이제 내려야 한다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줄리앙을 다시 현실로 데리고 왔어요. 집으로 가는 길, 줄리앙이 할머니에게 묻습니다.

“할머니는 인어 봤어?”
“그럼, 봤지.”

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길에서도 집에서도 쉴 새 없이 줄리앙은 인어를 꿈꿉니다. 꽃과 화초로 머리 장식을 하고 화장을 하고 레이스 커튼 자락을 묶어 인어 꼬리를 만들었어요.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상상에 빠진 줄리앙의 모습은 진짜 인어가 된 듯 행복해 보입니다.

그때 목욕을 마치고 나온 할머니에게 그 모습을 들켜버렸어요. 흔히 떠올리는 남자아이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신한 줄리앙. 놀라고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줄리앙을 응시하는 할머니. 할머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요? 손주를 마주하고 있던 할머니가 말없이 돌아서 버립니다. 이제 줄리앙의 환상 세계는 완전히 끝나 버렸어요. 줄리앙은 잔뜩 풀 죽은 표정으로 스스로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거추장스럽게 늘어진 인어 꼬리,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어색해 보이기 짝이 없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줄리앙을 부르셨어요. 그리곤 무언가를 슬그머니 건네십니다.

인어를 믿나요?

할머니가 건넨 건 인어 공주에게 꼭 어울릴 하얀 목걸이였어요. 지하철에서 상상했던 장면과 현실의 장면이 오버랩됩니다. 신비로운 푸른 물고기가 건넨 진주 목걸이를 꼭 닮은 하얀 목걸이 그리고 물고기와 똑같은 색깔과 무늬의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 인어를 믿는 그리고 손주를 응원하는 할머니의 마음입니다.

인어를 믿나요?

인어를 믿나요?

할머니 손에 이끌려 해변으로 향한 줄리앙은 그곳에서 각양 각색의 모습으로 분장한 수많은 이들을 만났어요. 그토록 꿈 꿔왔던 세상이 눈앞에 펼쳐졌지만 줄리앙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길모퉁이에서 망설입니다. 그때 할머니가 말씀셨어요.

“그래, 우리 꼬마 인어도 같이 가 볼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인어 행렬 속에서 함께 걷고 있는 줄리앙.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이에요. 자신을 믿고 응원하는 든든한 할머니 곁에서 줄리앙은 상상 속 인어가 아닌 진짜 인어입니다.

이 그림책은 작가 제시카 러브의 첫 작품입니다. 제시카 러브는 지하철과 거실이란 고정된 공간 위에 최소한의 텍스트, 여백 가득한 그림과 생동감 넘치는 컬러를 사용해 꿈의 공간을 바다처럼 넓고 시원하게 표현해냈어요.

피부색, 성별, 나이, 종교,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꿈꾸는 대로 살고 각자의 개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봅니다. 진심으로 그 꿈을 지켜주고 응원할 수 있는 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랑과 이해, 포용, 다양성 존중, 세상이 만들어낸 수많은 틀과 규정 그리고 우리의 고정관념까지 폭넓은 주제를 한 권의 그림책 속에 오롯이 담아낸 “인어를 믿나요?”,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우리 안의 인어…

당신은 인어를 믿나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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