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원제 : Moi, c’est Tantale)
앙드레 마르와 | 그림 쥘리엥 카스타니에 | 옮김 김현아 | 한울림어린이
(발행 : 2020/01/09)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은 스마트폰 제조 과정을 통해서 아동 노동의 현실과 공정무역에 대한 개념, 환경 오염 문제 등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독특한 점은 스마트폰 만드는 데 쓰이는 희귀 금속 탄탈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점입니다. 빨강과 검정 두 가지 색만을 이용해서 이 책 속에 담긴 암울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염려를 이미지화시켰다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난 세상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린 노르베르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해야 할까?
누가 노르베르에게 힘든 일을 시키는 걸까?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가지도, 공놀이를 하지도 못하게 하고
부려먹기만 하는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했어.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한창 뛰어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숨막히는 탄광 갱도 속에서 제대로 된 안전 장비 하나 없이 일하고 있는 콩고 소년 노르베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일해서 받는 돈은 몇 달러가 고작입니다.

탄탈은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없어서는 안될 아주 중요한 금속입니다. 콩고의 군인들은 아이들을 데려다 푼돈을 주고 탄탈을 캐게 하고, 탄탈을 판 돈으로 무기를 사서 크고 작은 전쟁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스마트폰을 새로 구입할 때마다 수많은 아이들이 착취당하고,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면서 지불한 돈은 수많은 아이들을 고아와 난민으로 만들 전쟁을 위한 밑천이 되는 현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나한테는 달리 선택권이 없어.
시키는대로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 테니까.

친구는 목숨을 끊었어.
압박이 너무 심해서 무너져 버린 거지.
하루 종일 일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으니까…

콩고에서 채취한 탄탈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중국의 한 공장으로 팔려갑니다. 의자도 없이 생산 라인 앞에 선 채로 일하는 아이들은 누적된 잔업의 피로로 꾸벅꾸벅 졸 수밖에 없습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벼랑 끝에 선 것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 중에는 그 피로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처참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자신을 위한 삶을 선택할 기회 조차 없이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맞닥뜨린 삶을 견뎌내야만 하는 중국 아이 루한. 무거운 눈꺼풀 아래 가려진 그의 눈에서 생기나 희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어디서 태어날지 내가 결정한 건 아니잖아.
콩고 사람이 아프리카에서 태어나는 걸 선택하지 않았듯이 말이야.
내가 백인으로 태어나서 부유한 나라에서 산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해?
나한테는 책임이 없어.

완성된 스마트폰 안의 탄탈이 만난 새로운 친구는 토머스입니다. 부족함 없는 백인 중산층 가정의 아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새 스마트폰을 받았습니다. 학교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콩고의 노르베르나 중국의 루한과는 달리 토마스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학교에 갑니다.

하루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놓지 않는 토머스는 그 기계가 자신에게 오기까지 거쳐온 또래 친구들의 노동과 삶의 무게를 알까요? 부유한 나라에서 사는 백인으로 태어난 것이 자기 책임은 아니라고 말하는 토마스 덕분에 우리는 다시금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

탄탈은 거의 재활용되지 않는데,
콘덴서 하나에 들어 있는 탄탈의 양이 아주 적기 때문이래.
재활용하는 것보다 노르베르 같은 어린이들을
광산에서 저임금으로 일을 시켜 캐내는 게
비용이 더 적게 든다는 거지.

넉넉한 집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팔려간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고장이 나건 수명을 다 하건 길어야 2년 남짓 쓰고 나면 스마트폰을 교체해야만 합니다. 이 때 버려진 스마트폰은 다른 폐가전 제품들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리안은 재활용센터에서 버려진 전자 기기들을 분해해서 재활용 가능한 소재별로 분류하는 일을 하는 아이입니다. 컴퓨터 키보드를 순식간에 분해해서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을 분리해내고 재활용 불가능한 것들은 모아서 소각한다고 해요.

문제는 스마트폰 안에 든 탄탈의 양이 워낙 소량이어서 재활용 과정을 통해서 탄탈을 다시 수거하는 비용보다 광산에서 새로 캐내는 비용이 더 적게 들어서 탄탈은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광산 노동자들을 낮은 임금으로 부려 먹을 수 있는 콩고의 군인들이 무책임하게 캐내는 바람에 2038년쯤이면 전세계에 매장된 탄탈은 고갈될 거라고 합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재활용 불가능한 부품이나 금속들을 한데 모아서 소각하고 남은 폐기물들은 아무 대책 없이 산더미처럼 쌓여만 갑니다. 비가 내리면 그 속에 파묻힌 중금속들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에 흘러 들어가 논밭이 오염되고 그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과 사람들까지 중금속에 중독 시킵니다.

나는 구리를 빼내려고 불태운 폐전선 더미 위로 던져졌어.
내 삶은 여기서 끝이 나겠지.
나는 노르베르를, 루한을, 토머스와 카밀을, 리안을 생각했어.
내 삶은 이제 끝나지만 아이들의 삶은 계속되겠지.
그 아이들을 만난 건 내가 희귀 금속이기 때문이야.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내가 희귀 금속이기 때문이야!

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면 그림책을 덮고 표지를 다시 한 번 바라보세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던 그림 속에 담긴 메시지가 이제 보일 겁니다. 어린 노동자와 희귀 금속 탄탈이 흘리는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입니다.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폰, 그 작은 기계 하나가 나에게 오기 위해 지구 반대편에서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노동을 착취 당하는 어린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잔고장이 나면 아무렇지도 않게 바꿔 버리는 소비 습관과 거기에 맞춘 생산과 유통 과정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의 환경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마주한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부유한 나라의 백인으로 태어난 건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던 토마스에게 카밀이라는 여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카밀은 사회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덕분에 토마스 역시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멸종 위기동물, 아동 노동, 지구 온난화 등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운동, 자전거 길을 지키기 위한 시위, 아마존 열대림 벌목 반대 시위 등에도 참가했죠.

토마스의 이 작은 행동들이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노르베르, 루한, 그리고 리안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런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서서히 죽어가는 지구에게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런지도 모르구요.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인가요?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5 1 vote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