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꼬마 아가씨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한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살아가며 행복을 만끽할 줄 아는 긍정의 에너지가 넘쳐나는 아이입니다. 또 한 아이는 이와는 정반대로 남의 이목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조차 남들이 싫어하면 먹고 싶은걸 꾹 참고 자기도 싫다고 말하는 친구에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라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사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 입장은 또 다르죠. 우리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며 행복하기를 바라긴 하지만 기왕이면 그 ‘하고 싶은 것’이 어떠어떠한 것들이면 참 좋겠다는 바램들… 부모라면 누구나 다 자식에 대한 기대가 없을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아이의 꿈, 아이의 재능과는 상관 없이 그 ‘기대’를 강요하게 되기도 하구요.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와 같은 메시지를 담은 책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그것이 내 자신이나 내 아이와 직결되어 있을땐 결코 쉽지 않은 화두죠. 오늘 두권의 그림책 “머리에 뿔이 났어요”와 “줄무늬가 생겼어요”에 나오는 이모겐과 카밀라 두 꼬마 아가씨를 통해서 그 답을 찾아 보면 어떨까요?


머리에 뿔이 났어요
머리에 뿔이 났어요

(원제 : Imogene’s Antlers)
글/그림 데이비드 스몰 | 옮김 김종렬 | 소년한길
(발행 : 2002/04/15)

※ 2002년 소년한길에서 “머리에 뿔이 났어요”로 출간된 데이비드 스몰의 그림책은 2021년 우리학교에서 “내 머리에 뿔났어”란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머리에 뿔이 났어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이모겐의 머리에 사슴뿔처럼 커다란 나뭇가지 모양의 뿔이 났어요. 도대체 이모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그런데 자신의 머리에 난 뿔을 만지는 이모겐의 표정은 왠지 놀라거나 걱정스러운 표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모겐 주변에 인형들이나 머리맡 벽에 걸린 액자 속 엄마 아빠의 표정이 유쾌해서 그런걸까요?

머리에 뿔이 났어요

보세요. 진찰을 하는 의사 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 그리고 곁에서 바라보고 계신 엄마 아빠 모두 걱정 가득한 표정인데 이모겐은 천연덕스럽게 앉아서 군것질을 하고 있잖아요. 이모겐은 지금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교장 선생님이 오셨을땐 의자에 앉은 뒷모습만 보여서 아쉽게도 이모겐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수가 없어요. 아마도 심각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과는 달리 학교를 안가도 될 것 같은 오늘 하루 무얼 하며 보낼까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을 것 같지 않나요?

머리에 뿔이 났어요

이모겐의 머리에 난 뿔때문에 엄마 아빠는 걱정이 태산인데, 이모겐은 걱정은 커녕 자신의 머리에 난 뿔을 잘 활용하면서 심지어는 자랑스러워 하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하네요. 가정부 루시 언니를 도와서 수건을 말려 주기도 하고, 요리사 퍼킨스 아줌마는 도넛을 대롱대롱 매달아 주셨어요. 저녁을 먹고 피아노를 연주할때는 뿔에 양초를 걸어서 환하기 비추고 있어요. 멋진 샹들리에 같아 보이죠 ^^

퍼킨스 아줌마가 만들어 준 도넛을 뿔에 걸어 놓고 새들과 함께 맛있게 도넛을 나눠 먹는 이모겐의 표정 보세요. 곁에서 지켜 보는 퍼킨스 아줌마와 루시 언니까지 행복해지는 순간입니다 ^^

머리에 뿔이 났어요

하지만 엄마랑 아빠는 이모겐이 아무리 즐거워 해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겠죠? 이모겐 엄마의 쓰리 콤보 기절 샷입니다 ^^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내려오다 샹들리에에 걸려서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보고는 엄마는 소파에 앉은 채 그대로 기절했어요. 이모겐의 동생 노먼이 백과사전을 뒤져서 누나가 ‘소아 사슴뿔병’이라는 몹쓸 병에 걸렸다고 즐겁게(?) 외치는 소리를 듣고는 계단에서 또 기절. 모자로 가려보면 어떨까 싶어 모자장수를 불러보지만 커다란 뿔을 가릴만큼 커다란 모자를 씌우자 마치 열기구에 매달린 듯한 모습에 또 한번 기절하시고 마는 엄마…

머리에 뿔이 났어요

어수선함 속에 즐거운 하루를 보낸 이모겐은 한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좋아하는 인형들을 끌어 안고 잠이 듭니다. 내일은 이 커다란 뿔을 가지고 또 어떤 재미있는 일들을 벌이며 놀아 보지? ‘하며 즐거운 상상이 이모겐의 꿈 속에서 펼쳐질 것만 같습니다.

머리에 뿔이 났어요

머리에 뿔이 났어요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이모겐은 머리에 났던 커다란 뿔이 없어진걸 알게 되요. 그런데, 이모겐 표정은 기뻐하기 보다는 좀 아쉬워 하는 그런 표정이죠? 그런데, 가족들이 모두 모인 아침식사 자리에 고개를 내민 이모겐의 표정은 다시 막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는 것 같기도 하고, 머리에 뿔이 없어진 걸 알고 기뻐하는 엄마가 또 기절하시면 어쩌나 싶어 염려스러운 표정인 것 같기도 해요.

고개만 살짝 내민 이모겐의 묘한 웃음,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가족들의 표정… 도대체 이모겐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데이비드 스몰은 아이의 머리에 커다란 사슴뿔이 자라나는 즐거운 상상을 통해서 개성 넘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과 생각의 차이를 표현하려고 한게 아닐까요?

자신의 삶을 주도하라

자신의 머리에 난 커다란 뿔이 아무렇지도 않은 이모겐, 오히려 그 뿔을 잘 활용해서 주변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이모겐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기가 타고난 재능을 잘 살려서 자기 개성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의미와 함께 말입니다.

그리고, 이모겐의 머리에 난 커다란 뿔을 진찰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의사 선생님, 혹시라도 전염병은 아닐까 싶어 근심 가득한 표정의 교장 선생님, 머리에 난 뿔이 흉해 보여서 모자를 씌워서라도 가려 보려는 엄마,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 저마다의 개성은 무시한 채 획일적인 기존의 사고와 가치관에 맞춘 삶을 강요하는 기성세대를 향한 조심스런 경고이기도 하구요.


줄무늬가 생겼어요
줄무늬가 생겼어요

(원제 : A Bad Case Of Stripes)
글/그림 데이빗 섀논 | 옮김 조세현 | 비룡소
(발행 : 2006/11/03)

줄무늬가 생겼어요

학교에 가는 첫날 아침 카밀라는 옷을 무려 마흔두번이나 갈아 입었어요. 카밀라 표정에 잔뜩 짜증이 묻어나죠? 이 옷 저 옷 아무리 갈아 입어봐도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나봐요. 친구들한테 멋진 모습을 보여 줘야만 하는데 옷들이 영 도와 주지를 않나봅니다. ^^

카밀라는 아욱콩을 좋아했지만 절대 먹지는 않았어. 친구들이 모두 아욱콩을 싫어했기때문에 카밀라도 그렇게 하려고 했지.

카밀라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제나 신경을 쓰는 꼬마 아가씨예요. 심지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 조차도 대부분의 친구들이 싫어한다면 먹지 않을만큼 남의 눈을 신경 썼나봐요.

줄무늬가 생겼어요

고르고 고른 끝에 빨간 원피스를 골라 입고 거울을 본 카밀라는 꺅~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온몸에 줄무늬가 생겼어요. 알록달록 마치 일곱빛깔 무지개처럼 말이죠. 카밀라의 표정엔 ‘아 이젠 다 틀렸어!’하는 마음이 여실히 보입니다. 카밀라의 몸에 생긴 줄무늬때문에 어른들은 모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심각한 어른들의 표정은 “머리에 뿔이 났어요”에서 이모겐 주변의 어른들과 똑같네요. 전화 통화 중인 카밀라의 엄마도 저러다 기절하는건 아닌지 걱정이네요. 하지만 카밀라의 태도는 긍정 공주 이모겐과는 많이 달라 보입니다.

줄무늬가 생겼어요

연고를 바르고 며칠 지나면 줄무늬가 없어질테니 내일부터는 학교에 가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만 믿고 다음 날 카밀라는 학교에 갑니다. 안그래도 남의 눈에 신경을 쓰는 카밀라에게는 정말 끔찍한 하루였어요. 친구들이 ‘카밀라 크레파스’, ‘살아 있는 막대 사탕’이라고 불러대며 놀려댔거든요.

게다가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할때 줄무늬는 성조기 무늬로 변했어요. 이 모습을 본 친구들은 신기해 하면서 물방울 무늬도 보여 달라고 하고, 바둑판 모양도 해 보라며 소리를 쳐대고, 그럴때마다 카밀라의 몸에 난 무늬들이 텔레비전 채널이 바뀌듯 휙휙 바뀌었어요.

당혹스러운 카밀라의 표정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돌팔이 의사 선생님들에게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바뀌었다가, 맛이 아주 지독한 약을 먹고 나서 알록달록 커다란 알약으로 변했을때는 헤어날 수 없는 깊은 절망에 빠진 듯 합니다.

그런데, 카밀라의 몸이 성조기로 변했을때 옆에 친구들 표정을 가만 보면 놀리려든다기보다는 신기하고 부러운 표정처럼 보여요. 요즘 말로 ‘짱이야!’, ‘대박!’ 뭐 이런 표정? 그런데 카밀라가 아이들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면 할 수록 처음엔 부러움과 호기심으로 카밀라에 몰려 들었던 친구들도 점점 주눅드는 카밀라를 보며 점점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흠… “머리에 뿔이 났어요”의 주인공 이모겐이라면 어땠을까요? 자꾸만 움츠러드는 카밀라와는 달리 이모겐은 자신의 몸에 생긴 알록달록 무늬를 십분 활용해서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리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이모겐과는 달리 카밀라는 안타깝게도 자신의 상황에 주눅들고 자기 스스로를 친구들로부터 격리시키고 집안으로 숨어들고 맙니다.

줄무늬가 생겼어요

어른들이 카밀라의 몸에 생긴 이상한 일을 고치려고 이것저것 시도할때마다 카밀라의 몸은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하고 말아요. 급기야 TV 뉴스에까지 나오게 되고, 나무처럼 변하고 깃털과 털이 복실복실한 꼬리까지 자라난 채로 자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TV 뉴스를 보며 괴로와 하는 카밀라.

줄무늬가 생겼어요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표현하라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카밀라를 고칠 수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한 할머니가 나타나서는 자기가 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할머니가 제시한 방법은 별다른게 아니었어요. 그저 아욱콩 한움큼을 꺼내서 카밀라에게 먹이려고 했어요. 그러자 카밀라는 버럭 소리를 질러요.

“윀! 누가 그런 걸 좋아해요?
전 그런거 절대 안먹어요!”

아욱콩을 한접시 가득 먹고 싶은데도 불구하고 남의 눈을 신경 쓰는 카밀라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고, 할머니는 자기가 잘못 짚었나보다며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 때 카밀라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소리칩니다.

“잠깐만요!
저는 사실… 아욱콩이 정말 좋아요.”

그리고는 할머니가 건네 주는 아욱콩을 한움큼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자 카밀라 몸에 난 가지랑 깃털이랑 꼬불꼬불한 꼬리들이 갑자기 사라지기 시작하고 카밀라의 몸이 원래대로 돌아왔어요.

그 뒤로 카밀라는 예전같지 않았어. 어떤 아이들은 카밀라가 이상해졌다고 그랬지. 하지만 카밀라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어. (중략) 그리고 줄무늬라면 두 번 다시 건드리지도 않았지

줄무늬가 생겼어요

그 뒤로 줄무늬는 다시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카밀라 머리에 예쁜 리본은 알록달록 줄무늬네요 ^^ 행복한 표정의 카밀라가 기분 좋게 먹고 있는 건 과연 뭘까요?

“안돼, 데이빗!”의 작가 데이빗 섀논은 아욱콩과 카밀라 몸에 자꾸만 생겨나는 이상한 무늬를 통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걸까요? 아욱콩은 카밀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 카밀라가 하고 싶어하는 것, 카밀라 자신의 의지… 뭐 이런 것들을 뜻하는게 아닐까싶어요. 카밀라 몸에 생겨나는 이상한 무늬는 자신의 의지보다 남의 이목을 더 신경 쓰면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한거구요.

상냥하게 생긴 할머니에게 아욱콩을 먹고 싶다고 소리 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우리 아이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되고 싶은 것을 당당하게 밝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가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엄마 아빠들은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아이들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겠죠.


“머리에 뿔이 났어요”와 “줄무늬가 생겼어요” 두권의 그림책을 본 소감이 어떠신가요? 저는 이 글을 쓰며 두가지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해 봤습니다.

  • 우리 딸아이 머리에 난 뿔을 보며 난 기절하거나 심각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었나?
  • 우리 딸아이의 아욱콩은 어떤건지 알고 있긴 한걸까?

지금 이런 글을 쓰고 있지만 이 다음에 우리 딸아이가 아빠를 당당히 바라보며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겠어요!”라고 말했을 때 단 한마디의 잔소리 없이 흔쾌히 그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 네 꿈을 펼쳐라!”라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수 있게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놔야겠습니다 ^^


함께 읽어 보세요 : 소중한 나

Mr. 고릴라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 덕분에 그림책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앤서니 브라운은 아닙니다. ^^ 이제 곧 여섯 살이 될 딸아이와 막 한 돌 지난 아들놈을 둔 만으로 30대 아빠입니다 ^^ | 2014년 11월
0 0 votes
Article Rating
알림
알림 설정
guest

1 Comment
오래된 댓글부터
최근 댓글부터 좋아요 순으로
Inline Feedbacks
모든 댓글 보기
1
0
이 글 어땠나요?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