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엠마

(원제 : Emma)
웬디 케셀만 | 그림 바바라 쿠니 | 옮김 강연숙 | 느림보
(발행 : 2004/02/17)

※ 1980년 초판 출간


젊음이 오래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 우린 덜 외로워하고 덜 슬퍼할 수 있을까요? 나이라는 덫에 걸려 주저하던 일들을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을까요? 웬디 케셀만이 글을 쓰고 바바라 쿠니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된 그림책 “엠마”를 보고 있자면 인생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건 시작을 하느냐 못 하느냐의 문제 아닐까요?

이 그림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어요. 70세에 처음 붓을 들어 화폭 안에 자신의 세계를 그려낸 화가 엠마 스턴(Emma Stern : 1878~1970)이 이 이야기의 모델이에요.

엠마

일흔두 살의 엠마 할머니에게는 아들딸이 네 명, 손자가 일곱 명, 증손자가 열네 명 있었어요. 가족들이 찾아오면 잠시 행복을 느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할머니 혼자 보냈어요. 주황색 고양이 호박씨가 할머니 곁의 유일한 친구였죠.

나무 타기를 좋아하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고 산 너머 고향 마을을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일흔두 번째 생일 선물로 가족들로부터 산 너머 작은 마을 그림을 선물 받습니다. 선물 받은 그림을 벽에 걸면서 자식들에게 ‘멋지다’고 말했지만 할머니 마음은 그렇지 않았어요. 그림 속 마을은 할머니가 그리워하는 고향 마을이 아니었거든요.

할머니가 그림을 선물 받지 않았다면? 이일은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할머니는 선물 받은 그림만 보면 웬지 시무룩해졌어요. 아마도 가슴속 그리운 고향이 떠올랐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마음 깊은 곳을 엄습해 오는 묵직하고 아련한 그것, 그리움, 향수…

엠마

할머니는 물감이랑 붓, 이젤을 사와 캔버스 위에 자신이 기억하는 고향 마을을 그려 보았어요. 오랜 기억을 더듬으며 고향 마을을 그리는 할머니와 그 곁에 오도카니 앉아 할머니의 그림을 감상하는 고양이 호박씨의 모습에서 행복이 뚝뚝 묻어납니다.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느낌이에요. 그림이 완성되자 할머니는 자식들이 선물한 그림을 내려놓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벽에 걸었어요. 그제서야 입가에 미소가 감도는 엠마 할머니.

할머니는 가족이 찾아올 때면 선물 받은 그림을 걸어놓았다가 가족이 떠나면 바로 자기가 그린 그림으로 바꿔 놓았어요.

엠마

하지만 이 일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깜박하고 그림을 바꿔놓지 않은 어느 날, 증손주는 그림이 바뀌었다는 걸 눈치챘거든요. 어디서 난 그림이냐 묻는 가족들에게 할머니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더듬 거리며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고 고백했어요.

들켜선 절대 안 될 비밀을 들킨 사람처럼 할머니가 서둘러 자신이 그린 그림을 벽장 안에 감추려는데 가족들이 할머니를 말리면서 말했어요.

“멋져요! 그림을 더 그려 보세요.”

엠마

그로부터 할머니는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렸어요. 현관 문턱까지 쌓이는 눈, 꽃이 활짝 핀 나이든 사과나무, 그 나무를 쪼고 있는 딱따구리, 햇볕의 쬐면서 발끝을 오므리고 있는 주황색 고양이 호박씨, 마음 속에 오래도록 간직해두었던 풍경들을 그리고 또 그렸지요. 할머니의 손끝에서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이 특별한 순간으로 바뀝니다. 사람들이 몰려와 할머니의 그림을 구경했어요. 이제 할머니는 사람들이 떠나가도 외롭지 않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곳들과 사랑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었으니까요.

독학으로 그림을 그린 엠마 할머니의 따뜻하고 정감 가득한 그림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요. 그림책 곳곳에 밝고 서정미 가득한 그녀의 그림을 그대로 재현한 바바라 쿠니의 그림을 감상해 보세요.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는 몇 살일까요? 그건 바로 오늘 아닐까요. 오늘은 내게 남은 날들 중 첫날, 우리의 끝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건 내게 남은 날들 중 첫날이 바로 오늘이라는 사실입니다. 오늘부터 ‘진짜 나로 살아가기’에 도전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요?

인생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어요. 삶이란 결국 우리 스스로 가꾸고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요. “엠마”가 그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 함께 감상해 보세요

내 사랑

내 사랑(Maudie, 2016)

샐리 호킨스, 에단 호크 주연의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인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Maud Lewis, 1903-1970)의 삶과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몸이 불편하지만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 모드, 육체적으로는 건강하지만 정서적 결핍이 있는 에버렛. 둘이 만나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며 사는 모습이 애잔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진 영화입니다.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의 탄탄하고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였어요. 장애와 궁핍 속에서도 작은 오두막을 캔버스 삼아 행복을 그리는 화가 모드 루이스, 영화를 감상하면서 모드의 따뜻한 그림들을 함께 감상해 보세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원제 : Grandma Moses – My Life’s History)
글/그림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 옮김 류승경 | 수오서재
(발행 :2017/12/16)

프랑스 할머니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엠마”는 여러모로 미국의 국민화가로 불렸던 모지스 할머니(Anna Mary Robertson Moses : 1860-1961)를 떠올리게합니다. 엠마 스턴은 70세에, 모지스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했죠. 태어난 시기나 활동한 시기가 비슷하고 그림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비슷해요. 그러고 보니 바버러 쿠니의 그림과도 어딘가 비슷한 느낌이네요. 따뜻하고 편안하고 뭉클한 그런 느낌, 아시죠? ^^

이 책은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그림을 그린 모지스 할머니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집이에요. ‘삶을 사랑한 화가’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지스 할머니의 일상이 그려진 따뜻한 글과 그림을 감상하면서 일상의 소중함과 삶이 전하는 기쁨을 가슴 가득 느껴보세요.


내 오랜 그림책들

이 선주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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