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

사라지는 것들

(원제 : Les Choses qui s’en vont)
글/그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 옮김 김윤진 | 비룡소
(발행 : 2021/07/30)


한 소녀가 허공에 날린 홀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이내 흩어져 끝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멀리 날아가겠지요. 지나간 우리의 시간처럼, 지나온 수많은 관계들처럼…

베아트리체 알레마냐의 “사라지는 것들”은 사라지고 변하고 지나가 버리는 수많은 것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을 읽는 동안 생각해 보세요. 사라진 것은 어디로 갔을까? 보이지 않는 것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절대로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무엇일까?

사라지는 것들

살다 보면,
많은 것들이 사라진단다.
변하기도 하고,
휙 지나가 버리지.
단 한 가지만 빼고 말이야.

사라지는 것들

휙 지나가 버리지.

‘휙 지나가버리지’ 문장 위에 오래오래 눈길이 머뭅니다.

손에 앉았다 휙 날아가 버린 작은 새, 스르르 찾아왔다 금세 달아난 잠,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처, 날아간 비눗 방울… 한순간 모두 휙 지나가 버렸습니다.

텁수룩했던 머리가 듬성듬성 해지고 아가의 귀여운 젖니가 빠진 것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은 변해가지요. 시간은 많은 것을 가져가고 또 많은 것을 변하게 합니다.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고 자라고 단단해지고 그리고 또 어느새 사라지고…

결국 모든 것은 지나가고, 변하거나 사라져.
하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어.
그리고 그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야.

영원히.

엄마는 아이를 꼬옥 안아줍니다. 세상 모든 사랑을 담아.

사라지고 변하는 것들 중 절대로 변하지 않는 건 무엇일까요? 진실의 눈빛, 사랑의 언어, 따뜻한 포옹, 그리고 우리의 마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사라지는 것을 잡느라 허둥대고 아쉬워하고 울지 말고 물 흐르듯 함께 흐르며 지금 여기에 살기. 온전히 사랑하고 온전히 기뻐하고 슬퍼하며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살기. 기억은 영원하며 진심은 퇴색하지 않고 감정은 마르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오늘을 살고 지금을 사는 이유입니다.

베아트리체 알레마냐는 그림과 그림 사이 트레이싱 페이터를 넣어 시간의 흐름 속에 변해가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오른쪽에 있던 트레이싱 페이퍼를 넘기는 순간 변하는 그림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 상황이 변했음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고 있지요.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아름다운 그림책 “사라지는 것들”, 홀연히 날아간 민들레 홀씨는 어딘가에서 다시 노란 꽃을 피워내겠지요. 어떤 상실은 또 다른 만남으로 또는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순환하는 것,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고 또 우리들의 삶입니다.

그림책을 감상하면서 생각해 보세요. 결코 사라지지 않는 그것은 무엇인지. 나에게 그것은 무엇인지.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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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신
안영신
2021/11/09 07:38

안녕하세요? 영어판의 경우 두가지 ( Forever/ Things that go away) 가 있던데 혹시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이 인호
Admin
2021/11/09 10:48
답글 to  안영신

안영신님, 가온빛지기들은 영문판까지는 못봤습니다. ^^
찾아보니 영국판과 북미판의 차이입니다. forever는 영국판, things that go away는 미국판. 그런데 forever 란 제목은 작가가 담고자 한 것과는 좀 갭이 있는 것 같네요. 물론 영국 사람들의 느낌적 느낌을 제가 이해할 수는 없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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