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치과

괴물 치과

글/그림 김한민 | 위고
(2022/03/05)


어릴 때는 별의별 게 다 무서웠어요. 가끔 내 그림자를 보고도 놀랐으니까요. 어른이 되고 나니 크게 겁나는 건 없어졌는데 그래도 여전히 치과는 무섭습니다. 조금만 아프다 싶으면 아무렇지 않게 병원을 찾지만 치과만큼은… 😨 물론 치과 보다 더 무서운 건 치통. 치과 의자에 앉으면 저절로 몸도 마음도 공손해지지요. 표지 그림 속 커다란 괴물처럼요.

괴물 치과

괴물들의 치과 의사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미카가 할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어쩌면 미카 혼자였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몰라요. 친구들이 힘껏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할아버지가 남겨 놓은 책들을 뒤져가면서 열심히 공부한 덕에 미카의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되었어요.

어느 날 털북숭이 괴물의 이를 치료하던 미카는 커다란 괴물 이빨 사이에 숨어있던 ‘미지’란 이름의 쪼그만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풀과 낱알과 열매로 아주 맛난 요리를 잘하는 미지의 요리 솜씨에 반한 작은 괴물들이 자꾸만 이들을 찾아왔어요. 미카의 괴물 치과에서 미지는 괴물 주방장이 되었습니다.

괴물 치과

어느 날 미지의 맛난 수프를 먹으러 온 큰 괴물들은 수프가 고기 없이 풀로만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 화를 내기 시작했어요. 커다란 괴물들은 세 번 시합을 해서 자신들이 이기면 미지를 잡아먹겠다며 협박을 했죠. 해보나 마나 한 시합이었지만… 미지와 미카, 또 작은 괴물 친구들은 피하지 않았어요. 모두 함께 도와가며 차분히 시합을 준비했지요.

삼세판의 시합이 그렇듯 아슬아슬한 대결 끝에 미카와 미지, 작은 괴물들이 멋지게 승리합니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엄청난 폭우로 이들은 또다시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그것은 커다란 괴물의 위협보다 훨씬 더 무서운 재앙이었어요. 이 위기를 미카와 미지, 또 착한 괴물들은 어떻게 극복해 낼까요?

산 위에 놓여있던 괴물 치과가 왜 배 모양일까 궁금했는데 거기에 힌트가 있었어요. 커다란 배 모양의 치과, 홍수,  할아버지와 미카, 그리고 그 친구들이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노아의 방주를 떠오르게 합니다. 괴물 시합에는 토끼와 거북이의 진리가 담겨 있구요. 사라진 두 큰 괴물의 이야기는 예티와 크라켄의 전설로 마무리해 웃음을 안겨줍니다.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홀로 남게 된 미카, 그의 곁에는 할아버지의 중요한 가르침이 있었어요. 이가 아파 찾아오면 누구라도 치료해 주셨던 할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에 많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었으니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미카에게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야기의 재미를 흠뻑 느껴볼 수 있는 그림책 “괴물 치과”, 그림책을 보면서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는 무엇 때문에 시작되었는지, 지구와 환경을 위해 어떤 음식을 섭취해야 할지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또 어떻게 하면 서로서로 도우며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도 있지요. 나누면 나눌수록 우리 사는 세상이 점점 더 따뜻해질 거예요. 먹을 것을 나누기 위해 미지의 솥이 점점 더 커졌던 것처럼요.

그림책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괴물이 잔뜩 등장합니다. 등장하는 괴물 중에는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괴물을 꼭 빼닮은  괴물이 있으니 찾아보세요. 아이들과 뒷이야기 이어가기로 새로운 마을에 함께 사는 괴물 그리기 놀이를 해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치과 그림책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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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최혜정
2022/04/08 12:35

흥미로운 책 소개 때문에 인터넷 서점으로 달려가 또~~ 그림책 구매 클릭해버렸네요.^^;;

가온빛지기
Admin
2022/04/08 22:49
답글 to  최혜정

최혜정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한민 작가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그래픽노블, 번역,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력적인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찾아보시면 아마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클릭은 신중하시길 바랍니다. ^^

Last edited 2 years ago by 가온빛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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