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찾아서

빛을 찾아서

글/그림 박현민 | 달그림
(2022/11/17)


박현민 작가의 첫 그림책 “엄청난 눈”은 이수지 작가의 “파도야 놀자” 이후 가장 강력한 충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감탄사 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던 그림책이었어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 순간만을 사는 듯 열정적으로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두 번째 그림책  “얘들아 놀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무한 에너지를 그대로 충전할 수 있는 멋진 그림책이었고요.

“빛을 찾아서”는 몇 가지 제한된 색상만으로 그림책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낸 박현민 작가의 ‘빛과 어둠’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짙푸른 어둠 속에 스며있는 은색 그리고 황홀한 금색, 세 가지 색상으로 도시의 깊고 푸른 밤 풍경을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멋진 그림책이에요.

빛을 찾아서

안일까 밖일까, 구분할 수 있는 건 작은 창문뿐입니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아이는 이상한 빛을 보았어요. 그 노란 불빛이 궁금해 그 빛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어요.

호기심은 언제나 두려움을 이기는 법. 어린이가 어린이일 수 있는 이유겠지요. 아이들은 호기심을 통해 배우고 성장합니다. 캄캄한 어둠 속으로 한발 내디디며 아이는 말합니다.

어두운 밤에 집을 나서려면
용기가 필요해.

빛을 찾아서

빽빽한 고층 건물로 가득한 도심이 뿜어내는 빛은 차가운 은색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똑같은 은색 빛, 아이는 친구를 부르기로 합니다. 마치 그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창가에서 환호하는 친구. 이 도시가 따뜻한 건 함께할 나와 너, 그리고 우리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위에서 수직으로 내려다 본 각도의 그림이 도심에서 길 잃은 아이의 쓸쓸하고 외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래에서 위로 잡은 각도의 그림은 자신감으로 충만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늘을 가득 메운 높은 고층 건물들, 그 속에서 아이의 간절한 외침에 손 흔드는 친구의 모습이 정답고 따뜻합니다.

빛을 찾아서

그렇게 둘이 함께 빛을 찾아 떠납니다. 텅 빈 듯 보이는 밤 시간에도 세상은 달리고 있어요. 밤의 버스가 달리고, 밤의 강물이 달리고, 밤의 지하철이 달립니다. 우리만 존재할 것 같은 밤의 세상에도 작고 사랑스러운 생명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밤의 정적을 뚫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 목표는 오직 빛을 찾는 것, 그저 의심 없이 나아갈 뿐입니다. 빛을 찾아가는 과정은 뜨겁고 또 아름답습니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서 오르고 내리고 또 달리며 그렇게 쉼 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우리의 인생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어둠만이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그 풍경 속에 나타난 작은 노란빛, 드디어 빛을 찾았습니다. 그 놀라운 순간들이 환상처럼 펼쳐집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런 겹겹의 환상들이 빚어낸 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토록 간절하게 찾았던 노란빛 속에서 함께 손잡고 흔들흔들 춤추는 두 아이의 모습에 뭉클해지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자.

미련 없이 돌아오는 그들 뒤로 사르르 빛이 스며옵니다. 검푸른 도시의 그림자 위로 겹쳐오는 환한 노란빛. 그들을 따라 도시가 깨어납니다. 푸른 긴 잠에서 깨어나 말갛고 환한 빛 속으로 나갈 시간입니다.

엄청나게 쌓인 눈의 깊이와 무한의 깊은 어둠을 보여주기 위해 앞선 두 권의 그림책이 위로 넘기는 형식이었다면 이 그림책은 빛을 찾아 나선 두 아이가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보여주기 위해 옆으로 넘기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빛과 어둠만으로 입체감과 원근을 표현한 그림은 보고 또 보아도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합니다.

인생이란 빛을 찾아 나서는 가슴 뜨거운 모험, 짧고도 긴 여정, 내리막길 오르막길을 오르내리며 때론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신나게  나의  “빛을 찾아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 당신이 빛입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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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이지영
2023/02/05 00:04

“엄청난 눈”에 엄청난 감탄을 했었는데 이책도 그림자체로 예술입니다. 의미는 더욱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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