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온빛이 만 아홉 살이 되었습니다. 가온빛 생일은 2014년 1월 2일입니다. 아홉 살 가온빛의 2023년 첫 글은 가온빛과 생일이 같은 2023년 1월 2일 생 그림책 세 권으로 전하는 덕담이자 새해 인사입니다.

꿈을 잃은 채 어두운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 날개를 활짝 펴라고, 날개를 잃어버린 게 아니라 그저 잊고 있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그림책 “피에로 우첼로”, 자신의 꿈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여우와 그런 여우의 마음을 안아주고 격려해주는 할머니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한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을 이야기하는 그림책 “빨간 조끼 여우의 장신구 가게”, 작지만 소중한 우리 이웃들에 대한 배려의 마음을 담은 그림책 “어떻게 추는 거야?”, 여러분의 2023년 첫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


피에로 우첼로

피에로 우첼로

글/그림 류지연 | 고래뱃속
(2023/01/02)

서커스단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외줄 타기 곡예사 우첼로. 우첼로는 자신에게 갈채와 함성을 보내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늘 애쓰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텅 비어만 갑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외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하는 우첼로의 모습은 꿈에서 자꾸만 멀어져가는 현실로 인해 점점 더 나를 잃어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이탈리아어로 ‘새’를 뜻하는 ‘우첼로(uccèllo)’라는 이름, 그리고 그의 머리에 꽂혀 있는 작은 깃털 하나는 우첼로가 저 푸른 하늘을 향해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는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 아닐까요? 자신이 날 수 있는 새라는 사실을 잊은 채 외줄 위에서 몸의 중심을 잡으려 버둥대기만 하는 우첼로는 자신의 날개를 다시 한번 활짝 펼칠 수 있을까요?

돈에 쪼들려서, 시간이 없어서, 가족 때문에, 내 적성은 아닌 것 같아서, 나보다 더 잘난 놈도 많을 텐데, 이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어서… 살아가자면 우리를 주눅들게 하고 주저하게 만드는 것 투성이입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의 날개가 등가죽 속으로 파고들어 결국엔 보이지 않게 되고 애초부터 날개는 없었다고 믿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 모두 날개가 있음을. 여러분의 꿈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는, 그래서 마음껏 저 하늘 위로 날아오를 수 있는 2023년 되시길 바랍니다!


빨간 조끼 여우의 장신구 가게

빨간 조끼 여우의 장신구 가게

김미혜 | 그림 김혜원 | 사계절
(2023/01/02)

반짝 빛나는 걸 좋아하는 여우가 사는 도토리나무 숲 끝자락에 작은 장신구 가게가 문을 엽니다. 가게 주인 할머니는 바느질하고 수를 놓아서 ‘오늘의 장신구’를 날마다 내놓았죠. 할머니의 장신구들에 마음을 쏙 빼앗긴 여우는 보름달 뜨는 밤에 작은 아이로 변신해서 할머니를 찾아갔고, 할머니는 그런 여우 아이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 자신을 도와주면 괴불노리개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할머니와 여우는 그렇게 서로를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여우의 둔갑술과 전통 장신구들을 소재로 만들어낸 아기자기하고 참 예쁜 그림책이지만 작가들이 그 속에 감춰둔 메시지는 더욱 따뜻합니다. 작은 아이로 변신한 여우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고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거나 독립하기 위해 애쓰는 청년들입니다. 할머니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어른입니다. 이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그들이 자신의 마음 속에 담긴 꿈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바라고,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다음 세대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친절하고 자상한 길잡이가 되어주길 바라는 작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책입니다.

청년의 꿈이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청년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는 2023년이 되길, 그런 청년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주는 어른들로 가득한 2023년이 되길 바랍니다.


어떻게 추는 거야?

어떻게 추는 거야?

글/그림 기묘은 | 페이퍼독
(2023/01/02)

아무도 없는 들판을 걷다 무심코 꽃 한 송이를 밟을 뻔한 도마뱀. 서둘러 꽃을 피해 발을 옮겨 딛었던 도마뱀은 하마터면 꽃 아래를 지나던 작은 달팽이를 밟을 수도 있었다는 걸 깨닫고 충격에 빠집니다. 늘 앞만 보고 성큼성큼 걷던 도마뱀은 그날 이후 발아래를 살피며 살아 있는 그 어떤 것도 밟지 않으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자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고, 도마뱀의 멋진 춤을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날마다 늘어납니다.

그림책 뒤표지에 “발끝을 조심할수록 더 멋진 춤을 추게 될 거야!” 라고 외치며 멋진 춤사위를 보여주는 도마뱀은 개미의 존재를 알게 된 후 한 걸음 한 걸음 앙증맞은 발 뗄 때마다 땅바닥을 살피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존재들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도마뱀처럼 이웃들에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도마뱀의 춤을 배우려 몰려드는 친구들로 축제의 장이 된 그림책 속 들판처럼 우리 사회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화합과 연대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도마뱀도 사실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존재죠. 작은 도마뱀이 제 자신보다 더 작은 존재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이웃과 어울려 오순도순 살아가는 우리 서민들의 모습입니다. 배려하고 연대하는 것은 서민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입니다. 문제는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입니다. 우리 사회를 향해 서민보다 훨씬 더 큰 관심과 배려를 보여줘야 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입니다. 그들의 돈과 권력 모두 우리 서민들에게 받은 것이니까요. 2023년에는 그들이 우리 사회에 진심으로 봉사하고 기여하며 자신들의 의무를 다했다는 성취감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그렇지 못한 자들이 톡톡히 대가를 치르는 첫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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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이맘
쟌이맘
2023/01/02 10:30

아홉살 생일 축하합니다~ 그림책 추천을 묻는 검색을 하면 8할이 광고인 요즘 세상에서 가온빛의 존재는 감사함 그 잡채! 정보의 홍수에서 허덕이는 많은 그알못 엄빠들에게 한줄기 빛으로 오래오래 함께 해주세요. 2023년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운영진 선생님들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가온빛지기
Admin
2023/01/02 10:52
답글 to  쟌이맘

쟌이맘님!
덕분에 축하와 격려로 2023년 맞이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쟌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보내세요!

서 책
서 책
2023/01/06 08:37

재밌고 유익한 그림책이네요.
아이들과 함께 춤 춰보고 싶어집니다.
감사합니다!

이 선주
Editor
2023/01/08 13:35
답글 to  서 책

서 책님, 재미난 그림책 읽으면서 사랑스런 아이들과 행복한 한 해 되세요!
고맙습니다.

가이니
가이니
2023/02/05 10:43

우와! 번잡했던 1월에 이리도 큰 위안이라니~ 명절 증후군 그냥 날려주는 새로운 만남이 웬지 올 한 해는 아주 잘 나갈 것 같은 기분으로 밀렸던 레터에 푹 빠져 감사 또 감사드려요.

가온빛지기
Admin
2023/02/06 21:20
답글 to  가이니

가이니님, 오랜만에 인사 드려요~
가이니님께 좋은 기운 드릴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습니다. 올 한 해 아주 잘 나가시면 가온빛 잊지 마세요~ 🙂
2023년 한 해 좋은 일 가득하시길 가온빛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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