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구석

안녕?
뭐가 더 필요할까?
어떤 거 같아?
많이 자랐네
그래도 허전한데…

작은 구석에 주어진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기만 한 나만의 공간. 여기서 중요한 건 ‘작은’이나 ‘구석’이나 ‘공간’이 아니라 ‘나만의~’입니다. 텅빈 공간이 나의 시간 나의 삶으로 채워져 가며 나만의 공간, 특별한 구석이 되어 가는 것, 켜켜이 쌓인 그 시간들이 그저 소소한 하루였던 때도 있고 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쁨과 슬픔을 안겨 주기도 했던 기억들도 있습니다. 바로 다음 순간의 일을 미리 알 수 없어 늘 불안할 수도 있지만 지난 기억들이 나로 하여금 불안한 미래를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기도 합니다. 그게 바로 나의 구석, 나의 삶입니다.

귀퉁이에 자리한 까마귀의 작은 구석. 처음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하게 굴던 까마귀가 서서히 뭘 하고 지내면 좋을지, 어떤 걸 어디에 놓으면 좋을지 찾아가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일과 사람에 치여서 잔뜩 의기소침한 채 집으로 돌아왔을 누군가에게 오늘 밤 푹 자고 다시 또 내일을 살아갈 작은 위안이 되어줍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구석”을 자신만의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을 까마귀가 우리 등 다독이며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나의 구석’만으로는 어딘가 허전함을 느낀 까마귀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나의 구석” 아직 못 보셨다면 그림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나의 구석

나의 구석

글/그림 조오 | 웅진주니어
(2020/04/22)

조오 작가의 첫 그림책 “나의 구석”은 글이 있긴 하지만 글 없는 그림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글보다는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이 이 그림책에 담고자 했던 의미겠지만 보는 사람들마다 저마다의 입장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의미 있고 유용한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세상에 그림과 이야기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기에, 제 그림도 누군가에게 다행인 것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작가의 바람처럼 말입니다.

전 공간 안에서 구석을 가장 좋아해요. 구석에 기대어 앉아 있으면 무척 안심이 되고 편안하거든요. 그래서 나에게 텅 빈 구석 하나가 생기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 보며 까마귀에게 작은 공간 귀퉁이를 줘 보았어요. 그러자 아무것도 아니었던 그냥 구석은 까마귀의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특별한 구석’이 되었어요. 특별한 구석이 되고 나니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벌어졌어요. 지금 당신이 이 책을 펼쳐든 것처럼 멋진 일 말이에요.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인호

에디터, 가온빛 레터, 가온빛 레터 플러스 담당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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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신
오영신
2023/01/13 23:35

나의 구석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찾아다녔던 때가 떠오릅니다. 어디가 있을 곳인지 어디에 몸을 기대야 할지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아 기웃거렸던 시간…그 구석을 찾아 쉬고 있는 이들을 참 부러워했었는데 누군가가 저에게 구석이 되어 주었다며 이야기 해주었을 때 나만의 구석이 있었던 걸 깨달았습니다. 까마귀에게 구석은 기대고 쉬고 창조해내는 공간이듯 저도 저의 구석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림책으로 더욱 선명해진 느낌~

가온빛지기
Admin
2023/01/24 09:21
답글 to  오영신

오영신님, 반갑습니다!
오영신님만의 구석은 과연 어떤 공간일까요? 그 구석을 따듯한 공간으로 잘 가꾸시길, 또 다른 누군가를 초대해서 그 곳이 소통과 나눔의 공간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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