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알
책표지 : 북극곰
고슴도치의 알

글/그림 다카하시 노조미 | 옮김 이순영 | 북극곰


그림책 제목을 보고 ‘고슴도치가 알을 낳던가?’ 생각하신 분 있지 않나요? 흠, 저만 그랬던걸까요? ^^

고슴도치의 알

알을 품고 있는 오리 아줌마를 본 고슴도치는 아줌마가 무얼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오리 아줌마는 알을 품고 있다면서 곧 아기 오리가 태어날 거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오리 아줌마가 부러워진 고슴도치는 자신도 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내 알’을 찾아 나섰어요. 그리고 나무 아래에서 고슴도치를 꼭 닮은 ‘동글동글하면서 뾰족뾰족한 알’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고슴도치의 알

그토록 원했던 알을 찾은 고슴도치는 오리 아줌마처럼 알 옆에 꼭 붙어앉아 열심히 알을 품어주었어요. 그런 고슴도치의 행동을 본 친구들은 고슴도치가 품고 있는 것은 알이 아니라면서 잘 보살펴도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 거라 얘길 해줍니다. 샐쭉 토라진 고슴도치가 한 말,

아니야, 꼭 나올거야!

고슴도치가 품은 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정말 알이 깨어나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을까요? 아님 고슴도치 친구들 말대로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걸까요?

고슴도치의 알

고슴도치는 알이 깨어나길 기다리며 열심히 품어줬지만 세상에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없나봐요. 비바람이 사납게 친 날, 걱정스러운 마음에 우산까지 들고 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 고슴도치는 알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을 알게 되었어요. 고슴도치는 여기저기 알을 찾아 다니다 나무밑동 아래로 굴러가서 깨져버린 알을 발견했습니다.

고슴도치는 깨진 알을 들고 그만 큰 소리로 울고 맙니다. 에고, 고슴도치의 눈물이 너무나 맘이 아프네요.

그런데,

고슴도치의 알

깨진 알에서 뭔가 꼬물꼬물~~기어나옵니다. 마치 알에서 새 생명이 깨어나듯이 말이죠. 눈물을 꾹 참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를 바라보고 있는 고슴도치…^^ 새생명의 탄생을 맞이하는 신비함과 설레임이 담긴 고슴도치의 표정이 너무나 사랑스럽네요.

이 그림을 보니 고슴도치가 품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히 알수있네요. 고슴도치는 자신을 꼭 닮은 밤송이를 품고 있었습니다.^^ 하얀 오리아줌마가 하얗고 동글동글한 알을 품고 있던 것을 본 고슴도치는 자신을 꼭 닮은 밤송이를 알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예요.

고슴도치의 알

이것 봐, 알이 깨어났어!
봐, 나랑 똑같이 생겼지?
내가 뭐랬어!

고슴도치의 친구들 표정 좀 보세요. ‘말도 안돼’!라고 소리치는 것 같은 친구도 있고, 마냥 부러움이 할 말을 잃은 듯한 친구,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는 친구의 표정도 보입니다.

앞에서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거라 말했던 장면과 전체 틀은 비슷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확 달라진 두 그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볼까요?

고슴도치의 알

왼쪽 그림은 고슴도치가 밤송이를 품고 있을 때, 고슴도치가 품고 있는 것은 알이 아니기 때문에 잘 보살펴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거라 얘기 하는 장면이구요. 오른쪽 그림은 드디어 알이 깨어났다면서 자랑하는 고슴도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입니다. 아무 것도 나오지 않을거라 말했던 친구들이 새생명이 태어난 것을 보고 깜짝 놀라는 표정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친구들의 모습도 달라져 있지만 알을 품고 있던 고슴도치의 표정도 달라져있어요. 다들 비슷비슷한 고슴도치 같아 보이지만 살짝씩 털색깔이 달라요.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냐구요? 아니예요. 아직 남은 마지막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일지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그림책으로 꼭 확인해 보세요~ 너무도 사랑스러운 이야기에 빙그레 웃고 있는 자신을 만날거예요. ^^ 저 역시 이 글을 쓰면서 또 빙그레 웃고 있습니다.

사랑스런 이야기를 본 우리 아이들, 혹여나 자신도 밤송이를 품어보겠다고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오리아줌마가 하는 일이 마냥 부러워 자신도 알을 품겠다 생각하고 이리저리 알을 찾아 다닌 고슴도치, 하얀 오리 아줌마가 하얗고 동글동글한 알을 품은 모습을 보고 자신처럼 삐쭉삐쭉한 모양을 가진 밤송이를 자신의 알이라 생각하는 엉뚱하고도 순수한 고슴도치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고슴도치의 모습은 어린시절의 우리 모습이기도 하죠. 학교 앞 병아리를 사와 엄마 걱정을 샀던 기억도 떠오르고, 병아리를 산 내가 부러워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병아리를 구경했던 친구들의 얼굴도 떠오르네요.

그림책은 이렇게 내 아이의 모습을 다시 보게 만들기도 하지만 잊고 지냈던 나의 어린시절도 찾아주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가슴 한곳이 찌르르 해질 때가 있죠. 오늘 본 “고슴도치의 알”에서도 그랬습니다.

고슴도치가 품은 것, 단순히 밤송이가 아닌 고슴도치의 아름다운 꿈이며 사랑이 아닐까요?

초록색 아기자기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에 살아있는 생명 사랑의 감동적 이야기, 그리고 세번의 유쾌한 반전(제목의 반전, 고슴도치가 품은 밤송이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아름다운 반전, 마지막 반전까지)과 함께 품은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 그 순수함이 순수한 그림을 통해 함박 웃게 만드는 그림책 “고슴도치의 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