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아이
책표지 : 책과콩나무
보이지 않는 아이(원제 : The Invisible Boy)

글 트루디 루드위그 | 그림 패트리스 바톤 | 옮김 천미나 | 책과콩나무


오늘 소개하는 그림책은 제목 그대로 남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아이 브라이언의 이야기입니다. 브라이언이 아이들을 피해 숨어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괴롭히는 바람에 아이들이 그를 피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 자리에 조용하게 있을 뿐인데 브라이언은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느 순간 한 집단에서 소외되어 버린 아이 브라이언 이야기, 그것은 아주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가까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

브라이언은 학교에서 ‘투명인간’입니다. 친구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선생님 조차도 브라이언이 잘 보이지 않아요. 선생님은 바로 옆에 얌전하게 서있는 브라이언보다는 큰 소리로 말하고, 징징거리는 아이들을 상대하느라 아주 바쁘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

쉬는 시간 발야구를 할 때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먼저 발야구를 제일 잘 하는 아이들이 뽑히고나면 발야구를 잘하는 애들의 친구들이 뽑히고, 그 다음번에는 그 친구의 친구가 뽑힙니다. 이제 발야구를 할 아이들이 충분해 지기 때문에 브라이언이 낄 자리는 없습니다. 끝까지 자신이 뽑힐 거라는 희망을 안고 브라이언은 해맑게 웃으며 기다리지만 아이들 눈에 브라이언은 그저 보이지 않는 아이일 뿐이예요. 결국 브라이언은 의기소침해져서 어디론가 쓸쓸히 가고 맙니다.

브라이언이 서 있는 세상과 아이들이 함께 뛰어놀고 있는 세상에는 무언가 알수 없는 경계선이 있는 듯 보이네요. 투명인간 취급 받는 브라이언의 무거운 마음처럼 브라이언만 무채색의 회색빛으로 그려져 아이의 쓸쓸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

아이들이라면 가장 기다리고 기다리는 점심시간이 돌아왔어요. 하지만 점심시간에도 브라이언이 낄 자리는 없어요. 다들 생일 파티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 하지만 구석자리에 앉아 조용히  샌드위치를 먹는 브라이언은 생일 파티에 초대도 받지 못하고 이야기에도 끼지 못합니다. 혼자 밥 먹을 때의 서러움보다 더 큰 서러움은 친구들과 함께 있지만 혼자 밥 먹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아닐까요? 브라이언은 점심시간 조차 이렇게 구석자리에 앉아 외로이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

그나마 자유놀이 시간이 되면 브라이언은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그림을 그리며 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해 보이지 않던 브라이언의 표정은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한껏 편안한 표정이 되었어요.

브라이언이 그리는 그림들 속에는 불을 뿜는 용에게 마시멜로를 구워줘서 고맙다 인사하는 그림이나 집으로 돌아가며 좋아하는 외계인,  보물상자를 열었더니 과자만 한 가득이라 실망하는 해적, 어디서나 친구를 잘 사귀는 초능력이 있는 슈퍼맨 등 브라이언이 당면한 외롭고 쓸쓸한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즐거움이 가득한 세상이 담겨 있어요. 혼자 그림을 그리는 브라이언은 회색빛이지만 브라이언이 그린 그림속 세상은 색채가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

어느날 브라이언의 반에 저스틴이 전학을 옵니다. 새로운 친구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때문일까요? 브라이언은 저스틴을 바라보며 수줍게 웃는데요. 그렇게 살포시 웃는 브라이언의 볼에 아주 연한 빛의  색깔이 생겨났습니다. 수줍고 호기심 가득한 브라이언의 표정과 달리 주변 친구들의 표정은 저스틴의 표정을 흘끔흘끔 쳐다 보며 새로 전학 온 저스틴이 친구로 사귀어도 될만한 아이인지를 재고 있는 듯 보입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저스틴의 모습을 본 아이들이 신기해 하며 저스틴이 싸온 도시락 반찬이 뭔지 물어보자  ‘한국식 소고기 바비큐’라며 불고기에 대해 이야기 해줍니다. 아이들은 생소한 음식을 보고 깔깔 거리며 웃어댑니다. 구석자리에서 홀로 샌드위츠를 먹던 브라이언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겨요.

놀림을 받는 게 더 나쁠까, 투명인간이 되는 게 더 나쁠까?

다음날 브라이언은 불고기를 맛있게 먹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 편지를 전학생인 저스틴의 사물함에 넣어놓았어요. 젓가락을 들고 씩씩하게 불고기에 도전하는 그림 속 브라이언의 모습은 회색빛이 아닌 노란 머리카락에 파란 티셔츠를 입은 생생한 모습입니다. 편지를 받아든 저스틴이 빙그레 웃습니다.

보이지 않는 아이

저스틴은 쉬는 시간에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브라이언에게 다가가 말을 걸며 브라이언이 그린 그림을 칭찬해 줍니다. 이제 한 친구의 관심을 받게 된 브라이언에게도 색깔이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브라이언에게도 이제 친구가 생기게 되는걸까요?

보이지 않는 아이

사실 저스틴에게는 이미 에밀리오라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저스틴과 에밀리오 사이에서 아직은 어색하기만 한 브라이언.

하지만 그림 편지를 통해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브라이언의 손을 저스틴은 놓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내주신 특별과제를 하기 위해 새로운 조를 짜면서 저스틴은 브라이언에게 함께 하자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저스틴과 에밀리오와 함께 숙제를 하면서 서서히 브라이언의 색깔을 찾아갑니다. 브라이언의 얼굴은 생기가 돌기 시작했고 이제 여느 친구들의 모습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전의 주눅든 모습, 쓸쓸한 모습이 아닌 밝고 아이다운 표정의 브라이언의 모습이 찡하네요.

보이지 않는 아이

다시 점심시간이 돌아왔을 때 브라이언은 살짝 의기소침해 졌어요. 늘 혼자였던 브라이언은 점심 시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간이었거든요. 다 같이 어울려 웃고 떠들며 보내는 행복한 점심시간이 브라이언에게는 너무나 길고 고통스러운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예의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브라이언이 도시락을 들고 식당 문 옆에 어색한 모습으로 서 있을 때 자신을 부르는 저스틴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저스틴, 에밀리오와 함께 행복한 점심시간을 맞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브라이언은 투명인간이 아닐지도 몰라요.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겪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이따금씩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되면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집단따돌림을 견딜 수 없는 아이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아이들이 했다고 하기엔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일들도 간혹 일어나곤 합니다.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공부보다 우선으로 친구관계에 문제가 없는지를 가장 걱정하기도 하죠. 

보통 집단 따돌림은 교실 내의 동급생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한 두명의 주동 학생을 중심으로 그들을 추종하는 아이들과 그것을 못본척 방관하는 일반 아이들로 이루어지는데, 방관하는 아이들 역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편을 들었다가 자신 역시 그 아이처럼 집단 따돌림을 당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보고도 못본 척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때리고 다치게 하는 것만이 심각한 것이 아니라 다수로 이루어진 한 집단이 힘없는 한 명을 못본 척, 없는 척 대하는 것 역시 피해를 당하는 아이의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폭력입니다.

그림책 “보이지 않는 아이”는 의기소침한 얼굴로 늘 혼자였던 브라이언이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조금씩 밝아지는 모습을 잘 그려냈습니다. 브라이언이 내민 손을 놓치지 않고 받아준 저스틴의 모습을 통해 세상이 따뜻해 지는데는 아주 작은 관심 하나면 충분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이 그림책을 통해 내가 한 발 먼저 다가가서 친구에게 손 내밀어 줄줄 아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내 아이가 혹여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상처를 당하지 않는지 노심초사 걱정하는 마음만큼 혹여나 내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히 살펴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우리 어른들의 몫이겠죠.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으로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 가길 바라며 오늘의 그림책 이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