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기울이면

귀를 기울이면

(원제: Trèfle)
그림 친 렁 | 글 나딘 로베르 | 옮김 강나은 | 작은코도마뱀
(2023/03/15)


귀를 기울이면… 책상 앞 작은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톡톡톡 자판 소리,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지금 이 순간 가만히 귀 기울이면 여러분에게는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귀를 기울이면”은 숲속 농장에 사는 꼬마 클로버 이야기예요. 클로버는 언니 오빠를 따라 숲속 개울가에 조개를 잡으러 갔다 그만 길을 잃었습니다. 클로버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잠시 멈추고 클로버의 생각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봅니다.

귀를 기울이면

책을 펼치면 숲 향기가 날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자연의 소리로 가득한 농장 풍경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에요. 클로버가 사는 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숲속 작은 농장.

어느 날 큰 오빠가 클로버에게 블루베리를 따러가자고 했어요. 언니는 개울에서 조개를 잡자고 했고 또 다른 언니는 버섯을 따러 가자고 했어요. 그런데 정작 클로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고민에 빠집니다. 언니 오빠 누구를 따라가서 뭘 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때 오빠가 다가와 클로버에게 이렇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괜찮아. 클로버.
버섯을 따도 되고 조개를 잡아도 돼.
버섯은 다음에도 딸 수 있어.
내 마음은 스스로 정해 봐.

그래서 클로버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개울에 가서 조개를 잡기로 마음먹었어요.

귀를 기울이면

그렇게 한참을 놀다 풀숲에서 나는 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새끼 염소 모란이가 그곳에서 뛰어놀고 있었어요. 클로버가 모란이를 쫓아가자 모란이는 더 멀리 도망을 쳤고 모란이를 쫓던 클로버는 또 다른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서게 됩니다.

너무 멀리 가면 길을 잃을지도 몰라. 개울로 돌아가야 해 vs 숲에 혼자 있는 모란이도 찾아야 해!

어린 클로버에게 자꾸만 선택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어떤 걸 선택하지?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매 순간 모든 걸 선택하고 또 선택하며 앞으로 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바로 클로버의 모습입니다.

귀를 기울이면

선택의 순간마다 클로버는 자연의 힘을 빌립니다. 커다란 나무를 안고 가만히 나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여보았어요. 물론 답변은 듣지 못했어요.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개울에게도 묻고 바람에게도 물어보면 자연은 말없이 때로는 풍경으로, 때로는 소리나 냄새로 어린 클로버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었어요.

계속해서 선택의 순간을 만나고 그때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책임지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어린 클로버의 모습은 지난날 나의 모습이기도 하죠. 지금 여기 있는 나는 지나온 시간 내가 내린 여러 선택들의 결과입니다.

어두워진 숲속을 가로질러 노란 등불을 들고 막내를 찾아 나선 일곱 명의 언니 오빠들. 오늘 종일 찾아다닌 새끼 염소 모란이는 언니 오빠들 맨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있어요. 모두들 막내 동생 클로버를 찾아 귀를 기울였겠지요.

마음속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우리는 언제나 길을 찾을 수 있어요.

글 작가 나딘 로베르는 주변 사람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순간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친 렁은 수채화 그림으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과정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숲, 그 숲은 인물의 내면을 상징화한 것이기도 해요. 이 그림책에서 숲은 선택과 만남, 소통의 장소이면서 한 인간의 성장의 공간이 됩니다.

등불 하나 의지해 클로버가 숲길을 걷는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남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앞으로 한 발 한 발 나가는 것이 바로 인생! 두렵고 힘들어도 “귀를 기울이면” 언제 어디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어요!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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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책
서 책
2023/06/11 20:20

지나온 나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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