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기사

올빼미 기사

(원제: Knight Owl)
글/그림 크리스토퍼 데니스 | 옮김 노은정 | 비룡소
(2023/04/21)

※ 2023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휘영청 보름달 아래 꼿꼿한 자세로 성을 지키고 있는 기사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올빼미 기사”입니다. 기사하면 떠오르는 늠름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좌충우돌 작고 어린 올빼미 기사의 활약을 지켜보면 처음의 미덥지 못한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질 거예요. 아무래도 밤새(night) 졸지 않고 성을 지키려면 올빼미 기사(Knight)가 최적격 아닐까 싶습니다.

올빼미 기사

알을 깨고 나온 그날부터 내내
올빼미의 꿈은 하나였어요.

알을 깨고 나온 그날부터 아기 올빼미의 꿈은 기사가 되는 것. 요리를 준비하고 있는 엄마 앞에 완전무장을 한 올빼미의 진지한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습니다. 신문을 읽고 있는 아빠 표정이 너무나 리얼하죠? ‘정말 못 말려!’를 표정으로 말하고 있어요. 자세히 보면 엄마가 준비하고 요리는 생쥐고 아빠가 읽고 있는 올뺀신문엔 ‘기사가 여럿 사라졌다’는 내용이 신문 메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올빼미 기사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했던가요. 올빼미는 2주 완성 기사 학교에 지원해 합격합니다. 설마? 했던 엄마 아빠는 가슴이 철렁했지요. 작은 몸집으로 칼과 방패를 드는 일이 힘에 겨웠고 올빼미 특성상 낮이 되면 쿨쿨 잠을 자야 했지만 악조건 속에서도 올빼미는 열심히 훈련을 받아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꿈꾸던 진짜 기사가 됩니다. 그리고 적성에 맞게 밤에 성을 지키는 임무를 맡게 되었어요.

나만 빼고 다들 원하는 대로 꿈꾸는 대로 술술술 풀리는 인생처럼 보이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든 위기를 맞게 되죠. 올빼미 기사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어느 날 밤, 무시무시하게 생긴 배고픈 용과 맞닥뜨리게 되었거든요. 야식으로 한입에 꿀꺽하기 좋겠다는 사나운 용의 말을 들은 올빼미 기사는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지만 용기를 내어 용에게 상자 하나를 건넸습니다.

이 상자 속에는 … 오븐에 갓 구운 따끈따끈한 피자. 이름하여 나이트 피자가 들어있었어요. (밤에 먹으면 더 맛있기 때문에 나이트 피자일까요, 기사가 즐겨 먹어서 나이트 피자일까요? 어찌 됐든 야식은 밤에 먹어야 제맛!)

피자 한 판 덕분에 온순해진 용은 올빼미 기사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어요. 알을 깨고 나올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떤지 둘은 끝도 없이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고 보니 닮은 점이 참 많은 친구였네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땐 함께 맛난 음식을 먹을 것! 음식을 먹는 동안 서로를 향한 경계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감정만 남게 되지요. 올빼미 기사가 세상의 평화를 위해 선택한 것은 폭력이나 속임수가 아닌 가장 순수하고 본질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읽고 다시 표지로 돌아가 보면 아, 표지에 주요 등장인물이 다 나와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어쩌면 표지는 올빼미 기사 그 후의 이야기, 용과 함께 성을 지키는 올빼미 기사의 이야기로 보이기도 해요.

중세를 배경으로 한 다소 묵직해 보이는 그림 속에 섬세하게 녹아있는 유머 코드, 삶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담은 옛이야기를 닮은 유쾌하고 통쾌한 그림책 “올빼미 기사”. 2023년 칼데콧 명예상을 받은 따끈따끈한 작품입니다. 페이지 곳곳에 숨은 복선과 유머들을 즐기면서 읽어보세요. 어린이를 꼭 닮은 여리고 순수한 올빼미 기사의 이야기에 오랜만에 마음을 열고 환하게 웃었습니다. 마음에 순수한 용기가 꽉꽉 차오름을 느껴봅니다.


칼데콧 수상작 보기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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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미
박선미
2023/06/16 10:37

단어나 사물의 이중적 의미를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책이네요.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들여다보기도 가능한 책이구요. 바로 그것, 원래 알고 있던 것, 가리고 가려져 볼 수 없던 것들을 스토리로 엮어내다니, 작가들의 스토리텔링 정말 멋집니다.

서 책
2023/06/18 14:40

먹고 살기 위한 일이 그런 것이기에 그것을 이해하고 흔쾌히 자신의 것을 내어 줌으로써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것이 친구가 되는 일인 것 같아요. 가장 힘이 센 음식을 통해서^^

이지영
이지영
2023/12/09 13:01

오늘 아이랑 남편이랑 도서관와서 봤는데 진짜 그림도 재미있고 좋아요. 저도 다읽고 진정한 힘은 무력에서 나오는게 아니고 공유와 소통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겉표지에 대한 이선주에디터님의 생각에 감탄, 공감하고 갑니다.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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