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숨바꼭질할래?

우리 숨바꼭질할래?

(원제: On joue à cache-cache?)
글/그림 레나 비아나 페레이라 | 옮김 이슬아 | 반달
(2023/09/15)


남편 후배 부부 둘 다 갑작스레 주말 근무를 하게 되는 바람에 다섯 살 꼬맹이가 우리 집에 한나절 맡겨졌던 적이 있었어요. 같이 책도 읽고 레고 놀이도 하고 반나절 잘 놀던 아이가 점심 먹고 저에게 제안한 건 다름 아닌 숨바꼭질 놀이, 들킬세라 숨죽이고 꼭꼭 숨어 있던 그 작은 아이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납니다. 아기 고양이 같았던 그 예쁜 다섯 살 꼬맹이는 이제 듬직한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우리 숨바꼭질할래?』는 제목 그대로 숨바꼭질을 소재로 만든 그림책입니다. 숨바꼭질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놀이죠. 숨는 자와 찾는 자, 최소 둘은 있어야 가능한 놀이입니다. 물론 함께 놀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지요.

아이 셋이 모였어요. 뭘 하고 놀까 궁리하던 아이들이 떠올린 놀이가 바로 숨바꼭질. 아이들은 정원 안에만 숨기로 약속하고 숨바꼭질 놀이를 시작합니다.

우리 숨바꼭질할래?

놀 곳을 정해요.

숲이랑 집에는 숨기 없음!
그래, 정원 안에서만 하자.

우리 숨바꼭질할래?

역할을 나누어요.

누가 술래 할래?

우리 숨바꼭질할래?

숫자를 세요.

하나, 둘, 셋……

숨바꼭질 규칙이 짧은 문장으로 제시되고 나머지는 아이들이 주고받는 말이에요. 군더더기 없이 글이 아주 간결하죠. 물론 아이들이 하는 대화도 초반에만 나오고 다들 여기저기 숨고 나면 혼자 하는 독백이 더 많아집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녹아든 듯 스리슬쩍 숨어든 친구를 찾아 술래가 된 아이는 정원 이곳저곳을 떠돕니다. 그런 와중에도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는 잊지 않고 소리치면서요. 그러면서도 발자국 소리조차 내지 않으려 살금살금 조심조심하는 술래의 몸짓이 재미있습니다. 술래를 따라 내 마음도 몹시 분주해져요. 어느새 아이들의 정원이 나의 정원이 되고 나 역시 그 또래의 아이가 되어 있습니다. 이 그림책이 커다란 이유도 그래서인가 봐요.

아이들이 뛰노는 정원은 온갖 색깔로 화려합니다. 빨갛고 파랗고 온통 초록인가 싶다가도 또 노란색이고 갈색이기도 하고… 우리를 품어주는 그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우리는 온 마음 다해 신나게 뛰어놉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아이들의 색깔입니다.

정원을 가로지르고 덤불을 헤치고 나무에 오르고 눈앞의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그렇게 한바탕 함께 놀다 보면 정원에 숨어있는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정원에 찾아온 예쁜 새, 토끼, 뱀, 다람쥐, 도마뱀, 여우, 고양이, 강아지, 달팽이, 나비며 이름 모를 수많은 곤충들까지. 정원은 우리들만의 놀이터가 아닌 모든 이들의 놀이터,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란 걸 문득 깨닫게 되죠. 고양이는 새를 보고 있고 나비는 그런 고양이를 보고 있어요. 덤불 속에 숨은 친구인가 했는데 진짜 토끼고 술래 몰래 숨어있는 나무 위에서 문득 바라본 풍경은 ‘예쁘다!’는 말 만으로는 부족할 만큼 예쁜 풍경입니다. 세상이 온통 숨바꼭질 놀이 중이었어요.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했을 뿐!

함께 놀아서 즐겁고 다시 만나 기쁘고. 그렇게 아이들의 하루가 지나갑니다. 노을빛에 붉게 물들어가는 정원에서 다시 만난 아이들은 말합니다.

또 뭐하고 놀까?

아이들은 멈추지 않습니다. 펄떡이고 꿈틀거리는 것, 그것이 생명입니다. 앞뒤 노란색 면지가 그 힘찬 생명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숨바꼭질할래?”하는 아이들의 맑은 소리가 쨍쨍하게 들려오는 그림책 『우리 숨바꼭질할래?』, 이 세상에 짠하고 태어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찾고 또 찾으며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엄마를 찾아서 친구를 찾아서 사랑을 찾아서… 산다는 건 그대로 숨바꼭질 놀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 선주

가온빛 대표 에디터, 그림책 강연 및 책놀이 프로그램 운영, "그림책과 놀아요" 저자(열린어린이, 2007), 블로그 "겨레한가온빛" 운영, 가온빛 Pinterest 운영 | seonju.lee@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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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책
2023/11/24 09:48

숨바꼭질 아이들이 아주 좋아해요. 맨날 해도 맨날 즐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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