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장화의 지구 여행

쇠로 만든 상자는 드디어 지구 반대편에 도착했어요.
한 소녀가 상자 문이 열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마침내 상자 속 짐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어요.
눈을 반짝이던 소녀는 브리디의 빨간 장화를 찾아냈어요.
그리고 빨간 장화를 신어 보았어요.
빨간 장화는 소녀의 발에 꼭 맞았어요.

무언가를 간절히 기다린 듯 빨간 우산을 쓰고 제일 먼저 달려 나간 소녀. 그리고 소녀가 상자 속 짐 중에서 발견한 빨간 장화. 소녀에게 온 빨간 장화는 누가 보낸 것이고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빨간 장화는 다섯 살이었던 브리디가 받은 선물이었어요. 빨간 장화가 마음에 쏙 든 브리디는 날마다 장화를 신고 놀았고 장화를 신은 채 멋진 모험을 떠나는 꿈을 꾸기도 했죠. 하지만 어느 날 오랜만에 신어본 빨간 장화는 더이상 브리디에게 맞지 않았어요. 시무룩해진 브리디를 본 엄마가 말씀하셨어요. 이제 브리디의 빨간 장화는 지구 반대편으로 엄청난 모험을 떠날거라구요.

다음 날 엄마와 브리디는 빨간 장화를 안고 ‘아름다운 중고품 나눔 가게’를 찾아 갔습니다. 브리디는 그 곳에있는 커다란 상자 속에 장화를 두고 나왔어요.

브리디의 빨간 장화는 새 주인을 찾아 머나 먼 여행을 떠났어요. 길고 긴 여행 끝에 지구 반대편에 도착한 빨간 장화는 한 소녀에게로 갔습니다. 또 한번 누군가를 즐겁게 해 줄 선물이 된 셈이죠. 장화를 받은 소녀는 다섯 살 때의 브리디가 그랬던 것 처럼 장화를 신고 즐겁게 뛰어 놀고 머나먼 땅으로 용감한 모험을 떠나는 꿈도 꾸었습니다.

그렇게 브리디의 빨간 장화는 다시 한 번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어요

한 때 나에게 정말 소중했던 물건이었지만 이제는 필요 없어진 물건들, 저는 상자에 넣어서 보관했어요. 특히나 딸내미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물건들은 상자에 담고 겉에 내용물의 이름을 적어 보관을 했는데요. 베란다 공간만 차지하며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채로 이렇게 쌓아놓는 것은 물건들에게도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란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그 때부터는 일 년에 한 번씩 아이와 쌓아 두었던 물건을 다시 정리해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게 되었어요. 처음엔 아이가 조금 서운해 했지만 기념 사진 찍고 정리해서 아이 이름으로 기증을 하면서 이제는 습관이 되어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엔 어김없이 기증 물품 고르기가 우리 집 연례 행사가 되었습니다.

나에게는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 깨끗하게 사용해서 문제 없는 물건에게 새 주인 찾아주기.^^ 그런데요, 이 일을 몇 년동안 해보니 물건을 살 때도 여러모로 고려 해보게 됩니다. 꼭 필요한 것인지, 얼마나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제품인지를 말이예요.^^

나눔의 기쁨과 공존의 가치, 참 어렵고 거창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지만 직접 실천해 보면 그것이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 나눔을 통해 얻는 기쁨이란 어떤 느낌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내가 보낸 물건이 누군가에게 환한 웃음과 꿈을 줄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브리디가 보낸 빨간 장화를 신고 지구 반대편 소녀가 브리디처럼 신나게 뛰어 놀고 모험을 떠나는 꿈을 꾸는 것 처럼 말이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세상을 좀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이 있습니다. ^^


빨간 장화의 지구 여행
책표지 : 주니어김영사
빨간 장화의 지구 여행 (원제 : Bridie’s Boots)

글 필 커밍스 | 그림 사라 액턴 | 옮김 김소연 | 주니어김영사

“빨간 장화의 지구 여행”의 책표지엔 빨간 장화를 선물 받고 깡총깡총 뛰며 즐거워 하는 브리디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장화가 점점 작아져 가는 과정을 동그란 원 위에 그려냈습니다. 마치 장화가 지구를 돌아 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나에게 소중했던 물건이 또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나눔의 기쁨을 그려낸 “빨간 장화의 지구 여행”은 물건 하나가 건네주는 커다란 기쁨 그 이상을 그려내고 있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