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사뿐사뿐 오네

고향

안기임

이슬을 밟고
서리를 밟고
눈도 밟고 다니던 길
멀디 먼 길
하두 멀어서
꿈에서나 갈 수 있는 길
우리 아버지가 삼아 주신 짚신 신고
어메가 보고 싶은 어느 때에는
대빗자루로 쓸어 대던 촌 동네길
가 보고 싶습니다

며칠 전 아내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모녀는 밀린 수다로 이틀 낮 이틀 밤을 꼬박 지새웠다고 합니다. 스물여덟 살에 결혼해서 낳은 딸아이가 올해로 스물한 살, 친정 어머니 품 떠난지 스무 해가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그리움의 대상인가 봅니다. 박차고 떠나올 때는 언제고 말이죠. 우리 딸도 머지않아 제 엄마 곁을 떠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엄마 품을 그리워하면서……

연세 지긋하신 할머님들이 작은 도서관에 모여 앉아 글과 시를 배우며 그리워한 것은 소중한 누군가의 품입니다. 아주 오래 전 어느 겨울날 화롯불 앞에 앉은 자신을 꼭 끌어안고 군밤을 까주시던 어머니와 아버지의 따스한 품, 먼저 세상 떠난 남편의 듬직한 품, 홀로 남은 엄마를 꼬옥 안아주던 자식들의 다정한 품.

눈이 사뿐사뿐 내리는 날, 멀디 먼 길 하두 멀어서 꿈에서나 갈 수 있는 고향 동네길, 그 길 위에서 반가이 손짓하는 사랑하는 이들을 향한 할머니들의 그리움과 추억을 담은 시 그림책 “눈이 사뿐사뿐 오네”, 한 줄 한 줄 읽다보면 할머니들의 삶이 사뿐사뿐 우리 가슴 속으로 다가옵니다.


눈이 사뿐사뿐 오네
책표지 : Daum 책
눈이 사뿐사뿐 오네

글/그림 김막동김점순박점례안기임양양금윤금순최영자 | 북극곰
(발행 : 2017/11/30)

“눈이 사뿐사뿐 오네”는 전남 곡성 서봉마을에서 농사도 짓고 시도 짓는 할머니들 일곱 분이 직접 쓰고 그린 시 그림책입니다. 작은 도서관에 모여 동시와 그림책으로 글을 깨우치시고, 자신들의 삶, 추억, 그리움을 담아 낸 책은 할머니들 품처럼 푸근합니다.

세상 그 어느 시인보다도 더 순수하고, 세상 그 어느 화가보다도 더 진솔한 일곱 할머니들의 시와 그림을 만나보세요. 할머니 품에 포옥 안긴 듯 따스해지는 “눈이 사뿐사뿐 오네”, 우리 삶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그림책입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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