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온 고양이 빈센트

빈센트라는 이름의 고양이는 화물선인 도무스호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단 한 번도 배에서 내려본 적이 없었죠. 빈센트는 비록 배 위에서 멀찍이 바라보는 풍경들이긴 했지만 늘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마음에 들었어요.

※ 도무스(domus) : 라틴어로 ‘집’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 칸에서 선원들이 식사를 하며 나누는 이야기들을 듣다가 빈센트에게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무슨 이야기들이었냐구요? ‘기다리는 집이 있어서 참 좋아.’, ‘얼른 집에 가고 싶군.’ 이런 얘기들이요. 심지어 조리장은 ‘이 세상 최고로 특별한 음식도 집에서 만든 밥에 비교할 수는 없지. 집에 가면 떠나고 싶지 않다니까.’라면서 집이란 걸 그리워합니다.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진짜 멋지다!
나도 언젠가는 집에 가 보고 싶어!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사람들이 저토록 집에 가고 싶어하는 걸까? 떠나고 싶지 않은 곳이라니… 빈센트는 지금껏 세상 구석구석 안가본 곳이 없었지만 단 한 번도 떠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던 적은 없었나봅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고 가보고 싶은 곳, 집!

결국 빈센트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고 환호하며 배에서 내리는 선원들을 따라 태어나서 처음으로 뭍에 발을 내딛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려고 발걸음을 서두르는 선원 한 명을 따라갑니다. 잠시 후 도착한 선원의 집, 빈센트는 창 밖에서 그 가족의 재회를 바라봅니다. 반가워서 부둥켜안고 서로 입맞추고 떠들썩한 분위기, 아빠가 사온 선물 상자를 뜯어보는 아이들… 빈센트가 생각했던 멋진 풍경은 없었지만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어떤 느낌이 빈센트의 가슴에 피어납니다. 아~ 이런 게 행복한 거구나!

집은 단지 어떤 장소가 아니었어.
집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곳이야.
그렇다면 나는 집이 없는 것 같아.

그날 밤 빈센트는 도시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양한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자신에겐 집이 없음을 새삼 깨닫게 되죠(정말 없을까요? 혹시 자신의 집이 어딘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살아온 건 아닐까요?). 행복이 자리 잡지 못한 마음은 쓸쓸함으로 가득할 수 밖에 없겠죠. 행복한 도시의 불빛이 미치지 않는 컴컴한 뒷골목 한 켠에 쭈그리고 앉은 빈센트는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바로 그 때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바로 선장님이었습니다. 단 한 번도 배에서 내린 적이 없던 빈센트가 없어진 걸 알고 선장님이 여기저기 찾아다녔나봅니다. 선장님은 빈센트를 번쩍 안아들고 턱도 긁어 주고 배도 쓰다듬어 줬어요. 그리고 말했죠.

“자, 이제 집으로 가자.”

선장님과 빈센트는 도시를 뒤로 하고 바다로 향합니다. 자신들의 집이 있는 바로 그곳으로.

여러분들에게 집, 그리고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 달려가 와락 그 품에 안기고 싶은 곳… 살아가다 문득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빈센트처럼 가만히 밤하늘 한 번 바라보세요. 누군가 다정하게 여러분을 불러줄 겁니다.

또 한 가지,  여러분도 이따금씩 주변을 돌아보는 것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 곁에서 외롭거나 삶이 힘겨운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어깨를 빌려줘야 하니까요.

집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내 소중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찾아 떠나는 포근한 여행이 담긴 그림책 “집에 온 고양이 빈센트”였습니다.


집에 온 고양이 빈센트

집에 온 고양이 빈센트

(원제 : Vincent Comes Home)
글/그림 제시카 배글리, 애런 배글리 | 옮김 홍연미 | 재능교육
(발행 : 2018/08/06)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잔잔한 수채화 그림에 담아냈던 그림책 “아빠에게 보내는 작은 배”로 처음 소개했었던 제시카 배글리가 이번엔 집에 대한 의미를 담은 “집에 온 고양이 빈센트”를 내놓았습니다. 집이라는 주제 덕분일까요? 이번 그림책은 남편과 함께 작업했는데 부부의 첫 번째 그림책이라고 하는군요.

영화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그림책을 보고나면 틀림없이 이 영화가 떠오를 겁니다. 바로 “피아니스트의 전설(The Legend Of 1900)”. 배에서 나고 자란 천재적인 피아니스트 나인틴 헌드레드의 그야말로 전설 같은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만들어낸 영화죠. 자신의 집을 찾은 고양이 빈센트의 포근한 결말과 달리 단 한 번도 배에서 내려본 적 없는 나인틴 헌드레드의 엔딩은 쓸쓸함과 막막함 그 자체입니다. 아직 못 보셨다면 “집에 온 고양이 빈센트”와 함께 꼭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 작가 제시카 배글리의 영문 스펠링이 독특합니다. Jessixa Bagley. C 가 아니라 X 가 들어가는 바람에 한글 표기할 때 출판사들이 혼선이 좀 있습니다. 베틀북에서 2016년에 “아빠에게 보내는 작은 배”를 출간할 때는 ‘제시아’라고 표기했고, 이번에 재능교육에서는 ‘제시카’라고 표기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적절한 표기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어권에서도 어떻게 읽어야 하냐고 질문이 많았었나 봅니다. 작가 본인이 ‘제시카’라고 불러달라고 정답을 알려줬습니다.(작가가 자신의 이름 발음하는 영상 보러 가기)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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