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

나의 아들, 할런드에게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고 첫 두 달 동안
어떻게 하면 너에게 이 모든 것을
알려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이 책을 썼단다.

네게 꼭 알려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았단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오늘은 그림 한 장이 아니라 세 장입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들을 위해 만든 그림책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의 작가 올리버 제퍼스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 세 장의 그림이 꼭 필요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행성 지구에 방금 찾아온 나의 아이. 이제 막 자신의 아이와 만난 아빠는 그 만남 자체의 경이로움과 함께 아이에게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을 단 한 조각도 놓치지 않고 모두 알려주고 싶습니다. 아이 역시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테니까요.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대수롭지 않은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의 아이가 태어난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도 함께 바뀌어 버렸습니다. 아침을 밝히는 태양은 분명 어제와 똑같은 태양이건만 아이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 해는 어제와 달리 새롭기만합니다. 지금껏 대수롭지 않게 스치듯 내 삶을 지나치던 시간들은 더 이상 일 분 일 초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선 안될 것만 같습니다.

아직은 촛점도 맞추지 못하는 갓난 아기의 힘 없는 눈, 이내 곤히 잠들어버린 아기를 얼싸안은 채 지긋이 바라보며 아빠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행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와 지구, 그 안에 담긴 육지와 바다, 하늘, 사람들과 동물들, 해와 달, 낮과 밤, 이 모든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또 궁금한게 생기면…
물어보면 돼.
나는 늘 네 곁에 있으니까.

만약 내가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돼.
넌 결코 혼자가 아니니까.

지구에 대해, 삶에 대해 거의 모든 걸 다 이야기해준 것 같지만 그래도 아빠의 마음은 한 구석이 비어 있습니다. 뭔가 부족하고, 아기에게 더 주고만 싶습니다. 그래서 또 아기에게 말합니다.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 물어보라고. 아빠는 늘 네 곁에 있을 거라고.

하지만 삶이란 늘 동전의 양쪽 면과도 같습니다. 아빠들은 모두 기억할 겁니다. 아기를 처음 만나던 날 그 순간의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을. 그리고 그 기쁨 뒤에 들러붙은 한 움큼의 걱정들을. 내가 오래 살면서 항상 아이를 지켜줘야 할텐데, 건강해야 할텐데, 더 벌어야 할텐데… 하지만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영원할 수는 없다는 것을…

올리버 제퍼스는 아빠들의 걱정을 덜어낼 지혜를 발휘합니다. ‘만약 내가 없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면 돼. 넌 결코 혼자가 아니니까!’라고. 바로 이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흐르는 시간의 바다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힘, 그것은 바로 가족, 친구, 그리고 우리들의 이웃이라고.

혼밥, 혼술 처럼 개인화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것 같지만 또 한 편에서는 나눔과 연대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언제나 우리 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익명의 존재들이었지만, 아기가 태어난 순간 그들 모두가 나의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어울려 살아갈 이웃임을 새삼 깨닫고 그 이웃들을 끝도 없이 한 줄로 길게 줄 세운 작가의 마음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리고 저 역시 저 줄 맨 끝에 가서 섭니다.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 :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

(원제 : Here we are – Notes for living on Planet Earth)
글/그림 올리버 제퍼스 | 옮김 장미란 | 주니어김영사
(발행 : 2018/10/01)

“우리는 이 행성에 살고 있어”는 올리버 제퍼스가 이 드넓은 우주 수많은 행성 중에서 지구에 사는 자신을 선택하고 찾아와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림책입니다. 평범한 한 아빠로서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을 소박하게 설명하는 마음엔 작가만의 것이 아닌 세상 모든 아빠들의 아이에 대한 희망과 바램이 담겨 있습니다.

아들아,
네가 늘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단어가
딱 세 가지 있단다.

바로 존중, 배려, 인내란다.

– 올리버 제퍼스의 아버지

먼 훗날 그림책 좋아하는 이들에게 지금의 존 버닝햄 같은 존재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될만큼 뛰어난 작가 올리버 제퍼스에게는 존중과 배려, 그리고 인내의 삶을 가르쳐주신 아버지가 또 있었군요. 그림책 뒷부분에 실린 작가의 아버지의 말씀이 인상적이어서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이 인호

이 인호

열여덟 살 딸내미와 폭풍 수다에 체력 고갈되어가는 아내를 18년째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남편. 한때 아내가 쓴 딸아이 육아일기에 '396개월 남아'로 등장했었던 그 남아. 그림책 좋아하는 542개월 남아로 폭풍 성장 중 ^^ | 2015년 7월 | ino@gaonbi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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